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검단선사박물관

▲ 청동기 시대의 농경생활 모습을 재현.
주먹도끼ㆍ뗀석기ㆍ석관묘ㆍ패총ㆍ빗살무늬토기 등, 역사책에서나 만났을법한 또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고대 유적이 발견된 곳에서나 접했을 고대 유물이 인천에서 발견됐다. 발견된 것은 일부이고, 어마어마한 고대사 유적과 유물이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7일 인천 서구 원당동에 있는 검단선사박물관에 갔다. 1만년 전후의 유적과 유물이 있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토지구획 정리하다 선사시대 유적·유물 발견

검단선사박물관은 말 그대로 선사시대를 테마로 한 전문 박물관이다. 선사(先史)시대란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대를 말한다. 반면에 문자로 쓰인 글이나 책과 같은 기록물로 과거를 알 수 있는 시대는 ‘역사시대’라 한다. 선사시대는 구석기ㆍ중석기ㆍ신석기, 그리고 청동기ㆍ철기시대로 나뉜다.

1999년 인천시 서북부지역의 토지구획정리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ㆍ유물이 발굴됐다. 발굴 유물의 처리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지역사(史) 이해도를 높이고 해당 유적ㆍ유물의 보존 차원에서 원당지구 내에 선사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검단선사박물관은 2008년 11월 27일 개관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대적인 조사사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원당지구는 논밭이었는데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파는 과정에서 유적과 유물이 많이 나왔어요”

박진영(41) 학예사의 설명이다.

▲ 박진영 학예사.
개발하기 전에 반드시 토지를 조사하게 법령에 규정돼있다. 원당지구를 1ㆍ2ㆍ3ㆍ4구역으로 나눠 조사했는데 4구역에서 청동기시대 집터가 31기 나왔고, 1구역에서 청동기 무덤 4기, 2구역에서 조선시대 토곽묘 90여 기 등이 발굴됐다. 그나마 유적ㆍ유물이 적게 나온 3구역에 박물관을 짓자는 제안으로 2005년 실시설계에 들어가 박물관 건립공사에 착수했다.

“경서동에 오래 사셨던 분들 얘기로는, 지금은 지형이 많이 변했지만 예전에는 한강과 바닷가에 인접해있는 서구지역에 사람들이 많이 살았대요. 요새는 많이 개발돼 주택이 들어서고 유물이 땅 밑에 깔려있어서 안 보이는 거죠. 다른 건축물을 지을 때는 땅을 얕게 파지만 아파트는 터파기를 깊게 해, 유적과 유물이 사라질 가능성이 많죠”

얼마 전에도 경서동에서 신석기시대 집터와 철기시대 무덤이 나왔다는 얘기를 전하는 박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니, 무차별적인 개발로 인해 사라지거나 파괴됐을 고대 유적ㆍ유물 생각에 안타까웠다.

대형 공사로 드러난 인천의 선사시대 유적들

인천에서 구석기시대 유적은 2000년대 이후에 확인됐다. 처음 유적이 조사된 지역은 원당지구 4구역이었다. 인접한 불로지구 3구역에서는 뗀석기(=구석기시대에 돌을 깨서 만든 돌연장), 가정동 유적에서는 주먹도끼가 출토됐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아파트단지 건설,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 등의 잇따른 대형공사들에 따른 발굴 조사로 인천에서는 영종도를 비롯한 도서, 내륙지역에 다양한 과거흔적이 확인됐다. 영종도에서는 신석기시대의 대규모 마을 유적과 집 자리들이 발견됐고, 청동기시대와 초기 철기시대의 다양한 양상의 유적과 유물도 발견됐다.

