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
해방 70년인 2015년을 특별한 의미로 맞이했다. 엄밀하게 일제로부터 해방도, 광복도 제대로 되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해 한 발자국이라도 전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참담하게도 진정한 해방과 광복은 더욱 멀어지고, 도리어 일본군의 한반도 상륙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국무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부득이 하면 일본 자위대가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바로 “진의가 와전됐다”는 해명자료 를 내놓았지만.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지난달에 일본은 전쟁할 수 있게 일련의 안보 법안을 제정했다. 아베를 비롯해 현 일본 집권층은 과거 침략과 식민 지배를 반성하기는커녕 한국을 돕고 근대화시켰다고 강변하는 자들이다.

한편으로 패전국 일본에 평화헌법을 강제한 미국은 위헌적인 안보 법제, 심지어 개헌까지 압박하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부추기고, 한일 군사협력과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결성을 주도하고 있다. 아베정권이 야당과 다수 시민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국회 통과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 돌이켜보면, 미일동맹은 예외 없이 한반도를 희생시켰다. 20세기 초 테프트ㆍ가쓰라 협약은 한국을 일본 식민지로 전락시켰고, 해방과 함께온 분단은 미일동맹을 핵심으로 하는 전후 냉전체제를 상정한 수순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일본편향은 변함이 없다. 사실 우리가 목을 거는 한미동맹도 미일동맹을 보완하는 것에 불과하다. 최근의 미국정책을 보더라도 북한 핵문제나 한반도 평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북한 위협을 구실로 미일동맹을 강화해 동아시아에서 패권과 국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다.

이러함에도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서 우리 운명을 자주적으로 결정하려는 의지나 노력은 엿볼 수 없다. 말은 평화통일 타령이지만, 행태는 반통일적이다. 함께 통일을 이뤄나갈 북한과는 변변한 대화도 없이 오직 조롱하고 비난ㆍ매도하면서 주변국들의 협력만 구걸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개선이 없다면, 그들이 도와준다고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통일외교가 아니라 남북관계에 주력해야할 때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기득권 유지에만 집착해 나라를 찢어발기고 있다. 특히 꼴불견인 사실은 민족을 배신하고 나라를 망친 친일매국노들의 후손들이 ‘애국’의 탈을 쓰고 역사를 왜곡하고 민족정기를 더럽히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사상적 버팀목을 자처하는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자의 “우리 국사교과서는 좌파들이 만든 거라 문제가 많다. 차라리 일본 교과서가 양호하다”란 발언에서, 그들이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정부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발동 대상에 한국이 포함돼있는데도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상륙이 불가능하다고 안심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이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을 요청할 때, 외세의존 기득권세력이 지배하는 정부가 과연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전시작전권까지 미국에 맡긴 상황에서. 이들이 120년 전 압제와 탐학에 항거해 평등과 자주의 기치를 내건 민중혁명을 일본군에 의탁해 탄압한 당시의 기득권세력, 친일세력과 얼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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