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시 청사 신축ㆍ이전 대상지를 인천 전역으로 넓히고, 이에 대한 연구 종료 시기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뤘다. 신축ㆍ이전 대상지에 서구 루원시티를 포함해야한다며 단식농성을 불사한 새누리당 이학재 국회의원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시는 시 청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인천발전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맡겼고, 그 연구 결과가 9월에 나올 예정이었다. 이를 없던 일로 해버린 것이다. 시는 사실상 시 청사를 현 부지에서 이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단식을 견디지 못하고 시 청사 공간 부족 개선 연구 과제를 신축ㆍ이전 연구 과제로 둔갑시켰다.

신축ㆍ이전 대상지를 전역으로 확대하자,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시 청사 유치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장 짓지도 못할 시 청사를 가지고 표를 얻기 위해 지역 간 갈등만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보다 더 걱정인 것은 ‘신축ㆍ이전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이다. 과연 시 재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검토한 속에서 추진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시는 산하 공기업인 인천도시공사의 부채를 포함해 약 13조원을 빚지고 있다. 하지만 유정복 시장은 취임 후 1년이 넘게 이렇다 할 재정위기 극복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했고, 결국 예비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됐다. 이에 떠밀리듯 재정건전화 3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부채 감축을 위한 제대로 된 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시민사회의 평가다.

사실상 재정위기의 고통을 시민에게 전가하겠다는 내용이 가득했다. 앞서 주민세를 122% 인상한 데 이어, 화장료ㆍ봉안료와 주차료, 체육시설 이용료 등을 인상하고, 버스공영제와 택시업계 지원금을 축소하는데다 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 차액 지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청사 신축ㆍ이전을 논하는 걸 시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시민사회는 시가 매각할 재산, 축소 대상 보조사업, 보통교부세 확충 등 재정건전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시민과 함께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응할 때지 시 청사 신축ㆍ이전을 논할 때는 아니지 않는가.

연구용역에서 재정위기 때문에 시 청사 신축ㆍ이전은 불가능하고, 먼 미래의 일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럴 가능성이 짙다. 결국 시 청사를 어디에 신축할 것인지 연구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고, 지역 간 갈등만 초래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럴 시간에 시민들과 소통해 제대로 된 재정위기 극복 로드맵을 만드는 데 전념해야한다. 지금은 시 청사 신축ㆍ이전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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