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 창조문화도시 규모만 축소해 추진
내항 8부두 일부 폐쇄와 ‘MWM’ 연계

▲ 지난 8일 인천항만공사에서 열린 ‘인천항 발전을 위한 2차 고위정책협의회’ 장면.

민선6기 인천시의 항만정책이 민선5기를 답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배국환 인천시 경제부시장과 지희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8일 오전 인천항만공사에서 ‘인천항 발전을 위한 2차 고위정책협의회’를 열고 인천항 현안에 대한 공동 대처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 고위정책협의회는 지난해 12월 발족했다. 분기별로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필요 시 임시회의를 연다.

시는 이날 정책협의회에서 ▶북항 내 전철역과 연계한 버스 유치 ▶인천항 갑문지구 매립부지 처분 ▶신항 부분개장 준비 ▶내항 8부두 우선 개방 관련 추진사항 ▶중ㆍ동구 일원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 추진 ▶항만건설 사업에 인천 건설업체 참여 활성화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시 항만공항정책과는 “신항 6월 부분개장을 인천항만공사와 선광(주)이 합의함에 따라 인천항 발전을 위해 신항 개장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나아가 조기에 활성화할 수 있게 상호협조를 아끼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하지만 조기 활성화 방안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또한 시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공모사업에 ‘중ㆍ동구 일원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사업기간 2020년, 총사업비 5692억원)’을 추진하고 있다며, 사업 추진을 위해 기관 3곳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인천항만공사는 북항 입주기업 직원들의 통근과 방문객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이 지역에 대중교통 노선을 신ㆍ증설해줄 것을 시에 요청했고, 시는 인천도시철도2호선 개통에 맞춰 발주한 ‘시내버스 개편 연구 용역 사업’에 이를 반영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인천항 갑문지구 매립부지 처분의 건은 인천항만공사가 약 150억원(이자 포함)을 투자해 매립한 부지를 시가 매입해주기로 한 사안이다. 월미도 친수공간부지로 불리고 있다. 당초 해양박물관 부지로 검토되다가 시가 재정위기에 빠지면서 매입은 답보상태에 있다.

이에 인천항만공사는 시에 매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내항 8부두 일부 폐쇄와 ‘MWM’ 연계, 논란일 듯
“항만 배후시설 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장” 성과

인천 내항 8부두를 우선 개방하기로 한 시기(6월)가 다가온 만큼, 3개 기관은 8부두 중 2개 선석(81부두와 82부두)을 우선 폐쇄하는 데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아울러 8부두 개방과 ‘중ㆍ동구 일원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을 연계해 추진할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가 내항 1ㆍ8부두 개방을 결정하면서 제시한 선결과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결정한 것이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선결과제 중 최우선 과제는 내항 1ㆍ8부두 우선 개방에 따른 부두운영사의 대체부두 마련과 인천항운노동조합원 고용보장이다. 이 과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부두운영사와 항운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렇듯 이날 정책협의회는 성과를 남기기보다 논란의 여지만 키운 측면이 강하다. 그나마 성과는 인천 남항 배후단지인 아암물류2단지 조성공사와 새 인천국제여객터미널 복합지원시설부지 공사에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할 수 있게 하자고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 두 부지의 개발계획 승인권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있고, 공사 발주를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가 하게 돼있어, 이 기관들의 의지에 따라 지역 건설업체의 참여 수준이 결정될 전망이다.

민선5기 MWM 사업, 논란만 키운 뒤 좌초

▲ 인천 내항 8부두 모습.

이날 협의회 내용은 사실 새로운 게 없다. 자세히 살펴보면 민선5기의 항만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중ㆍ동구 일원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MOU 체결과, 이 사업을 내항 8부두 개방과 연계하기 위한 T/F팀 구성ㆍ운영이다.

2014년 2월, 민선5기 인천시는 이와 비슷한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이후 진척된 게 없다. 사업성이 없는 데다, 내항 8부두 개발과 맞물리면서 논란만 키운 뒤 좌초하고 말았다.

당시 ‘인천 내항 재개발지원협의회(위원장 정무부시장)는 ‘도시재생 선도 지역(MWM CITY) 사업 구상(안)’을 내항 1ㆍ8부두 재개발 사업과 연계해, 내항 재개발 사업이 원도심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토지이용계획(해양문화관광지구 25%ㆍ공공시설지구 75%)을 제시했다.

