[기획취재] 마을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아이 키우기
7. 서울시 공동육아공동체 지원사업과 공동육아협동조합형 공공주택

<편집자 주> 어린이집의 파행운영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그때마다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어린이집 파행운영의 원인으로는 어린이집들이 아이를 잘 키우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시각과, 부모의 참여가 불가능한 폐쇄적 운영,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이에 부모와 교사가 어린이집의 운영주체가 돼 지역사회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공동육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에도 18년 전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처음 생긴 후 꾸준히 늘고 있다.

생태ㆍ통합ㆍ소통 등을 보육가치로 추구하고, 부모와 교사가 공동운영하며 부모 참여가 활발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이 어린이집들은 마을에서 아이들을 건강하게고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어린이집으로 출발한 공동육아는 초등 방과후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우리나라 공동육아의 역사와 현재, 인천지역 공동육아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의 교사ㆍ부모ㆍ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함께 참여하고 성장하는 보육은 어떤 것인지 모색하려한다. 또한 타 지역의 공동육아 사례를 취재해 인천의 공동육아가 나아갈 방향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하면 아이를 함께 키우며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그 대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서울시 공동육아공동체 지원 사업

“확실히 품앗이육아에서 함께 생활했던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과 다른 것 같다. 장난감이든 음식이든 제 것이라고 울고불고 싸우지도 않고, 덥석덥석 나눠주기도 잘하고, 주위 친구들을 보살피려는 모습이 보여서 깜짝깜짝 놀랄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대견스럽다. 주변에 임신 중이거나 결혼한 친구들한테 애 낳으면 꼭 공동육아모임에서 활동해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있다”

3년 째 서울시 공동육아공동체 활성화 지원 사업(이하 공동육아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은평품앗이육아(은평구 소재)’ 한 회원의 말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를 제정한 후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공동육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주민이 지역 아이를 내 아이처럼 돌봄으로써 육아문제를 해결하고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2년 15건, 2013년 26건, 2014년 38건, 2015년 42건으로 매해 지원 사업수를 늘렸다. 사업을 한번 지원받은 단체는 최대 3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에는 24건이 신규로 지원을 받았고, 12건이 2년차, 6건이 3년차다.

지원금은 연간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까지 사업에 따라 다양하다. 올해에는 연간 총5억원이 지원된다. 지원금은 대부분 활동비로 쓰이고 있으며, 금액을 많이 받는 곳은 주로 활동을 위한 공간 임차료로 지출하고 있다.

이 사업이 시작된 2012년부터 컨설팅지원단을 위탁받아 운영 중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이 파악한 바를 보면, 지원에 선정된 공동육아공동체들은 대부분 지역에서 가정보육을 하는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품앗이공동육아를 하는 모임이다.

▲ 서울시 공동육아공동체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숲동이놀이터(은평구 소재)의 2014년 여름캠프 모습. 참가자들이 원줄다리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사진제공·숲동이놀이터>
서울 전 지역에서 운영 중인데,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은 이 모임들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1주일에 1~3번 정기적으로 모여 아이들과 나들이를 가거나 또는 체험활동을 하는 형식의 품앗이모임이 22곳이며, 거점공간에서 아이들과 활동하는 형식의 공동육아사랑방이 13곳이다. 협동조합어린이집을 준비 중인 모임은 3곳이고, 초등방과후로 운영되는 곳은 4곳이다.

