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인 양준호 경제학 교수를 안 것은 지난해 6월쯤으로 기억한다. 페이스북(facebook)에서다. 당시 양 교수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연구 안식년의 막바지를 보내는 중이었다.

양 교수가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을 읽은 후, 기업 규제완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동시에 인천대에서 자신이 진행할 대학원 수업을 시민공개강의로 전환하니 일반인도 참석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대학이 시민이 함께 누려야할 공공재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그래서 공개수업에 참여했다. 수업 도중 낙수효과(trickle down) 얘기가 나왔다. 기업 규제완화 즉, ‘기업 법인세율 등을 인하하면 기업이 절감한 세금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 투자로 고용이 늘어나 경기가 활성화되고, 이로써 지금보다 더 잘살게 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첫째 규제완화 정책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건 투자수익률이지, 법인세율 인하가 아니다. 법인세율 인하만 하면 기업의 내부 잉여금만 쌓일 뿐이다.

지난해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겠다고 하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규제가 많아 투자하지 못하고, 이미 과세한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정부는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이렇게 공개수업이 시작됐고, 그 수업은 ‘공공정책론’ 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열렸다. 교재는 토마스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론’이었고, 수강생들이 돌아가며 2장씩 발표하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수강생이 책 내용을 정리해 발표한 뒤, 양 교수가 발제에서 미흡한 부분을 보충해 설명하는 식이었다. 나아가 양 교수는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관련한 내용을 덧붙여 해설했다.

처음엔 대학원 수업이지만 공개수업이므로 수강생이 많을 것이고, 그냥 청강하는 것으로 생각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10명 정도의 수강생 면면을 보면, 시의회 전문위원, 감정평가사, 중국 유학생, 사회적기업 대표,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연구원 등 매우 다양했다. 이미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도 있었고, 전문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어, 이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알고 소통하면서 편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21세기 자본론’의 주요 내용은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후 경제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구조가 지속되면, 다시 말해 구성원 간, 국가 간 무한 경쟁이 지속된다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한 개인의 능력이나 한 나라의 능력으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없다. 게다가 자본을 축적한 자는 자본 소유에 따른 불로소득이 있기 때문에 불평등은 더욱 심해진다. 이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누진자본세’를 도입해야한다. 이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 저자는 자본가 개인은 점점 더 부자가 되는데 각 나라는 점차 더 부채가 늘어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서도 누진자본세를 도입해야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가가 가진 자본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돼야하는데,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대책은 부실하다. 그래서 중국의 재산권과 소유권에 대한 연구와 활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21세기 자본론’에 대한 수업은 지난달에 끝났다.

앞으로 진행할 수업 내용은 ‘지역 내발(內發)적 발전(=지역순환형 경제사회구조)’에 관한 것이다. 수강생 중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으니 지역 내 사회적기업의 실제와 이론을 겸비한 특별한 수업으로 진행될 것 같다. 또한 다른 지역하고도 협력하는 포럼과 공동사업 추진도 기대감이 크다. 이글을 읽은 분들도 이 공개수업에 함께 참여하길 바라고 기대한다.

/권해형 연수구 주민참여예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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