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OCI 기업분할과 폐석회 처리 진단 9. OCI의 사회적 책임은 없을까?

[기획취재] OCI 기업분할과 폐석회 처리 진단

1. 동양제철화학 소다회공장과 폐석회
2. 드러난 폐석회, 사회적 문제로 부각
3. 폐석회 처리 촉구 시민운동의 등장
4. 사회적 합의에 숨겨진 지하폐석회
5. DCRE는 지하폐석회를 처리할 수 있을까?
6. OCI 기업분할, 폐석회 처리는 누가?
7. OCI 기업분할과 세금소송의 시작
8. 인천시, 세금소송 1심 패소
9. OCI의 사회적 책임은 없을까?
10. 폐석회 처리, 해법은 없나?
OCI(=옛 동양제철화학, DCC)가 1999년 무렵 인천공장 부지 147만㎡에 도시개발 사업을 계획하면서 OCI가 40년 넘게 공장 부지에 적치한 폐석회 처리 문제가 부각했다.

논란 끝에 2002년 10월, ‘폐석회 적정 처리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위원회(아래 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시민위원회에는 유네스코인천협회ㆍ인천환경운동연합ㆍ인천녹색연합ㆍ가톨릭환경연대ㆍ송도유원지주민대책위원회 등 5개 단체 대표와 교수ㆍ공무원ㆍOCI 직원 등 총11명이 참여했다. 사무실을 OCI에 뒀고, 간사를 OCI 직원이 맡았다.

시민위원회는 회의를 아홉 차례 진행해 훗날 폐석회 처리의 뼈대가 되는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적정 처리방안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때가 2003년 4월이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인천시와 남구, 시민위원회, OCI는 2003년 12월 1차 ‘폐석회 처리 4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하 폐석회(=공장 부지에 매립한 폐석회) 문제가 불거져 2009년에 2차 협약을 맺었다.

1차 협약에서 약속한 OCI의 사회적 책임 중 하나가 ‘폐석회 매립으로 사라진 유원지를 대신해 송도 9공구 앞 해안에 40여만평(=132만여㎡) 규모로 대체유원지를 조성해 인천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이는 2003년 4월 9차 시민위원회 회의까지만 해도 ‘폐석회 매립을 위한 관리형 매립시설 설치 허가에 앞서 유원지 시설공사를 착공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민위원회는 그해 11월 14차 회의 때 ‘폐석회 매립은 OCI가 인천시에 대체유원지 시설 이행 담보를 제공하는 시점’으로 완화해줬다.

시민위원회가 폐석회 매립 시점을 대체유원지 착공 전에서, 유원지 시설 이행 담보를 제공하는 시점으로 변경하는 데 합의해주면서, OCI는 폐석회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돼 그만큼 과태료 등 폐석회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대체유원지를 먼저 확보하는 것은 시민 편익을 고려한 조치였다. 폐석회 매립으로 유원지가 없어지는데 따른 시민편익 상실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대체유원지 착공 없이 폐석회 매립시설 공사를 가능하게 변경하면서 시민 편익은 뭉개졌다.

OCI는 대체유원지 조성에 약 60억 6000만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OCI는 이행보증금 60억 6000만원의 200%에 해당하는 땅에 근저당 설정을 했다. 그리고 대체유원지 조성 없이 매립시설 공사에 착수했다.

1999년 당시 수도권매립지의 쓰레기 반입료는 통당 5만 2417원이었다. 300만톤만 처리해도 1570억원을 넘었다. 즉, 시민위원회는 OCI가 폐석회를 수도권매립지로 가져가지 않고 공장 안에서 매립할 수 있게 양보했지만, 시민 편익은 후퇴한 것이다.

대체유원지 조성에 들어간 실제 공사비는 얼마?

▲ OCI 인천공장의 지상 폐석회를 유수지에 매립하기 위해 퍼 담는 모습.<사진출처·한국학중앙연구원>
시민위원회와 OCI는 아암도 해상을 대체유원지 후보지로 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 자리는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9공구에 해당한다.

