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신선아 인천재가노인복지협회 회장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거나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재가(在家) 노인들의 욕구를 파악해 필요한 자원이나 서비스를 지역사회와 연계해 지원함으로써 그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도모하고, 나아가 노인복지 발전에 기여하고자한다’

1995년 11월 29일 창립한 사단법인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인천지회, 즉 인천재가노인복지협회(이하 인재협)의 창립 배경이자 목적이다.

7대 인재협 회장으로 3월 1일 취임한 신선아(46ㆍ사진) 부평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부평구 십정동 소재) 센터장을 최근 만나 재가노인복지사업과 인재협의 역할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년 전, ‘찾아가는 복지’로 주목 받아

▲ 신선아 인천재가노인복지협회 회장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가 창립한 지 올해로 20년 됐다. 사단법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전국에 지회를 만들었고, 그때 인재협도 만들었다. 또, 그 무렵 보건복지부에서 재가노인복지사업 관련 규정을 만들었으니, 우리나라 재가노인복지의 역사 또한 20년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업을 수행하는 시설을, 처음엔 가정봉사원 파견 시설, 일명 ‘가파시설’이라 했다.

“집으로 찾아가는 복지가 처음엔 낯설었을 거예요. 그 전에는 복지관을 짓고, 거기에 이용자들이 와서 생활하거나 이용하는 개념으로 사회복지가 발전해왔죠. 사회복지사를 집으로 보낸다는 개념이 만들어지면서 ‘찾아가는 복지’로 주목을 받았어요”

사람은, 특히 노인은 자기 집이나 생활 지역을 떠나 있을 때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 신선아 회장은 “내 집에서 복지서비스를 받는다? 상상만으로도 재미있고 독특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었죠”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러한 재가노인복지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2007년 4월 제정된 이 법은 질병이나 고령 등의 이유로 일상생활이 힘든 노인에게 보험 급여나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규정한다.

“그 전엔 무급봉사원이 찾아가면 반겼는데, 그 후론 ‘돈 받는 사람 아니냐?’고 해요. 장기요양보험인줄 알고 그러는 거죠. 장기요양은 장기요양보험법과 그 제도에 의해서 등급 판정을 받아야 이용할 수 있고, 우리가 하는 재가노인복지사업은 노인복지법에 의거해요. ‘방문 요양’이라는 표현을 같이 써서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요. 무급봉사를 하는데도 돈 받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땐 안타깝죠”

재가노인복지와 장기요양보험은 달라

신 회장은 재가노인복지사업과 장기요양보험사업의 차이점을 더 설명했다.

“우리는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지 못한 기초생활수급권자를 대상으로 해요. 그래서 ‘등급 외 재가노인복지서비스’라고 이야기하죠. 장기요양보험서비스는 발병해서 누워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요. 3등급 이내를 받으려면 거동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케어(care: 돌봄)가 필요해야 해요. 그런데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케어가 필요한 사람이 있어요. 생활하는 데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한 독거노인들이죠”

그의 설명은 더 이어졌다.

“노인복지제도가 많이 복잡해요. ‘등급 외’ 중에도 돌봄 바우처 ‘기본’과 ‘종합’이 있고, 그 다음이 장기요양보험이에요. 예를 들어, 독거노인이 됐는데 아프지 않으면 ‘등급 외’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아프면 바우처 기본으로 올라갔다가 더 아프면 바우처 종합, 그 다음에 장기요양으로 올라가죠. 또,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재가노인복지센터나 방문요양센터에서 파견하는 ‘요양보호사’ 양성교육을 통일했어요. 호칭도 같고요. 교육을 따로 운영하기 귀찮고 비용이 더 들어서죠. 자격증도 동일해요.

하지만 성격은 다르죠. 일례로 파지 등을 주워 모으는 노인이 있는데, 동네에서 욕을 먹어요. 장기요양보험은 케어하고 돈 받으면 끝이죠. 우리는 달라요. 그 노인이 동네 구성원으로서 살 수 있게 사회적ㆍ신체적 기능을 회복해주는 게 목적이에요. 정신건강지원센터 등의 전문가와 연결해 정서치료를 받게 한다든지, 지역의 자원을 꿰차고 있어야 해요. 한 노인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에 지원을 부탁할지, 그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어야 해요”

사회복지정책을 바라보는 정부의 관점은 ‘무슨 재원으로 어디까지 지원할 것이냐’에 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지자체도 같은 고민을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등급 외 재가노인복지서비스를 지속해야 하나?’ 하는, 논란이 일었다.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를 중심으로 ‘등급 외 재가노인복지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토론회 등도 열어 지켜냈다. 신 회장에게서 이 사업의 필요성을 더 들어봤다.

지역공동체에 재가노인복지사업은 매우 중요

▲ 신선아 인천재가노인복지협회 회장

“일례로, 한 연립주택에 극도로 불안한 사람이 살아요. 이웃들은 ‘저 사람이 불이라도 내면 어떻게 하나?’ 불안해요. 그냥 방치했다간 일파만파 사회문제가 되기도 해요. 이웃집 문을 열어보지 않는 세상이 왔어요, 동네에서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해요. 그걸 외면했다간 공동체가 위협을 받기도 하죠.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모두 동네에 있어요. 사회복지사가 자기가 근무하는 복지관을 찾아오는 사람만 바라보고 사업하는 게 아니라, 이 동네의 문제가 무엇인가,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사회복지 철학이자 원론이에요. 재가노인복지 또한 지역에서 실현해야한다는 거죠”

신 회장의 이야기처럼 재가노인복지는 케어 대상 노인이 ‘지역 구성원으로 어떻게 잘 살아갈까’ 하는 사회적ㆍ신체적 기능 회복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자원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데 애쓴다.

