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9월 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인과 캠프타운 2015 컨퍼런스’라는 행사가 열렸다. 캠프타운은 미군기지촌을 뜻한다. 이 행사엔 한국전쟁 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혼혈인 1세대에서부터 1980~90년대 입양된 혼혈인 3세대까지, 200여명이 참가했다. 퇴역 미군도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미군기지촌이 번창했던 시기에 태어났다. 당시 한국 정부는 기지촌을 ‘특정 윤락 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선 기지촌 여성들과 미군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들의 삶과 역사적 경험, 그것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를 거론했다. 기지촌 미혼모의 삶은 매우 힘들었고, 그들에게서 태어난 혼혈인들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경제적 고통과 인종차별을 받으면서 살았다. 입양 후에는 낯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느라 고생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어바인 캠퍼스 인류학과 조교수인 엘리아나 김(Eleana Kim)은 “혼혈인은 미국의 식민지와도 같았던 한국의 상징이었고, 한국 정부는 이 역사를 지우기 위해서 혼혈인을 모두 보냈다. 미국에서 이 혼혈인들을 ‘동쪽에서 온 씨앗’이라고 표현했다”고 했다. “1세대 혼혈 입양인은 한국입양공동체에 큰 공헌을 했지만, 그들의 역사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른다”는 말도 덧붙였다.

혼혈인들의 ‘어머니의 나라’는 그 역사를 숨겨왔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이들에 대한 정보는 미디어에서조차 찾을 수 없다. 혼혈인을 ‘바다에 버려서라도 없애야한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정책은 현재진행형과 같다.
다행히 이재홍 경기도 파주시장은 이날 컨퍼런스에 영상을 보내 ‘저도 파주에서 자라 캠프타운에서 일하는 한국 여성의 삶을 잘 알고 있다. 그곳의 혼혈인은 우리의 이웃이다. 이 기회를 통해 파주시가 한국을 떠나왔던 이들의 고향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파주시는 주한미군 재배치로 반환하는 미군기지 터에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기리기 위한 공원과 함께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어머니의 나라’에서 사랑 받지 못하고 사회 편견으로 많은 상처를 입고 떠나야했던 이들에게 ‘어머니의 나라’는 용서를 구하고,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그들의 역사를 기억해야한다. 그들이 상처를 훨훨 털어내고 용기와 희망으로 행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입양 혼혈인들의 상당수는 어머니와 태어난 고향 찾기를 희망한다. ‘어머니의 나라’에서 적극 나서서 도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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