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2030인천도시기본계획(안)에 ‘검단~장수’ 도로 건설을 끼워 넣었다. 도심 자연녹지축 파손과 주거환경 피해를 걱정한 시민과 환경단체들의 강한 반발로 2010년 폐기한 계획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망령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검단 신도시 건설에 따른 광역교통망 즉, 인천의 남북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없어 이를 확보하기 위해 ‘검단~장수’ 도로 건설이 필요하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2010년 이 도로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제2외곽순환도로 활용과 장제로, 봉수대로 등 기존 도로 확충 등을 대안으로 찾아보겠다’고 한 것은 언급하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돈을 빚내 쏟아 부었지만 답보상태에 있는 검단 신도시 개발을 살리려는 몸부림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인천도시공사의 부채 약 8조원 가운데 약 3조원을 발생하게 한 것이 검단 신도시 개발 사업이다. 도시공사는 검단 신도시 1지구 사업에 토지 등 보상비로 지금까지 약 2조 2000억원을 투입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부채가 약 3조원이다.

이에 유정복 시장은 영종하늘도시 사업을 도시공사가 맡을 테니, LH가 검단 신도시를 맡아 달라고 제안했다. LH가 이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자, 검단 신도시 1지구 조성원가를 낮춰 분양률을 높일 방안 중 하나로 ‘검단~장수’ 도로 건설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이 도로 건설비가 약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는데,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또 어떻게 갚을지 걱정이 앞선다.

시는 지난 3월, ‘약 4조원을 투자해 검단에 대규모 글로벌 기업도시인 ‘퓨처시티’를 건설하겠다‘는 두바이투자청의 투자의향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는데, 그 후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투자의향서 접수 후 곧 이뤄질 것이라고 시가 밝힌 정식 양해각서 체결을 위한 제물로 이 도로를 삼은 건 아닌지 의심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도로는 계양산에서 천마산과 원적산, 만월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 즉 인천의 녹지축을 어묵꼬치 꿰듯 관통한다. 인천 자연생태계의 마지막 보루인 한남정맥 녹지축을 파손하면서까지 해야 할 일은 분명 아니다.

결국, ‘땅 투기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도시공사의 부채 일부 청산을 위해 인천시민과 미래세대의 허파를 내주자는 발상’이라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도로로 난도질돼 시민의 환경권과 건강권을 해치는 회색빛 미래를 그릴 것인지, 녹지와 갯벌, 하천이 어우러지는 푸른 미래를 그릴 것인지가 2030인천도시기본계획에 달렸다. 시가 제발 정신을 차리길 진정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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