“보통 재가노인복지센터 한 곳당 노인 80명 정도를 케어하는데, 그중 중점관리대상은 50명 정도 돼요. 그들을 케어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파견계획을 촘촘하게 짜요. 여기다 무급자원봉사자 지원계획도 짜고, 관리대상 노인들이 서로 케어할 수 있는 계획도 짭니다. 그 지역 통장님에게 이웃 독거노인 집에서 음식 냄새가 나면 문을 한번 열어봐달라고 부탁해요. 가족이 일주일에 한 번 독거노인을 찾아가 말벗이 되어주고, 청소도 해주는 가족자원봉사단 결연사업도 진행하죠. 이런 게 무급자원봉사 연결이죠”

신 회장은 재가노인복지사업을 공고히 함으로써 지역공동체를 회복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러기 위해선 노인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꿔야한다고 했다.

“동네 노인을 동네의 어르신으로 생각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교육이 중요하죠. 체험교육으로 노인이 왜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는지, 인식하게 하는 게 필요해요. 역으로 노인들은 아이들을 이해해야 하고요. 그러기 위해선 지역의 많은 자원을 연계해 노인들을 골방에서 밖으로 자꾸 나오게 해야 해요. 그런데 이들은 복지관을 갈 수 없어요. 변변한 외출복 한 벌이라도 있어야하고, 남에게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줄 돈이 있어야 가요. 복지관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놓아도 이들에겐 소용이 없어요. 마음이 쪼그라들어 거기까지 갈 수 없고, 그 집단에서 이질감 회복이 잘 안 되는 거죠”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재협 소속 센터마다 교육 사업을 한다. 1년에 4개월 정도 하는 교육 내용은 음악ㆍ미술ㆍ원예 치료와 명상 등이다.

“교육에 참가한 어르신들이 ‘생전 처음 해보는데 정말 좋고, 갈 데가 없었는데 이런 걸 해줘 고맙다’고 하시죠. 졸업식 땐 눈물바다가 되기도 하고요. 특히 미술치료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어? 나도 할 수 있네’ 자아효능감이 올라가죠. 액자에 넣어주면 안 되겠느냐고 해서 넣어드리기도 했어요”

재가노인복지사업 여건 열악해, 정부와 지자체 관심 필요

재가노인복지사업에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은 미흡한 편이다. 지자체가 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아 지원하는데, 지자체마다 재정 형편이 달라 지원하는 보조금도 다르다. 인천은 8년째 동결이다. 케어하는 노인 수에 따라 센터마다 연간 8000만원에서 1억 1000만원 정도를 지원받는데, 이것으로 인건비와 운영비, 사업비를 충당해야한다.

“보조금 1억원 정도를 가지고 2억~3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업이죠. 쌀이 없는 어르신이 있으면, 어떻게 받을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하죠.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써서 집수리 신청을 하는 요양보호사도 있었어요. 하지만 물가도, 인건비도 오르는데, 사회복지사 호봉 승급을 못하는 데가 태반이에요. 사회복지사의 희생만이 이 사업의 기반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 사업의 중요성을 같이 인식해 보조금을 인상해줘야 해요”

보조금 1억원을 가지고 2억~3억원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센터마다 지역 자원을 연계하는데, 협회 차원에서도 지역 자원을 활용한다.

일례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하는 욕실 미끄럼 방지 매트, 보행 보조기 등 안전 보장구를 배부하는가 하면, KT&G복지재단의 지원으로 매해 봄마다 협회 소속 센터 전체 노인이 나들이를 간다. 이번 달에 대부도로 갈 예정인데, 동춘 서커스 공연을 구경하고 맛난 음식도 먹을 예정이다. 사회복지사 직무교육도 협회 차원에서 이뤄진다.

신 회장은 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이후 노인 주간보호센터가 사라진 것을 매우 아쉬워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요양을 도입하면서 주간보호센터를 없앴어요. 비영리로 운영했는데, 물리치료사 등 인력을 배치해야하기에 비용이 부담된 거였죠. 노인들의 잔존 능력을 향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필요해요. 요양원은 집과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격리된다는 불안감을 야기하는데, 유치원처럼 운영되는 주간보호센터는 이를 해소할 수 있죠. 경기도는 ‘데이케어센터’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어요. 인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지역공동체 구성원으로 살게 해주는 게 궁극적 목표

현재 재가노인복지센터 21개가 속해있는 인재협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협회 임원들끼리 마음이 착착 맞는다고 자랑하는 신 회장에게 마지막으로 협회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물었다.

“21개 모두 비영리 법인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사업은 지켜나가고 확장해야할 큰 의미가 있어요. 우리 센터에서는 자서전 쓰기를 하는데, 하면서 느낀 것은 어르신 모두 황무지 같았던 시대를 개척하느라 정말 열심히 사셨구나, 뭔가 훌륭한 걸 만들어내지 않았다 해도 삶을 보장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거였어요. 이를 지역사회가 알았으면 하고, 그러기 위해 협회차원에서 더욱 노력할 생각입니다. 노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게 우리의 궁극적 목표라는 걸 잊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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