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운하의 소녀’ 읽고 뒷 이야기 쓰기


운하의 소녀 (티에리 르넹 지음 / 비룡소 펴냄)

책 ‘운하의 소녀’는 아동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성폭행을 당한 아이의 불안감을 보여주는 이 책은 어른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함께 보여준다.
이번 글쓰기는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주인공 ‘사라’가 되어 그 뒷이야기를 글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음열기
“운하의 소녀라는 책을 읽고 든 느낌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볼까?” “정말 끔찍했어요.” “어떻게 선생님이 그럴 수 있죠?” “성폭력 문제에서 가해자는 대부분 아는 사람이래.” “왜 아는 사람이 그러는 거죠?” “자기들도 알려질까 봐 겁이 나니까 만만한 상대를 찾아 그러는 것이 아닐까?” “그 말이 맞아. 장애여성이나 어린아이들 같이 힘없는 여자들한테 더 잘 일어나거든.” “저는 솔직히 사라의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어떻게 자신을 성폭행하는 미술선생님한테 자꾸 찾아갈 수가 있죠?” “내 생각에 그건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했던 것이 아닐까?” “어쩔 수 없다는 건 좀 말이 안 돼.”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면 되는데 사라는 부모님한테도 말하지 않았잖아.” “그건 말하기 너무 어려워서 아닐까? 나 같아도 엄마한테 이야기하기 참 어려웠을 것 같은데…”

“그런데 사라가 누구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일이 커진 거잖아.” “사라가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사라를 주의깊게 봤으면 평소 같지 않은 사라의 행동을 눈치 챌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럼 사라가 했던 이상한 행동들이 무엇이지?” “자기 방에 있는 인형의 배를 태우며 ‘말하지 마’ 그러잖아요.” “그건 ‘슬픈 란돌린’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아이가 그림을 폭력적으로 그렸잖아요.” “불안한 마음을 그렇게 나타낸 것이 아닐까요?” “그래 그런 것 같아.” “그리고 사라는 길고 아름답던 머리를 짧게 잘라버렸어요.”


“자기가 아름답게 보여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맞아. 그러고 보면 사라의 행동에 다 이유가 있었던 건데 부모님은 왜 알지 못했을까?” “그래서 사라는 더 답답했을 것 같아.” “부모님이 자꾸 자기를 성폭행하는 미술선생님한테 가라고 하잖아.” “그래도 담임선생님 같이 사라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담임선생님도 어렸을 때 그런 일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사라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역할극 하기

“그럼, 우리 각자 역할을 맡아 역할극을 해보자.” “전 미술 선생님은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등장인물은 사라, 미술선생님, 담임선생님, 형사 어때요?”


형사 : 미술선생님께 묻겠습니다. 사라한테 어떤 행동을 하신 겁니까?
미술선생님 : 전 단지 그냥 사라가 미술을 열심히 해서 사라를 도와주려고 했던 것뿐입니다.
담임선생님 : 사라를 도와주려고 해서 성폭행합니까?
미술선생님 : 제가 한 게 아닙니다. 사라도 좋아서 자꾸 찾아왔습니다.
형사 : 그럼, 사라에게 묻겠습니다. 좋아했습니까?
사라 : 전… 모르겠습니다. 쟤도 벌을 받아야 합니다.
형사 : 쟤가 누구입니까?
사라 : 인형입니다.
형사 : 왜 쟤가 벌을 받아야 하죠?
사라 : 쟤가 좋아했거든요.
담임선생님 : 쟤가 뭘 좋아했는데?
사라 : 미술선생님 목소리요.
담임선생님 : 사라야, 쟤가 어떻게 느꼈냐하는 건 쟤만의 문제야. 쟤가 좋아했다 하더라도 그걸 미술선생님이 이용할 권리는 없어.


사라, 치유하기

유진과 유진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펴냄)

“역할극을 해보니까 어떠니?” “미술선생님이 정말 못된 것 같아요.” “보통 성폭행 재판에서 미술선생님 같이 당한 사람도 좋아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아.” “그럴 때 담임선생님이 한 이야기를 꼭 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사라한테는 어떻게 해줘야 할까?” “그건 ‘유진과 유진’ 책을 통해 이야기해볼까?” “유진과 유진에서 보면 어릴 때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이가 모두 유치원 원장한테 성폭행을 당하지 그런데 둘의 상처를 풀어가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달랐지. 어떻게 달랐지?”


“큰 유진이네 부모님은 ‘네가 잘못이 없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사랑한다는 걸 확인시켜줘요.” “그래 그래서 큰 유진이는 그 상처를 잊어버리진 못해도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게 되지. 그럼 작은 유진이네는 어땠지?” “작은 유진이네 부모님은 너한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고 몸을 박박 문질러 씻겨요.”


슬픈 란돌린 (카트린 마이어 지음 / 문학동네 펴냄)

“그래서 작은 유진은 기억을 잃어버리지만 나중에 기억해내고 방황해요.” “너희는 어떤 게 옳은 방법인 것 같니?” “큰 유진이네요. 물론 작은 유진이네 부모님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그게 더 큰 상처가 되잖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라나 유진이들이나 모두 그 아이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 아이들한테 그렇게 한 사람이 잘못한 거잖아요. 그런데 저 같아도 그런 일을 당하면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맞아. 사라가 자기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그 아이들한테 누가 널 다치게 했어도 소중하다고 이야기해줘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사라에게 뭐가 필요한 것 같니?” “슬픈 란돌린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정말 믿어주는 사람이요.”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사라, 그 후 이야기 써보기

성다인(인송중학교 1년)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몇 년이 지난 것처럼 기억이 희미하다. 미술선생님과 재판, 옛날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무심코 달력을 보니 겨우 세달 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선생님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선생님이 나를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덕분에 나도 제법 밝아졌다.

그 때 일은 차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젠 나의 기분을 안다. 그 때 너무 두려웠던 것 같다. 부모님도, 아무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다. 그 일을 또 당한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어쩌면 난 또 말도 못하고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선생님은 나와 많은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도 나와 같은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웠다. 가끔은 그 기억이 떠올라 눈물을 흘릴 때도 있고 잠자다가 놀라서 깨는 때도 있다. 하지만 난 그것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오늘 선생님과 운하를 보러 갔다. 기분이 좋았다. 왠지 앞으로는 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운하는 흐르고 있었다.

▲ 왼쪽이 성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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