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국회의원 12명 중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를 가장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부평 갑) 의원이다. 그는 ‘부평미군부대 공원화추진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출신이다. 얼마 전에는, 이젠 시민공원으로 조성된 옛 부산미군기지(하야리아부대)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다녀왔다.

문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캠프마켓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캠프마켓 부지에 ‘개방형 대학’을 유치하자고 제안했다. 음대나 미대 등 예술대학을 유치해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고, 부평 일대에서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 연계 콘텐츠 공원으로 개발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개방형 대학 유치를 찬성했다고 밝혔다.

홍미영 부평구청장도 문 의원의 제안에 동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최근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예술 관련 대학이 유치된다면 환영할 일이다. 시민들도 바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문 의원의 이 제안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 것인가?
문 의원은 제안에 힘을 싣기 위해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이 조사는 문 의원 측이 SNS 등을 활용해 지인 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온라인상의 ‘구글 설문지’로 진행됐다. 표본은 506명. 응답자의 약 66%가 남성이고, 여성은 약 32%다. 신뢰성을 갖춘 여론조사로 보기 어렵다. 대학 유치에 따른 집값 상승 등을 기대한 선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천시가 대학병원을 유치하겠다는 안을 내놓았을 때 시민사회와 새정치민주연합이 개발주의 논리라고 비난했던 것이 몇 년 전인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캠프마켓 부지의 70%를 공원으로, 나머지를 공공시설 등으로 계획한 상황에서 대학을 유치하면, 공원 면적이 최소 50%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개방형 대학이라도 강의실과 부대시설이 들어서야한다. 반환 확정 후 10여년 동안 시민사회와 지방정부, 지방의회가 함께 만든 활용계획의 틀을 뒤흔드는 돌출적 제안이다.

15일 열린 토론회에서 부산하야리아포럼 대표인 강동진 경성대학교 교수는 ‘흔적과 기억이 차별화되고, 디테일이 살이 있는 정교한 공원으로 캠프마켓이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황순우 건축가는 ‘일본과 미군에 의해 100년 가까이 점유된 이 땅이 특정한 시설, 기업 등에 점유돼서는 안 된다’며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2008년 8월 10일, 부평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천시의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안) 시민공청회’에서 문 의원은 시민들과 함께 캠프마켓 부지에 국제규격의 실내수영장과 종합병원, 경찰서 등을 조성하는 시의 계획(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시민들의 저항이 일어나자, 시는 계획(안)을 수정해 2009년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했다. 이 계획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의 승인까지 얻었다. 또한 시 조례에 근거한 ‘인천시 부평미군부대 반환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1일 신촌근린공원 조성 계획안을 논의해 통과시켰다. 문 의원이 제안한 개방형 대학 유치를 실현하려면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밟아야한다.

캠프마켓 부지 매입비는 총4915억원이다. 인천시와 국방부는 2013년 토지매매 협약을 맺었고, 인천시는 2020년까지 10년에 걸쳐 토지매입비를 분납하기로 했다. 매입비는 행정자치부가 66.68%, 인천시가 33.32% 부담한다. 인천시와 행자부는 현재까지 토지매입비 약 900억원을 국방부에 줬다. 하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는 인천시는 지난해 국방부에 주기로 한 토지매입비 643억 8500만원 가운데 109억 5300만원을 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유치 카드를 꺼낸 건 악수라 할 수 있다. 인천시가 토지 일부를 대학에 매각해 토지매입비를 충당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대학을 유치할 경우 공원 조성에 따른 국비 지원액도 큰 폭으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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