‘MWM’은 marine&harbour(해양ㆍ항구), walking&tour(걷기ㆍ관광), museum&art(박물관ㆍ예술)의 각 앞 글자를 따온 말로, 내항 재개발 사업에서는 각각 친수공원과 마리나, 인천항-개항장 근대역사문화 탐방, 전시박물관과 문화예술을 일컫는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같은 해 3월 인천본부세관(세관장 박철구)ㆍ인천항만공사(사장 김춘선)와 ‘인천 개항 창조문화도시(MWM City) 경제기반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민선6기 협약 참여기관 중 인천세관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 바뀌었을 뿐, 내용은 그대로다. 시는 민선5기 때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맞춰 국토부가 실시하는 ‘도시재생 선도 지역’ 공모사업에 ‘인천 개항 창조문화도시(MWM City) 경제기반 활성화 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라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는 지난해 6월 행정부시장이 단장인 T/F팀을 구성했고, 같은 달 국토부에 사업추진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계획은 내항 1ㆍ8부두 재개발 사업을 개항장 문화지구, 나아가 인천역 주변 정비사업과 동인천역 재정비촉진사업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MWM’ 사업을 민선6기가 다시 추진하는 셈인 것이다.

변한 게 있다면 사업규모가 준 것이다. 지난해 ‘MWM’ 사업비는 3조 7767억원(국비 3419억원ㆍ지방비 2881억원ㆍ민간자본 3조 1467억원)이었는데, 올해는 약 5700억원으로 줄었다.

MWM, 설립 예정인 인천관광공사에 일감 주기?
시 관계자, “금시초문, 도시재생과가 추진할 것”

‘MWM’ 사업 추진은 인천관광공사 설립 논란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인천시 부채 13조원 중 약 8조원이 인천도시공사 부채다. 시는 올해를 재정 건전화의 원년으로 발표했는데, 인천도시공사의 부채를 해결하지 않고선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

특히 시가 관광공사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인천도시공사의 알짜배기 현물을 뽑아 관광공사를 만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기에 ‘MWM’ 사업까지 더해지면서 ‘관광공사 일감 챙겨주기이자, 제2의 인천도시공사 부실 사태의 재현’이라는 비판으로 확산됐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올해 7월에 관광공사를 발족하겠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다. 관광공사가 할 일에 MWM 사업이 포함돼있다. 그런데 MWM 사업은 민간자본의 투자 가치가 없어, 민선5기 때 하겠다고 한 뒤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 “국토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더라도 지원되는 국비는 500억원이다. 나머지 90%는 민간자본을 유치해야한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이고, 이 사업을 관광공사가 하는 게 타당한지 묻고 싶다. 관광공사 수익모델이 없다고 비판하니까, 일감을 챙겨주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게다가 인천도시공사는 이미 수렁에 빠졌는데, 이번엔 사업성 없는 민간 개발 사업에 관광공사를 빠트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시의 구상을 질타했다.

이와 관련해 시 관계자는 “MWM이 아니라, 인천 개항 창조도시 재생사업이다. 관광공사에 이 사업을 준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다. 관광공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라며 “국토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시 도시재생과에서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인천항발전고위정책협의회에서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가 내항 1ㆍ8부두 개방에 소극적이라, 제반 여건상 지연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내항 8부두 일부 개방만이라도 3개 기관이 협의해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어, “개항 창조도시 재생사업은 국토부의 ‘마중물 예산(상상플렛폼)’과 코레일의 인천 역세권 개발 사업(1300억원, 민자), 동인천 북광장 누들뮤지엄 사업 415억원(민자), 이민사박물관 주변 관광복합시설 사업(민자)과 지자체 사업(저층주거지 사업)계획을 포함한 것으로, 관광공사가 시비나 국비를 토대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선5기 인천시는 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 인천발전연구원, 인천항발전협의회로 구성한 ‘인천항발전정책협의회’를 2013년 8월에 발족했다. 아울러 이 정책협의회 산하에 각 기관 실무자로 구성된 T/F팀을 두고 운영했다.

이에 비해 민선6기 인천시는 3개 기관만으로 구성한 고위정책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항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인천항만업계의 목소리는 빠져 있다. 항만업계에서 시 항만정책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쓴 소리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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