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내년 상반기 설립 목표…조례안 이달 말 심의 예정
시민사회단체, “서비스 질 향상 없고 주민부담 늘어 반대”
구청장,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설립할 필요 없지 않은가”

인천 동구(구청장 이흥수)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청소년수련시설 폐쇄와 직영화를 비롯해 사회복지시설 구조조정 추진으로 이를 반대한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데 이어, 최근에는 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설립 추진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동구의 공단 설립은 사회복지시설 구조조정 논란 때부터 나온 사안으로, 이번에 관련 조례를 제정해 내년 상반기에 설립하겠다는 게 동구의 계획이다. 사회복지시설 구조조정 논란 당시 동구는 ‘시설들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방만 운영을 방치하면 재정이 열악한 동구가 재정 위기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지만, 주민대책위원회는 ‘방만 운영이라는 동구 주장의 근거가 미흡하고 주민의견 수렴 없는 독단 행정’이라며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공단을 설립하려는 수순’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금 3억 2000만원 출자해 공단 설립
인천시, “비용절감ㆍ사업별 경제적 파급 효과 적을 것”

동구는 현금 3억 2000만원을 출자해 공단을 설립하고, 공단조직을 3개 팀 26명으로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일 ‘공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고, 이 조례안을 이달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209회 동구의회 임시회에서 심의하게 할 계획이다.

조례안 입법예고에 앞서 동구는 공단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 그 결과에 대한 용역검증 심의를 거쳤고, 주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용역검증 심의가 미흡했고, 검토 용역 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이 적합하지 않았으며, 주민공청회도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따랐다.

동구가 공단 설립(안)을 가지고 인천시와 협의(2차)한 결과 자료를 보면, 시는 ‘사업 수행을 위한 여론수렴으로 설문조사와 주민공청회를 실시했으나, 주민공청회 개최 일을 평일로 지정해 구민과의 소통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보임’이라고 평가했다.

시와 협의에서 핵심은 설립 타당성 검토가 적정했는가와 이 사업의 경제성 유무였다. 시는 동구가 공단의 사업 6개 중 2개의 수지분석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쓰레기종량제봉투 판매사업의 현행 방식 경상수지율을 364%로 과소하게 산정했고, 수도국산박물관 입장료 인상과 물놀이장(무료에서 유료로 전환) 이용 인원을 과다하게 추정했다는 것이다.

나머지 4개 사업은 공영주차장, 현수막게시대, 구민운동장, 기타 체육시설 관리ㆍ운영이다. 또한 시는 ▲사업별 수지 분석 중 현행 경상수지율을 전반적으로 낮게 산정했고 ▲재정 여건과 사업 규모, 수익성 고려 시 사업이나 인력 소요 분석을 상당히 낙관적으로 해, 향후 재정 지출 증가가 우려되고 ▲감독ㆍ지원부서 인력 소요와 공단 정원 26명의 인건비와 시설관리비용 지출로 재정 지출이 증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종합의견으로 ‘공단 설립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가 적고 사업별 경제적 파급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업의 수익성을 비롯한 지역 의견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별 사업에 대한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동구가 공단에 맡기려는 개별 사업의 수익성 극대화 방안 없이는 공단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 세 가지


▲ 동구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동구청에서 ‘동구 시설관리공단 설립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동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공단 설립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과 중ㆍ동구평화복지연대, 인천여성회 중ㆍ동구지회, 동구교육희망네트워크, 지역복지센터 우리동네,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는 지난 20일 오전 동구청에서 공단 설립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밝힌 공단 설립 반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단을 설립한다고 해서 주민 서비스 질이 향상되지 않고, 수익성 증대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행복한마을 동구사람들’이 지난 7월 8일 개최한 공단 설립 관련 주민토론회에서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동구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답은, 공단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을 수행하면서 담당 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동구 주민 500명) 결과에 그 답이 나와 있다”고 했다.

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3%가 공단 설립을 찬성했다. 찬성한 주민들은 그 이유로 서비스 품질 향상과 시설물 관리 향상을 꼽았다. 응답자의 52%가 공단이 설립되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 답했고, 60%는 주민복리 효과도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박 소장은 “공단 설립으로 서비스의 질이 얼마나 좋아지는가, 주민 부담은 늘어나지 않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러나 용역 결과 어디에도 서비스 질이 나아진다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주민 부담은 늘어나는 것으로 돼있고, 공단 사업 종사자들의 처우는 일부(=주차장) 개선되지만 대부분 인력이 축소되고 인건비도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 소장은 “동구가 현재 직영하거나 민간에 위탁 운영하는 데에 어떤 문제점이 있어서 공단을 설립하겠다는 것인지 용역 결과를 보면 알 수 없다”고 한 뒤 “특히 동구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처럼 수익을 담보할 사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는 인천지역 공단들의 인건비를 참고했다. 공단 이사장 연봉이 6100만원이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연수구는 2011년에 공단 설립을 포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강화군은 관광유적지, 중구는 박물관ㆍ전시관ㆍ문화관, 서구는 국민체육센터ㆍ사계절썰매장, 남동구는 남동타워ㆍ수영장ㆍ해수공급시설 등,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공단이 관리ㆍ운영하고 있다. 동구의 경우 사실상 쓰레기종량제봉투 판매 사업 이외에 이렇다 할 수익을 담보할 사업이 없는 조건이다.

둘째 반대 이유는 주민의견 수렴 없는 독단적인 설립 추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공단 설립을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와 주민 의견 수렴이 필수임에도 불구, 주민에게 전혀 홍보하지 않은 채 동구 공무원들을 동원해 주민공청회를 개최했다’고 주장했다.

셋째는 시설관리공단 설립이 이흥수 동구청장 개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구청장이 자기사람들을 챙기기 위해 공단을 설립하려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 소장과 함께 7월 8일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인화 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본부장은 “해당 지자체의 국장급 공무원이 정년퇴임한 뒤 공단 이사장으로 오는 낙하산 인사가 벌어지고 있고, 공단 설립이 지역 공공성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단체장의 자기사람 챙기기로 공단 설립이 논의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며 “이에 따라 설립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도 공단이 설립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동구자원봉사센터 센터장이 동구청장의 치적을 홍보하는 문자메시지를 다량 발송해 시민단체로부터 공직선거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에 동구 복지환경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논란이 일었던 사회복지시설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퇴임 후 센터장으로 임명됐다.

구청장,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해”
동구의회 심의에 관심 집중

이흥수 구청장은 23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공단 설립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데, 주민들이 원하면 하고, 원하지 않으면 할 필요 없는 것 아니냐”며 “아직 계획이고 초기 단계라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 구청장 때도 반대 의견이 있었고, 구의회에서 반대해 하지 못했다”며 “조례안이 의회에서 다뤄지니, 의원들의 판단을 따르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상반기 설립을 목표로 세운 것에 대해서는 “아직 예산을 한 푼도 수립하지 않았고, 계획일 뿐”이라고 했다.

동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동구의회에서 부결될 수 있게 의원 면담, 의회 방청 등의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구의회가 이 조례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구의회 의원 모두 7명이다. 구청장과 같은 정당인 새누리당 소속이 4명,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 3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송광식 부의장은 23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공단을 설립해 운영하더라도 수익금이 창출되는 것도 아니고, 전국적으로도 공단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며 “특히 동구는 형편이 더 열악해 설립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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