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주민직선제로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했으니, 온전한(?)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지 꼭 20년이 흘렀다. 과거를 좀 더 살펴보면, 1949년 8월 15일 처음으로 지방자치법이 제정됐고, 1952년에 최초로 각급 지방의회가 설치됐다.

하지만 이승만 정권의 1공화국 시절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정치 도구화돼 중앙정부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실정이었고, 4·19혁명 이후 2공화국에서는 자치단체장은 임명제로, 지방의회 의원은 기초의회 의원까지만 주민직선제로 뽑았다. 그러나 1961년 5·16군사정변 이후 지방의회는 해산됐다. 그 뒤 30년 만인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돼 직선제로 지방의회의원 선거가 실시됐으나 단체장 선거는 없었다. 이렇듯 지방자치제도는 민주화와 그 궤를 같이 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지방의회의 모습은 어떤가? 비민주적이고 천박하기까지 한 모습들이 세간에 계속 회자돼왔다. 이번에 보도한 계양구의회의 무분별한 업무추진비 사용과 부평구의회의 ‘공무국외여행 조례 개정안’ 심사 보류도 맥락을 같이한다.

계양구의회는 10개월간 업무추진비 9800여만원을 지출했는데, 이중 6000여만원을 ‘동료의원과 간담회’ 명목으로 썼다. 그 횟수가 527회라니, 날마다 두 차례가량 동료의원과 간담회를 하고 밥이나 술을 먹은 것이다. 계양구의회 의원 전원은 공무국외여행 허위 보고서 작성 의혹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부평구의회의 ‘공무국외여행 조례 개정안’ 심사 보류도 납득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의 취지는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의원·공무원보다 민간이 더 많게 하고, 단순한 시찰이나 견학을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여행경비를 부당하게 지출했을 땐 환수 조치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소수 정당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됐다. 이소헌 의원이 개정안 발의에 앞서 실시한 주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412명 중 330명이 ‘투명하고 공개적인 국외연수가 이뤄지게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답했다.

지방의회는 주민대표·의결·입법·감시기관으로서 지위를 갖는다.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앙 집권적이고 엘리트 위주의 정치 행위가 만연해 있다. 그 폐해가 적지 않다. 지방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기 위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해야할 지방의회조차 당리당략에 빠져있다. 주민들의 불행이다. 그래서, 지방의회가 자정 노력을 하고 혁신하길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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