모임 이외에 1년에 두세 번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가기도 하고, 아빠들도 육아에 참여하게 한다. 초등방과후를 운영하는 곳에는 초등학생도 있지만, 주로 모임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3~5세다. 6~7세가 되면 대부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기 때문이다. 각 모임의 가구 수는 적게는 6가구에서 많게는 15가구 정도다.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대표 제안자 3명이 주축이 돼 모임을 결성하고 계획서를 작성해 연초 공고에 따라 서울시에 제출하면 된다. 시는 심사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컨설팅지원단을 맡고 있는 이현숙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돌봄사업팀장은 “실내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이 있고, 실외 나들이 활동이 중심인 모임도 있으며, 자연출산육아를 추구하는 모임도 있는 등, 다양한 공동육아 형태를 가지고 있다”며 “공간이 없어 마을에 있는 공공기관을 빌려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회원들이 정부에서 지원받는 가정보육비를 모아 공간을 마련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마을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고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기여한다는 공동육아의 기본정신을 모두 지향하고 있다”며 “공동육아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엄마들을 보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보다는 힘들지만, 소규모로 함께 생활하기에 더 빠르게 공동체를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공동육아어린이집과 달리 짜인 틀이나 제도화가 돼있지 않아 아이들과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등, 역동성을 지니고 있는 점을 공동육아공동체의 장점으로 꼽았다.

컨설팅지원단은 서울 전역을 네 개 권역으로 나눠 연 2회 모임 회원들과 워크숍을 진행한다. 또한 매해 돌봄파티도 연다. 돌봄파티는 맛있는 것을 먹으며 참여한 사람들과 사례를 공유하고 질문ㆍ응답하는 시간이다.

아이를 돌보느라 자신을 돌보기 힘든 엄마들이 모여 서로 돌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컨설팅지원단은 앞서 모임에 참여했던 회원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다른 공동육아공동체를 방문해 컨설팅할 수 있는 컨설턴트로 양성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현숙 팀장은 “육아를 매개로 모이면 성미산마을공동체처럼 오래 가고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동육아공동체 지원 사업에 관심을 많이 두는 것 같다”며 “지원 사업이 공동육아를 활성화하고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정부가 보육료를 전액 지원해주지만, 공적인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가정보육의 지원금은 너무 적다”며 “육아를 하는 부모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줘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공동육아 공동체도 공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3년 지원 후 자립하라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동육아 준비 중인 공동육아협동조합형 공공주택 ‘이음채’

서울시는 ‘임대주택의 자율적 관리’와 ‘공동체 형성’을 목표로 2013년 전국 최초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을 선보였다. 입주자가 건축계획 등 사업계획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조합 유지관리에 참여함으로써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주거공동체 형성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2012년 10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모집 공고를 내고, 주택 설명회와 입주자 교육, 면접 등으로 최종 입주자를 선발했다. 이렇게 선발돼 2013년 8월 착공, 2014년 9월 주거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입주를 시작한 첫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이 바로 강서구 가양동의 공동육아공공주택 ‘이음채’다. 이후 서울시는 홍은동 청년 공공주택과 만리동 예술인 공공주택도 건설했다. 공공임대 주택 8만호 공급을 계획 중이다.

서울시 소유 주차장 부지에 들어선 ‘이음채’는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입주자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주택 계획과 시공, 이름과 디자인 선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입주자들이 직접 지은 ‘이음채’라는 이름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음채’는 초기부터 공동육아를 중점에 두고 지은 주택이다. 만 3세 미만의 자녀를 둔 무주택 가구에만 입주자격이 주어졌으며, 협동조합 교육 후 최종 24가구가 선정됐다.

입주자들은 각각의 주거 공간 외에 공동육아용 보육시설을 설계에 반영했다. 지상 6층 규모의 건물 1층에 공동육아 공간을 만들어 ‘이음채움’이라고 이름 붙였다.

공동 주방과 커뮤니티 공간도 갖췄다. 건물 외부에는 그네와 어린이 놀이기구를 만들었고, 공동 커뮤니티 공간에는 미끄럼틀과 장난감 자동차와 목마 등도 갖췄다. 하지만 지난 10월 28일 서울시에 확인한 결과, 아직까지는 공동육아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일부 부모의 재능기부로 아이들 체험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공동육아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공간을 갖췄지만, 공동육아 관련 교육과 운영을 위한 컨설팅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첫 공동육아협동조합형 공공주택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음채’는 아직은 공동육아를 준비 중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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