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 8돌 맞아 찾은 금강산


지난 9월 9일 북의 핵무기 실험 이후 북-미, 남-북간의 관계가 대결 경색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냉전을 걷어내고 민족화해협력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금강산관광이 8돌을 맞았다.
철지난 이데올로기 대결과 일부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의 금강산관광 중단 발언 등으로 인해 침체에 빠진 금강산관광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남측의 통일단체가 중심이 돼 금강산 지킴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8일 현대아산과 공동으로 금강산 외금강호텔 앞에서 금강산 지킴이 발대식과 함께 금강산관광사업 추진 8돌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과 김원웅 국회의원, 북한 어린이 빵공장건립사업과 우유 지원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는 민간통일단체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최병모 대표 등이 참석해 “6·15공동선언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사업의 지속과 확대를 위해 모두 노력하자”고 서로를 격려하며 다짐했다.


▶ 11월 8일 금강산관광 8돌을 기념해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등이 기념수를 하고 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한반도에는 여러 빼어난 산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절경이 뛰어나기로 손꼽히는 이름난 산이 금강산이다. 
금강산은 저 멀리 중국의 소동파에서 이황, 이이, 정찰, 김정희, 김삿갓 등 우리 민족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이 모두 금강산에 올라 그 경치에 입을 다물지 못했을 정도의 민족 최대의 명산이다.

11월에 오른 금강산은 화려한 가을 옷을 벗고, 흰 새 옷을 갈아입기 위한 외로운 몸짓을 하고 있었다. 마치 냉랭해진 남북 사이의 정세를 반영하듯 조금은 싸늘하게 말이다. 
금강산에는 4개의 관광코스가 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구룡연코스와 만물상코스는 1만2천봉의 금강산 전경을 보기에 가장 좋은 코스이고, 삼일포·해금강코스는 관동팔경의 하나로 불릴 만큼 빼어난 절경을 볼 수 있다. 수정봉코스는 예로부터 수정이 많은 곳으로 알려진 곳으로 금강수정문에 이르는 암벽 철계단의 아찔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금강산 만물상 중턱에서 바라본 만물상 절경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구룡연·만물상

구룡연코스는 차가운 폭포와 사계절 푸른 담(潭)과 소(沼)를 감상할 수는 곳으로 외금강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자연으로 만들어진 금강산의 5대 돌문 중 하나인 금강문을 지나면 옥류동과 구룡연으로 가는 길이 펼쳐지게 된다.
게르마늄이 많아 초록빛을 띄는 금강산의 맑은 샘물은 겨울의 초입에도 불구,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도시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이 녹아들 정도로 경치에 빠지면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인 구룡폭포에 다다르게 된다.

150m 높이의 깎아 지르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닿는 못은 금강산을 지키는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실감나게 한다.

구룡폭포를 한달음에 뛰어 내려가면 선녀들이 목욕했다는 상팔담을 볼 수 있다. 구룡폭포보다는 조금 가파른 곳이지만, 상팔담의 빼어난 경치와 맑은 물을 보면 왜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했는지 알 것만 같다.
구룡폭포와 상팔담에서 폼을 잡고 사진 한 장 찍고 내려오면 북측에서 운영하는 목란관에서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다. 냉면과 비빔밥을 먹을 때는 음식이 입에서 살살 녹아 솜사탕 먹는 기분이 든다. 그것 가지고 양이 안 찬다면 메밀부침에 막걸리 한잔에 곁들이는 것도 참 좋다.

숙소로 돌아와 산행에 지친 몸을 현대아산에서 운영하는 금강산 온천에서 풀며 야외 온천탕에서 마저 보지 못한 금강산 절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기가 하늘인지, 땅인지 분간하기 힘들게 된다. 


▶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는 상팔담. 여덟개의 담이 연결되어 있다


관동팔경의 백미, 삼일포와 해금강

풍류와 멋을 중시했던 선조들이 뽑은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관동팔경의 백미로 알려진 삼일포와 해금강 코스는 구룡연과 만물상에서 맛보지 못한 바다의 깊은 맛이 녹아있다.
원래 삼일포는 하나의 만이었으나 적벽강(남강)으로부터 밀려와 쌓인 흙과 모래로 인해 만의 입구가 막혀 호수가 됐고, 오랜 시간 금강산에서 흘러내려온 민물이 바닷물을 밀어내 민물이 됐다.  

삼일포를 둘러싼 36개의 봉우리는 호수를 병풍같이 휘감은 거대한 절벽이나 밀림 아래 있는 것처럼 웅장하면서도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정취를 동시에 준다.
삼일포 호수의 둘레는 8km에 달하며 수심도 10m 내외로 국지붕 등 36개의 봉우리가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그 경관에 입이 벌어진다. 
특히 호수 주변에 조성돼 있는 소나무 숲과 대나무 숲은 연인들과 가족들에게 좋은 산책코스다. 그 경관에 빠져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절대 혼자는 그 길을 걷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금강 코스는 삼일포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데, 이동하는 동안 북측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동해바다의 그 맑고 투명한 빛깔은 남측에서 느껴보지 못한 풍경이라 이국적 정취마저 들 정도다.

바다와 주변 경치에 취해 조금 걷다보면 금강산 여기저기에 있는 금강문과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전혀 새로운 풍경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나오는데, 이 문을 해금강문이라고 한다.
전혀 다른 세계를 인도하는 문처럼 두 개의 바위기둥을 지나면 소나무가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2박3일 일정의 금강산 관광에서는 만물상과 교예공연 등도 볼 수 있다. 간혹 금강산 정취에 취하거나 북측 안내원의 재미난 해설에 빠져 귀면암에 눌러 앉아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키다가 시간을 놓쳐 그만 만물상의 경치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북측 안내원과의 담소나 대화를 통해 북측 사회가 품고 있는 고민과 함께 개개인들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괜찮다.
언제나 그렇듯 떠나올 때의 북의 모습은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는 안타까움으로 인해 한 장면, 한 사람이 더 아름답고 살갑다.  

일부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미국의 강경세력은 금강산관광이 북의 핵개발 등에 활용되는 자금을 만들어 주는 통로가 된다며 호들갑을 떨곤 한다.
하지만 훨씬 많은 이들이 그 호들갑보다는 남과 북이 하루빨리 하나가 되어 그동안 서로의 삶과 민족의 찬란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길 원한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은 ‘우리 민족끼리 잘살자’는 6·15공동선언의 옥동자이자, 민족 화해와 협력 그리고 한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란 역사적 혜안이 더욱 필요할 때다.
11월 18일 금강산 해금강호텔에서 우리 민족 스스로가 지금의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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