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년 만에 중국에서 돌아온 송영길 전 인천시장
② “내 안이함과 부족함으로 무능한 현 정권 합리화시킨 건 큰 죄”

“정치에 입문하고 15년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하고 달려왔는데, 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이 자주 인용하는 부지부행(不止不行: 멈추진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처럼 ‘사색은 없고, 검색만 있다’는 인터넷 시대에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 뒤 민족 화해와 통일을 위해 양안관계를 공부하기 위해 중국으로 갔다”

세월호 국면 속에서도 안전행정부 장관 출신에게 패배하고 중국으로 떠나 양안관계를 배운 배경을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송 전 시장은 학습 욕구가 대단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영어는 기본이고, 일본어와 러시아어도 꽤 잘한다. 이번 중국 유학으로 한반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는 미국, 러시아, 일본과 중국 언어를 모두 섭렵한 셈이다.

“유학을 하는 게 꿈이었다. 미국 유학을 준비했다가 재ㆍ보궐선거에 출마해 꿈을 포기했다. 국회의원 할 때 영어를 해 다른 의원보다 언론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중국을 볼 기회를 얻었다. 중국어로 책과 신문을 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외신에 의존하지 않고 중국의 다양한 정보를 읽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 큰 자산이 될 것이다”

▲ 2014년 6월 3일 부평역 일대에서 마지막 선거 유세를 하는 송영길 전 인천시장. 그는 이때까지도 승리를 자신했다. 인천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인층이 많은 강원도에서도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그는 패했다.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내 안이함과 부족함으로 무능한 현 정권 합리화시킨 건 큰 죄”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후 그는 처음으로 반성문을 먼저 꺼냈다. 자신의 안이함과 부족함으로 인해 무능한 현 정권을 정치적으로 합리화시켰다고 혹평했다.

“예상하지 못한 패배라 충격이 컸다. 선거운동 때도 인천시 부채와 산적한 현안 사업, 석 달도 남지 않은 아시안게임 준비를 어떻게 할지, 내내 머리를 지배했다. 그래서 함부로 공약도 못했다. 세월호 사고를 막아야할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이 사건을 실질적으로 책임져야할 사람에게 패배했다. 정치적 심판을 담당해야할 인천시장선거가, 내 안이함과 부족함으로 무능한 현 정권을 정치적으로 합리화시켜준 꼴이 됐다”

그는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한 선거 패배로 세월호 특별법 입법과정이 더 험난해졌고, 이로 인해 세월호 유족이나 국민, 당에 큰 죄를 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4년 동안 준비해온 아시안게임 노하우와 인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해버리게 돼 아쉬움이 컸다고도 털어놨다.

“남북 관계 부러워한 양안, 이제는 통일 직전”

그는 중국과 대만, 즉 양안 관계가 남북 관계와 여러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고 했다. 양안 관계를 연구한 계기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29일 중국 청년절 행사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천에서 열렸다. 1911년 손문이 주도한 광주봉기 때 청년지도자 72인이 희생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중국은 1944년에 3월 29일을 청년절로 지정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이 행사에 앞서 추궈홍(邱国洪) 주한중국대사가 화교 대표들과 저녁을 하면서 격려하고 돌아갔다. 중국 대사가 대만 화교 대표에게 저녁을 사고 돌아간 것이다. 마치 주일 한국 대사가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간부들에게 저녁을 사주고 격려하고 돌아간 셈이다. 대만과 중국은 남북처럼 외세에 의해 분단됐고, 14년 이상 내전까지 겪었다. 우리보다 상처가 많았지만, 이제 화해와 통일을 향해 나가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체결한 6.15, 10.4선언으로 남북은 냉전을 종식하고 교류와 화해의 물결로 전환됐다. 당시 대륙(=중국)인들과 대만인들은 왜 우리는 저렇게 못하는가 하면서 남북 관계를 부러워하며 배우려했다. 그런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8년 동안 남북 관계는 얼어붙었다. 그 사이 양안 관계는 1년에 800여만 명이 서로 왕래하고, 대만인들이 본토에 기업 4만개와 약 3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100만 명이 대륙에서 활동하고 대륙인과 대만인 약 33만 쌍이 결혼했다”

그는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반면, 상대적으로 우리와 유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양안 관계와 남북 관계 비교 연구는 부족하다며 양안 관계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송영길 전 인천시장.(가운데) 그는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반면, 상대적으로 우리(=한국)와 유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양안 관계와 남북 관계 비교 연구는 부족하다며 양안 관계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년 동안 중국과 대만에서 양안 관계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박근혜 정부, 대중국 외교력 높여 실익 챙겨야”

송 전 시장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 비해 대중국 관계를 잘 유지하는 편이지만,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개인적 친분을 넘어 실질적 이익을 결합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 예로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AIIB 참여가 불가피했다면, 한국이 주도해야했다. 미국 눈치 보면서 주저주저했지만, 결국 미국도 참여했다. 내가 대통령이거나 인천시장이라면 AIIB 본부를 인천 송도에 유치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서양은 한국의 투명성과 국제적 표준을 문제 삼아 AIIB 참여를 꺼렸는데, 녹색기후기금 사무국(GCF)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입주한 송도에 AIIB 본부를 설치하면 국제적 불신도 없앨 수 있었다. 대신 한국은 중국 다음 지분으로 참여해 권한을 얻을 수 있었다. 이로써 한국의 안보를 더욱 튼튼히 할 수 있었다. 그런 기회를 놓쳤다”

그는 또한 중국 내 대한독립운동의 역사가 전무하다며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짬짬이 중국 박물관 등에 가봤는데, 대한민국 독립운동역사가 전혀 보존되지 않고 있었다. 황포군관학교를 가 보아도 김원봉ㆍ최원봉ㆍ이육사 선생님들의 기록은 하나도 없었다. 사진 한 장 없다. 9월 9일 중국이 종전 70주년 기념식에 박 대통령과 김정은을 초청했다.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황푸군관학교는 중국 최초의 현대식 군사학교로 북벌 기간과 중일 전쟁, 국민당ㆍ공산당 내전 기간에 중국의 수많은 군사 지도자들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독립운동사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김원봉ㆍ최원봉ㆍ오성륜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