“현재 인천에는 해안과 섬 지역을 중심으로 100여곳에 신석기시대 유적이 알려져 있어요. 특히 영종도 일대는 크고 작은 마을과 조개무지 야외화덕자리 등의 유적이 밀집돼있는데 신석기ㆍ청동기ㆍ초기 철기시대 유물이 모두 나왔어요. 영종도 인천공항과 운남동 아파트단지, 레저 공간을 개발하면서 근래 10년 안쪽에 나온 것들이죠. 다양한 유적이 나온 영종도에 영종박물관을 지으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2012년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공사 부지에 해당하는 서구 가정동에서 구석기시대 유물인 뗀석기 300여 점,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건립하기 위한 연희동과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위한 구월동 발굴조사에서 삼국시대 초기 생활환경에 관한 여러 가지 유적과 유물이 발굴됐다.

이러한 성과를 담아 검단선사박물관은 2013년과 2014년에 ‘인천발굴성과전’이라는 특별전을 개최해 최근 10여년 사이 발견한 선사시대 유적ㆍ유물을 전시하고 소개했다.

고대사나 고고학을 중심으로 한 검단선사박물관

▲ 구석기 시대의 동굴을 통과해 신석기 시대의 움집을 경유하면 청동기 시대와 만난다.
검단선사박물관은 시립박물관 산하에 소속돼 있으며 그 외 송암미술관ㆍ한국이민사박물관ㆍ컴팩스마트시티 등이 함께 소속돼 있다. 연수구 옥련동에 있는 시립박물관은 근대와 관련한 전시와 프로그램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천시 산하 박물관의 성격이 중첩되기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검단선사박물관은 선사시대의 유물 전시나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역사시대인 고대사도 포괄하고 있습니다. 현재 ‘계양산성’을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선사시대가 아닌 삼국시대의 유적을 선사박물관에서 하는 것에 문제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데서 다루기도 애매하죠”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는 2015년 특별전 ‘인천의 고성 계양산성’은 11월 1일까지 열린다.

1997년 지표조사가 시작된 이래 올해까지 7차 조사를 벌이고 있는 계양산성에선 성문(城門)ㆍ치성(雉城)ㆍ집수정(集水井)ㆍ건물터ㆍ구들 유구 등이 발굴됐다. 성곽의 각 시설은 삼국시대 산성이 처음 축조된 이후 구간별로 개ㆍ보수돼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고려시대까지 주로 사용됐다고 한다. 계양구는 이 성과를 모아 박물관 건립과 계양산성 역사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계양산은 인천뿐 아니라 수도권 인근에 사는 사람들도 찾고 있는 곳이죠. 생태 관련 프로그램도 많이 하고 있는 친근한 곳인데, 15년간 지속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이곳의 유적·유물을 계양구의 협조로 전시회를 하게 됐습니다. 계양산성이 삼국시대 산성이라고 기록돼 있지만 통일신라 유물이 많습니다”

작지만 알찬 동네 박물관

2008년 11월 개관하고 나서 한동안 동네 주민들이 많이 방문했다가 유치원생부터 학생들의 단체관람이 많아졌다. 심도 깊은 내용을 각 학교에 홍보하면 중ㆍ고등학생 단체 관람이 많아지고 관련 전공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줄곧 온다. 1년에 평균 3만5000여명이 방문하는데, 관람객이 조금씩 계속 늘고 있다.

“반응이요? 일단 박물관 전시실이 작아 볼게 없다는 반응이 있기도 했고, 작아서 오히려 아이들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 편하게 온다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다른 곳은 넓어서 그냥 훑고 지나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곳은 넓지 않아 꼼꼼하게 다 읽어볼 수 있다고도 하고요”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이 박물관은 상설전시실ㆍ특별전시실ㆍ체험학습실로 구성돼있다. 매달 가족 체험과 방학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유물을 발굴해 복원하는 체험프로그램은 만족도가 높다.

“인천의 내용과 인천의 자료로 발굴 성과를 취합하면 인천의 역사를 다시 쓰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쌓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천에서 발굴돼도 소유권은 국가에 있지만, 인천에서 갖고 있으면 활용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저희 박물관의 수장고가 작고 인천시의 재정여건이 좋진 않지만, 수장고를 늘려서 타 지역에 있는 인천지역의 유물들을 모아 선사시대와 고대사를 연구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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