OCI는 아암도 앞에 방조제(700m)를 건설해 유원지를 조성하고, 아암도 앞 주차장부터 아암도해상공원을 잇는 육교, 선착장, 관리소 등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공사비는 약 60억 6000만원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 석연찮은 대목이 등장했다. 2003년 12월 31일 시민위원회가 1차 협약에서 이 방안을 확정하기 전에 인천시는 이미 아암도 앞에 대체유원지를 조성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OCI는 2003년 10월 16일 인천시로 ‘아암도 앞 대체유원지 조성 계획’이라는 공문을 보냈고, 인천시는 11월 5일 ‘아암도 앞 대체유원지 조성은 안 된다’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위치가 향후 경제자유구역 송도 9공구가 들어설 곳이라 안 된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인천시와 시민위원회, OCI는 1차 협약에서 아암도 앞을 대체유원지로 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아암도 앞에 대체유원지를 조성할 수 없게 되자, 인천대공원으로 변경했다. 변경 당시, 이행보증금(60억 6000만원) 변경 없이 가장 손쉽고 비용이 덜 들어가는 인천대공원 호수를 대체유원지로 변경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나 OCI는 이 약속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OCI는 대체유원지 조성에 60억 6000만원이 소요될 것이라 했고, 그 만큼에 해당하는 땅을 담보로 내놓고 폐석회 매립시설을 착공했다.

그런데 OCI가 인천대공원 호수에 대체유원지를 조성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37억 2800만원에 불과했다. 시민사회의 우려대로 사회적 책임을 손쉽게 털어버린 것이다. 이는 도급공사를 맡은 OCI그룹의 자회사 이테크건설이 2010년 3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8기(=2009년) 사업보고서’에 나와 있다. 그럼에도 OCI는 92억원이 들었다며, 당초보다 더 투입했다고 발표했다.

OCI 사회공헌, 폐석회 처리 약속 지킬 때 빛나

OCI에 사회공헌 활동이 없는 게 아니다. 그룹 내 사회공헌추진단을 구성해 교육ㆍ사회복지ㆍ지역사회ㆍ문화예술 영역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테면 임직원 후원으로 소외계층을 돕는 ▲사랑의 1004운동 ▲1사 1촌 운동 ▲송암 다문화장학금 지원 ▲송도중ㆍ고등학교 인재 육성 ▲군산지역 청소년 OCI 장학회 ▲문화예술창작 지원 ▲OCI미술관을 운영 ▲신진 작가 창작 지원 ▲전시공간과 작업 공간 대여 등, 다양하다.

이밖에도 사랑의 집 고치기,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에 진공단열재 시공, 전국 300여개 초등학교에 태양광 발전설비 무상 설치(Solar School 프로젝트),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태양광발전소 건설해 에너지빈곤층에 전기 공급(OCI 나눔 발전소’) 등의 공헌을 펼치고 있다.

OCI는 ‘OCI 폐석회 적정 처리방안 모색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모범 사례를 인정받아, 2011년 10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민관협력 우수사례 공모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OCI가 펼치고 있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빛을 발하려면 폐석회 처리 협약과 기업분할 과정에서 약속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한다.

OCI는 2003년 시민 협약 당시 폐석회 처리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2008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기업분할 계획서에도 폐석회 처리 의무가 OCI에 있다고 했다.

OCI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2008년 기업분할로 DCRE를 설립할 때 세금 감면에 해당하는 적격분할로 신고했다. 기업분할을 하되 폐석회 처리 의무만큼은 DCRE에 승계하지 않고 OCI가 지고 가겠다고 한 것이다.

그랬던 OCI는 막상 세금 부과에 따른 세금소송이 시작되자 DCRE에 폐석회 처리 의무를 승계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폐석회 처리 의무가 DCRE에 있어야, 적격분할이 되고, 그래야 세금을 안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OCI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기업분할 계획서, 시민 협약서에는 폐석회 처리의 의무가 모두 OCI로 돼있다. OCI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OCI가 폐석회를 처리하고, 그에 따라 세금을 내면 된다. 그래서 OCI의 사회적 책임과 세금 감면 기업분할 주장은 모순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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