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한국 산업화의 역사, 부평ㆍ주안 혁신 산단의 방향은 ⑥
중소기업의 자존심, 반월·시화공단

<편집자 주>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인천엔 산업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최기선 전 인천시장 때부터 추진한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만 잘 되면 지역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될 것처럼 위정자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으로 보면 정의당을 빼고 여야 모두 그랬다.

물론 미래를 위한 투자는 필요하다. 하지만 경제자유구역 중심의 경제정책은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금까지 인천 경제를 이끌어온 산업은 뿌리산업이다. 그 뿌리산업이 가지고 있는 고용효과와 경쟁력은 절대 낮지 않다. 그럼에도 인천의 위정자들은 ITㆍBT와 금융업이 향후 인천의 먹거리라고 십수년간 목소리를 높여왔다.

대기업을 인천에 유치해도 고용효과는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 갈수록 활동하기 힘든 기업체들은 다른 지역으로, 심지어 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그 자리를 고층 아파트나 주상복합건물이 차지한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인천을 자립형 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 의존하는 도시로 만든다.

한국 수출산업의 일번지로 출발해 국내 최고의 도심형 첨단 산업단지로 도약을 꿈꾸는 부평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된 지 올해로 50년 됐다. 이에 <인천투데이>은 ‘한국 산업화의 역사, 부평ㆍ주안 혁신 산단의 방향’이란 주제를 가지고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중소기업의 자존심, 반월ㆍ시화

[기획취재] 한국 산업화의 역사,
부평ㆍ주안 혁신 산단의 방향은

① 인천경제의 뿌리 부평·주안산단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상)
② 인천경제의 뿌리 부평·주안산단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하)
③ 전자산업의 요람, 구미
④ 대한민국 1호 수출현장, 구로공단(상)
⑤ 대한민국 1호 수출현장, 구로공단(하)
⑥ 중소기업의 자존심, 반월·시화공단
반월ㆍ시화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는 중소기업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서울에 산재한 중소기업을 집단적으로 유치하면서 성장했다. 반월산단은 창원산단과 함께 국가 최초로 계획도시 차원에서 건설됐다. 정부는 1970년대에 서울로 집중된 영세 중소 규모의 환경오염 유발 공장들을 분산하기 위해 ‘수도권 재정비 계획’을 수립했다. 그 계획의 일환으로 탄생한 게 반월시화산단이다.

반월지역은 서울과 인천, 경기도 수원에 인접해있다. 직선거리로 14~35km에 불과하다. 여기다 남양만의 갯벌을 이용하고 농촌지역을 도시화할 경우 도시 개발 가능 면적이 70%에 달한다. 해안지역 섬을 녹지로 활용해, 전국 산단 중 녹지율(32.3%)이 가장 높다. 수원~인천 산업도로와 인접해있고 수인선(철도)이 관통해 인천항을 통한 물류가 원활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장점을 가진 반월산단 조성을 위한 기공식이 1977년 3월 거행됐지만, 2년 만에 2차 오일쇼크로 인해 입주계약이 취소되면서 건설 계획이 지연됐다. 여기다 1980년대 노사 분규와 1990년대 중국 진출 열풍이 불면서 위기를 겪었다.

그럼에도 풍부한 노동력, 수도권이란 배후 도시, 편리한 교통편 덕분에 반월산단은 수도권 최대의 산단으로 성장했다. 반월산단 조성 후 바로 시화산단(1986~2006년)이 조성됐고, 시화멀티테크노벨리(MTVㆍ2002~2016년) 산단이 연이어 조성되고 있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월ㆍ시화산단의 고용 인원은 수도권 산단에서 가장 많다. 입주 기업도 꾸준히 증가했다. 1990년 1776개에 불과하던 기업체는 올해 6월 말 현재 1만 9927개로 늘었다. 반월이 7163개, 시화가 1만 1838개, 시화MIV가 556개다. 고용 인원은 1990년 약 10만명이던 것이 현재는 30만여명으로 증가했다. 반월ㆍ시화산단의 입주기업은 전국 국가산단 입주기업 4만 970개의 40.1%를 차지할 정도다. 고용 인원은 전체 국가산단의 고용 인원 약 110만명의 27%를 차지한다.

반월ㆍ시화산단 한 때 죽음의 섬?

▲ 1977년 3월 반월신공업도시 기공식.<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중소기업들이 밀집해있는 반월ㆍ시화산단은 성장 잠재력이 많다. 하지만 이런 성장 잠재력에도 발목을 잡는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대거 몰리면서 여러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복지시설이 턱 없이 부족하다. 여성 노동자들을 위한 어린이집도 부족하다. 현재 어린이집 4개가 운영되고 있다. 시화에 시립 어린이집 3개, 반월에 안산스마트허브 어린이집이 운영 중이다. 모두 국공립 어린이집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여기다 산단 내 교통난과 주차난이 심하다. 반월산단에 3중 주차는 예삿일이다. 일반 주거지역과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인도까지 주차돼있다. 산단 조성 후 기반시설 개선 투자 부족이 원인이다.

지난 6일 현장 취재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반월ㆍ시화산단을 ‘죽은 섬’이라고 표현했다. 퇴근시간 이후 산단에서 ‘죽은 섬’처럼 아무런 생명력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 30만명의 일터지만, 제대로 된 휴식공간이 없다보니 직원 회식 한번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회식을 위해선 산단을 벗어나 주변 지역으로 가야한다. 영화관 하나 없는 실정이다. 삭막함 그 자체다. 정주 여건이 이렇게 열악하다보니, 정주의식을 기대하기란 더욱 어렵다.

스마트 혁신산단으로 탈바꿈 중

반월ㆍ시화공단은 스마트 혁신산단으로 탈바꿈을 준비 중이다. 노후 단지 입주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자들의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해 업종 고도화, 기반시설과 환경 개선, 복지ㆍ편의시설 확충으로 노동자 중심의 공간으로 산단을 재편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먼저 입주기업의 혁신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소사~원시’ 광역전철 개통과 연계해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 청사 부지를 융ㆍ복합 직접지로 조성하는 종합계발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한양대학교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한 연구개발(R&D) 기능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