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현 남동구청장, 공무원노조 면담서 ‘발뺌’
공무원노조 등, ‘노조 탄압ㆍ독선 행정’ 규탄

▲ 장석현 남동구청장과 전국공무원노조 간부들이 구청장 집무실에서 면담하고 있다.
남동구(구청장 장석현)가 구청사 안에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남동구지부(지부장 방기두) 사무실을 폐쇄하겠다고 통보해 양쪽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11시 40분께 장석현 구청장과 남동구지부 쪽의 면담이 이뤄졌다. 이날은 남동구가 남동구지부 사무실 폐쇄를 강제 대집행하겠다고 한 날이다.

남동구지부 등이 전한 면담 내용을 정리하면, 장 구청장은 ‘지부 사무실을 폐쇄하라고 한 적이 없고, 구가 계고장을 보낸 것도 모른다’고 한 뒤 ‘구청사 지하 식당 바로 옆에 있는 넓고 쾌적한 공간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기기 등을 구비해 이동하는 것을 지부가 받아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 면담에선 그동안 남동구지부 등이 ‘구청장의 독선행정’이라고 비판한 사안들도 거론됐다.

직원 단체 근무복 착용에 대해 장 구청장은 본인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한 뒤, ‘근무복을 착용하지 않아도 근무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줄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다. 또한 직원 출퇴근 지문인식도 본인이 지시한 적 없고, ‘직원 근무태도를 관리하라고 했는데, 해당 부서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앞으로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직원 개인별 업무일지 작성’에 대해서는 ‘당장 일괄 실시할 계획은 없고, 시범적ㆍ순차적으로 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도입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 했다.

2시간가량 진행한 면담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방기두 지부장이 빙부상으로 휴가 중이라, 다음 주에 지부장과 구청장의 면담에서 현안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면담이 끝난 뒤 이상헌 남동구지부 사무국장은 “직원들에게 근무 부담을 주는 업무일지 작성을 철회한다면 구청사 재배치 계획에 협조할 의향도 있다. 그러나 오늘 구청장과 면담에서는 결론 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 전국공무원노조 남동구지부 조합원을 비롯한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 등이 남동구청 현관 앞에서 ‘남동구청장 공무원노조 탄압 및 독선행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편, 이 면담에 앞서 남동구지부는 오전 10시 구청 현관 앞에서 ‘남동구청장 공무원노조 탄압 및 독선행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는 전국공무원노조 남동구지부 조합원은 물론, 정보훈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직무대행과 박종면 전국공무원노조 인천지역 본부장,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지역 본부장, 남동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단 등 50여명이 참가해 7월 1일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 장 구청장의 행정을 성토했다.

박종면 인천지역 본부장은 “13년 전 남동구지부가 출범한 이래 전국에서 모범적으로 단체협상도 체결했다. 그러나 장 구청장 취임 이후 독단적 행정으로 인해 공무원 900여명이 구청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 그 피해는 52만 남동구민에게 돌아간다.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했다.

박 본부장은, 이날 오전 9시 남동구 비서실장이 내부전산망에 올린 ‘진실의 왜곡’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비서실장은 ‘근무복 착용은 단연코 자율적 착용이 전제됐으며, 지문인식기도 출ㆍ퇴근 및 지참자에 대해 점검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고 썼다.

이 글에 대해 이상헌 남동구지부 사무국장은 “구청장이 근무복을 입고 구청을 다니면 직원들은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암묵적 강제라 생각한다. 지적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다”며 “지문인식기 점검을 안 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일주일 단위로 출퇴근이 기록된 리스트를 내부전산망에 띄워 전 직원이 공람했다”고 반박했다.

▲정보훈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권한대행이 발언하고 있다.

정보훈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남동구청장의 독단행정을 막기 위해 전국 13만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함께 달려왔다. 전국 어디에도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폐쇄한 곳이 없다. 남동구청장에게 경고한다. 공무원노조 탄압을 중단하지 않으면 공무원노조 13만 조합원과 80만 민주노총 조합원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라고 했다.

김창곤 민주노총 인천지역 본부장은 “남동구청 외벽에 쓰여 있는 ‘창조경제의 시작’이 노조탄압인가? 장 구청장 취임 이후 노사관계가 갈수록 악화됐다. 구청장의 행태가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의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인화 공공운수노조 인천지역 본부장은 “장 구청장은 ‘1사 1일자리’를 얘기하면서 한 사업장에 한 명씩 더 채용하라고 한다. 우리 조합원들이 남동구청장 취임 이후 해고되거나 인권을 무시당하고 있다. 현재 공무원들에게 도입하려는 ‘업무일지 작성’도 (남동구 산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우리 조합원에게도 적용된다. 도로가 파인 곳을 메우는 업무를 하는 조합원들이 시간마다 업무일지에 ‘삽질’이라고 기록해야하는가? 말도 안 되는 행위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동수 남동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민주적인 제도들이 무력화됐다. (취임 전) 주민참여예산이나 동복지위원회는 전국의 모범으로 회자됐다. 주민과 공무원을 무시하는 남동구청장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남동구청장은 주민과 공무원들에게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성토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들은 장 구청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구청장실로 향했으며, 그 과정에서 출입을 통제하려는 청원경찰과 남동구 공무원들과 마찰이 있었다. 인근 남동경찰서 기동반 형사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 기자회견이 끝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구청장실로 향하자, 청원경찰과 남동구 공무원들이 막고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