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류와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주한미군기지, 즉 부산 미군폐품처리장(DRMO)과 동두천 캠프 캐슬의 환경오염 정화 책임을 미국 쪽에 묻지 않은 채 반환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캐슬은 전체 면적의 42%인 6만 6330㎡가 중금속을 포함한 유류 성분에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DRMO는 전체 면적의 40%에 이르는 1만 3760㎡가 오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에 반환받은 부산 하야리아 기지에서 오염된 1396㎡를 치유하는 데 146억원이 들은 걸 감안하면, 천문학적 정화 비용을 한국 쪽이 부담해야한다.

부산처럼 DRMO가 있었고,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평미군기지도 이러한 협상 결과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주변지역 환경조사에서 심각한 수준의 오염이 확인돼, 기지 내부도 오염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의 오염을 우리나라 세금으로 정화하라니, 부당하다.

이러한 문제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서 비롯된다. 한미SOFA 제4조엔 ‘미군기지를 반환할 때 미군 측은 기존 상태로 원상회복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돼있다.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 행정관청은 미군기지 내부를 직접 조사할 수도 없다. 기지 내부의 오염이 기지 밖으로 유출돼도 미군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 역시 한미SOFA와 ‘한미SOFA의 시행에 관한 민사특별법’ 때문이다.

미군 측이 기지 내부의 정화가 끝났다고 주장해도, 제대로 정화했는지 우리는 검증을 할 수 없다. 2001년 제정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는 ‘미군기지 출입은 한미합동위원회에서 수립되는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고 규정돼있다. 2006년 폐쇄돼 2010년 1월 반환된 부산 하야리아 기지는 반환 전 조사에서 오염 토량이 1356㎡(전체의 0.26%)으로 밝혀져 정화비용 약 3억원을 예상했으나, 반환 후 실시한 정밀조사에선 오염 토량이 9만 5877㎡(17.96%)로, 정화비용은 146억원에 달했다. 이 비용을 부산시가 부담해야 했다. 이대로 가다간 반환 예정인 부평미군기지도 같은 상황에 처하기 십상이다.

한편으론 우리나라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한미SOFA 제4조는 환경에 관한 규정이 아니고, 미군이 환경오염을 방치한 상태로 기지를 반환해서는 안 된다’고 일관적으로 판시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내부 지침은 미군이 스스로 정화하게 하는 여지를 두고 있기도 하다. 향후 기지 사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군기지 오염의 책임을 미군에 묻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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