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최선미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

그는 요즘 바쁘다. 여러 군데서 인터뷰 요청이 와서다. 후원이 필요해 홍보해야할 처지이지만 반갑지 않은 인터뷰다. 최선미(49ㆍ사진)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을 만나 이유를 물었다.

2015 책의 수도 인천, 4월 23일 개막

▲ 최선미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회장.
유네스코는 매해 4월 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1년 스페인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매해 대륙을 안배해 세계 책의 수도를 선정하고 있다. 4월 23일은 에스파냐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을 기념해 유네스코가 지정한 날이다.

2013년 7월, 유네스코는 인천시를 2015년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했다. 세계에서 열다섯 번째이자 아시아에선 세 번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선정된 인천시는 내년 4월 22일까지 1년 동안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저작권ㆍ출판문화산업ㆍ창작 등과 관련한 국내외 교류와 독서문화 행사의 중심도시로 도서 또는 독서와 연관한 행사를 주관한다.

지난 4월 23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화려한 개막식을 열었다. 이 행사에는 유정복 인천시장, 에릭 진 루이스 펄트 유네스코 사무총장보, 지티 디 샤라크 트래스빈 국제출판협회 대표,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각계 인사와 시민 500여명이 참석했다.

“책의 수도 인천 개막주간(4.22.~24.)에 컨벤시아에서 도서관 홍보부스를 운영한다는 연락이 왔다. 구별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에 하나씩 배정된 걸로 안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은 3일간 부스를 지킬 인력도 재정도 없는 형편이다. 공립을 제외한 민간 작은도서관은 참여를 거절했다. 그 후에 시에서 일부 재정지원이 된 걸로 안다. 하지만 참여하지 않았다”

“진정한 파트너십이 아닌 생색내기용”

인천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이 220여개 있다. 인천에 존재하는 도서관의 80%다. 작은도서관은 20여 년 전부터 시민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과 더불어 공동체운동을 했다. 이런 활동을 하는 작은도서관 열다섯 개가 모여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이하 협의회)를 꾸렸다.

이 조직과 별도로 인천시는 인천작은도서관운영자모임(이하 운영자모임)을 만들었다. 최씨는 협의회 회장이자 운영자모임 부평 대표이면서 운영자모임 소집권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운영자협의회엔 아직 회장이 없다.

“내가 관장으로 있는 달팽이미디어도서관이 올해로 10년째다. 많이 활성화돼 민관에서 벤치마킹하러 자주 온다. 책의 수도 개막식을 앞두고도 언론매체에서 취재 요청이 많이 왔다. 그 중엔 인천시에서 운영하는 매체도 있었다. 그러나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 책의 수도 인천으로서, 독서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협력자관계가 아닌 행사에 끼워 넣기할 그림이 필요했던 것 같다. 1년간 진행할 ‘책의 수도’ 행사의 로드맵을 갖고 작은도서관과 어떻게 협력하고 지원할지에 대한 계획은 전무했고, 개막식에도 일회성 초대 손님으로 불렀다”

모세혈관 역할 하는 작은도서관

▲ 달팽이미디어도서관에서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추모 기획전’을 진행했다.
현재 도서관을 관리하는 중앙부처는 세 개의 조직으로 나뉜다. 인천시의 경우, 도서관 설립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시교육청이면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이고, 시나 구의 재정으로 운영하면 행정자치부 소속, 최 회장이 있는 사립 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이다. 소속이 다르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해 관계자들은 행정체계의 일원화를 주장했다.

지난 4월 17일,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문화분과는 ‘인천, 세계 책의 수도에 적합한 도서관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 개최 계획서에는 토론자 7명 중 1명을 작은도서관 몫으로 뒀지만, 민간 작은도서관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최 회장은 토론자로 나가겠다고 강하게 주장해 그 자리에 함께 했다.

“작은도서관 입장에서 바라보는 ‘책의 수도, 인천’에 대해 10분 정도 발언했다. 작은도서관의 역할과 필요성은 공감하면서 행정체계나 지원에 대한 고민은 너무 더디다. 작은도서관은 모세혈관 같은 조직이다”

구립도서관이 예전에 비해 많이 생겼다. 부평구의 경우 부개ㆍ삼산ㆍ청천ㆍ갈산ㆍ부개어린이ㆍ부평기적의도서관 등 모두 여섯 개다. 그러나 여전히 그곳에 가려면 걸어가기는 멀고 버스 타기에는 애매한 주민이 훨씬 더 많다.

최 회장은 작은도서관은 걸어서 멀어도 10분 거리에 있고, 유모차를 끌고 와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강조했다.

“접근성만 좋은 게 아니다. 작은도서관은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게 핵심이다. 동네마다 특성이 있다. 도서관이 시장에 있는지, 아파트나 일반주택 지역에 있는지에 따라 도서관의 역할은 다르다. 고정된 도서관이 아닌 상황에 맞게 그 지역에서 녹아들어 피를 돌게 한다”

‘작은도서관은 발뒤꿈치를 들고 다니며 조용하고 정숙함을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읽고 뛰어다니는 놀이터여야 한다’는 최 회장은 작은도서관의 여러 사업 중 하나인 ‘사람책’을 소개했다.

협의회 소속 도서관들은 찾아가는 서비스 차원에서 상가나 시장 상인들을 직접 찾아가 책을 전한다. 그걸 ‘책 수레’라고 하는데, 그렇게 상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인생역정을 듣는다. 도서관 회원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상인을 도서관으로 초청해 그가 살아온 삶과 가치관 등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데, 그걸 ‘사람책’이라 한단다.

“도서관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 생각한다. 책이라는 건 지식을 모아놓은 자료다. 핵심은 사람이고 그 사람 얘기를 쓴 것이 책이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사람에게서 배우기에 ‘사람책’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전도 열어

협의회가 소속된 한국어린이도서관협의회는 전국 100여개 도서관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전을 하자고 제안했다.

“안 그래도 우리 도서관에서도 1주기를 맞이해 세월호 관련한 도서 기획전을 열거나 ‘시행령 폐기’ 서명 등을 고민했는데, 마침 제안이 왔다. 인천은 작은도서관 13개가 참여했다. 돈이 없어 포스터는 못 만들고 웹자보를 만들어 SNS에 홍보했다. 홍보 웹자보를 보고 산곡1동에 있는 마곡초등학교 도서관 사서 엄마 12명이 우리 도서관에 찾아왔다. 엄마들이 마곡초에서도 이런 행사를 하고 싶다기에, 여러 의견을 나누고 갔다”

원래는 4월 24일까지 한시적으로 추모 기획전을 할 생각이었지만 당분간 계속 전시할 예정이란다. 세월호 인양 문제나 시행령 폐기 등,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루 평균 30여명 이상, 책 60권 이상이 꾸준히 대출되는 동네 모세혈관인 작은도서관은, 최 회장의 얘기를 듣고 나니 ‘작은’이란 단어가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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