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

▲ 이성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
“낡았기에 흉물이라고요? 아무리 훌륭한 새 건물이어도, 그 지역의 혼(魂)을 무시한 채 들어선 것은 괴물입니다”

이성진(57ㆍ교사ㆍ사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인천지역 일부 기초자치단체가 내세우는 관광개발 논리를 이렇게 비판했다.

영화관광고등학교에 24년 재직한 이 공동대표는 ‘골목문화지킴이’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배다리 산업도로 반대운동 등에 참여했고, 인천의 기독교 역사와 민간인 학살 등을 연구해왔다.

골목문화를 비롯해 인천 도시문화 전반을 연구하고 비평하며 골목문화 지키기 운동을 부지런히 하다가 최근에 ‘네트워크’ 대표를 맡은 그를 지난 17일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7일 ‘네트워크’ 발족식이 열렸으며, 이날 행사에는 이 공동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은 임종연씨를 포함한 발기인과 축하객 30여명이 참석했다. ‘네트워크’는 향후 정기 포럼과 회의를 열어 행정기관 등이 벌이는 인천 도시문화정책을 비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 공동대표는 “중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중구의 ‘각국거리’ 사업과 크리스마스 문화축제 예산 지원 등에 항의하는 1인 시위와 퍼포먼스 등을 했다”며 “개별 활동의 한계를 느낀 단체들이 일상적으로 모여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연대를 형성했다”고 ‘네트워크’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비단 중구지역뿐 아니라, 배다리 산업도로와 계양산 골프장 건설,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에 반발했던 다른 지역 시민들의 동력도 한곳에 모으려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공동대표는 “새마을운동으로 대표되는 박정희 정권 시절 개발주의가 문화관광 개발 등으로 껍데기를 달리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행정기관은 그 지역의 이야기가 담긴 오래된 건물을 흉물로 치부해 부수고 새 시설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흉물이란 말은 그 지역에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시혜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며 “과도한 조명, 주변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새 건축물은 괴물로서 지역의 역사성, 곧 혼을 해체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안전 등의 문제로 재건축이 필요한 곳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지역의 가치는 역사속에서 형성되므로, 이를 무시하고 낡은 것 일체를 뒤집어엎는 난개발은 유정복 인천시장이 시정 모토로 둔 ‘인천만의 가치 창조’에도 위배된다는 게 그의 관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천은 시장이나 공무원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것”이라며 “시민들이 네트워크에서 그물코처럼 함께 모여 토론하고 행동해, 권력의 투전판이 된 인천을 사람이 우선인 공동체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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