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지방재정계획 생략한 채 정부에 제출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검증도 의문

인천시가 올해 8월 인천관광공사 설립을 목표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시는 지난 2월 2일 유정복 시장이 주재한 ‘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하고 사흘 뒤에는 시민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공청회에 앞서 타당성 검토 용역(용역비 5500만원)을 맡은 한국산업관계연구원은 ‘타당성이 있다’는 용역 보고서를 시에 제출했다.

시는 공청회를 마친 후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지방공기업법 시행령’과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 기준(2014.9.25. 시행)’에 따라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에 관광공사 설립 타당성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다. 행자부는 5월 중에 이 의견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의 행정절차 중 중요한 부분이 누락됐고, 행자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가 부실하게 작성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설립 타당성 검토 때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 생략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 기준’을 보면, 공사 설립을 위한 타당성 검토시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제47조 4항에 따라 ▲사업 적정성 여부 ▲사업별 수지 분석 ▲조직ㆍ인력의 수요 판단 ▲주민 복리 증진에 미치는 영향 ▲지역경제와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적정 자본금ㆍ가용 투자재원 분석 등을 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중기지방재정계획을 바탕으로 가용 투자재원과 향후 5개년 동안의 추세 분석’이다. 즉, 공사 설립을 위한 타당성을 분석할 때 중기지방재정 계획에 먼저 반영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올해 8월 관광공사 설립’을 목표로 했음에도 지난해 열린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 때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는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가 없어 지난해 반영하지 못했다며, 올해 초 용역 결과를 토대로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에 반영할 것이라 했다. 이는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 기준’ 위반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기존 사업을 공기업에 위탁하고자 할 때에는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발주 시 기존 인력 감축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을 ‘중기기본인력운용계획’에 반영해야한다.

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자료를 보면, 시 마이스(MICE)산업과의 업무를 관광공사로 이관하는 것으로 돼있다. 즉, 이는 기존 업무를 공기업에 위탁하는 것으로 ‘중기기본인력운용계획’에 반영해야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마이스산업과가 수행하고 있는 업무를 관광공사로 이전하는 게 아니라, 마이스산업과의 업무와 관광공사의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다. 마이스산업과는 정책을 담당하고, 관광공사는 사업을 담당하는 것이라 해당 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모순이다. 시가 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으로 현재 시와 인천도시공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에 혼재돼있는 마이스산업 업무를 관광공사로 통합하겠다고 해놓고, 다른 소리를 한 것이다.

용역 검증심의와 최종보고회를 같은 날?

▲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16개가 구성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4월 27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광공사 설립 중단을 촉구했다.

또한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 기준’은 ‘지방공기법 시행령’ 47조에 따라 행자부 장관이 정한 기준이다. 이 기준은 ‘공기업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이 완료되면 지자체는 7인으로 구성한 ‘용역 결과 검증 심의회’를 개최해 용역 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이를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해야한다.

그러나 시는 이 검증 심의회가 비공개 대상이라며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 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2014년 9월 25일 개정한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 기준’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따라서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2014년 9월 25일 개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개 의무가 사라진 게 아니다. 행자부가 이 기준을 개정한 것은, ‘지자체 출자ㆍ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2014년 9월 25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지방공기업법 시행령’의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 기준’에 담겨있던 지방공기업 이외 출자ㆍ출연기관 설립에 관한 규정을 ‘지자체 출자ㆍ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로 옮겼을 뿐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용역 결과 검증 심의회 개최일이다. 시는 이 검증 심의회를 ‘올해 2월 2일 개최했다’며 심의회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월 2일은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유 시장이 주재한 관광공사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린 날이다.

시 출연기관 연구원과 관광공사 설립 추진위원이 심사위원?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기준’에 따라 시는 관광공사 설립 심의위원회를 시의원ㆍ관계공무원ㆍ전문가 7~9명으로 구성하되 그중 과반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해야한다.

시는 심의위원 9명을 위촉했다. 시의원이 1명이고, 관계공무원이 3명이다. 나머지 5명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인천발전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장, 전 경기관광공사 사업본부장, 인하공전 관광경영과 교수, 인천재능대 호텔관광과 교수다.

그런데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출연기관이고,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시 출연기관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출연한 기관을 민간이라 할 수 있는지,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게다가 고병욱 전 경기관광공사 사업본부장은 유 시장과 제물포고교 동문으로, 이미 인천관광공사 설립 추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런 설립 추진위원이 설립 심의위원을 겸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또,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기준’에 따라 인천관광공사는 경상비의 50% 이상을 경상수입으로 충당해야한다. 시가 행자부에 제출한 검토 용역 결과보고서에는 항만 면세점과 월미산 케이블카 운영 등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수익 발생이 계획한 시점에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는 월미산 케이블카 운영 수익 발생 시점을 2018년으로 계획했는데, 그렇다면 2017년에 준공해 2018년부터 운영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도시미관 저해와 환경파괴 등, 여러 논란거리를 안고 있어 계획대로 준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울러 관광공사가 2017년에 면세점에서 수익을 내려면 내년에 면세점이 입점해야한다. 시 계획상 면세점 위치는 시내 한 곳과 새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이다. 그런데 시내 면세점은 아직 위치가 정해지지 않았고 허가권을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어, 내년에 개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항만 면세점은 인천 남항에 새롭게 들어설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에 입점할 예정인데, 이 터미널은 송도 9공구에 해당한다. 송도 9공구 인천경제자유구역 도시기본계획을 보면, 2017년 개장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시는 수익을 계상했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처음부터 끝까지 총체적 부실에, 관련법이 규정한 행정절차까지 무시한 위법행정”이라며 “‘지방공기업 설립ㆍ운영 기준’을 보면, 행자부는 ‘지방공기업 설립 사전협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평가한다. 그런데 인천시가 제출한 자료는 부실 덩어리다. 행자부가 제대로 검증할 수 있게 행자부에 민원을 넣고,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서와 분석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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