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아라뱃길 주변 개발해 활성화 모색
일각, “당장 이익보다 장기적 활성화 계획 필요”

▲ 경인아라뱃길 구간은 인천 서구 오류동(서해)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한강)까지다.<인천투데이 자료사진>

“경인아라뱃길은 기획부터 지금까지 많은 말을 만들어낸 ‘풍운아’로서 인천의 쫄면과 같다. 쫄면은 국수로 보면 실패작인데, 다른 시장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인천을 상징하는 음식이 됐다. 아라뱃길이 방수로 사업으로 시작됐든, 4대강 사업과 관련이 있든,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돌이키기엔 너무 많이 왔다. 과거 논쟁은 필요 없다고 본다. 아라뱃길이 수도권매립지와 함께 인천에 효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친환경 물류체계 혁신’이라는 미명아래 건설비 2조 6759억원을 투입해 만든 아라뱃길에 대한 강범석 서구청장의 말이다. 강 구청장은 11일 K-water(한국수자원공사)가 주최한 ‘경인아라뱃길 활성화 대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아라뱃길, 왜 만들었나

1987년 집중호우로 인해 굴포천 유역에 홍수가 발생해 16명이 사망하자, 방수로 건설 사업이 시작됐다. 굴포천 유역의 40%는 한강 홍수위(10.6m)보다 낮은 저지대다. 당시 정부는 여름철 자주 발생하는 홍수를 서해로 처리할 수 있는 근본적 치수대책이 필요했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에 굴포천과 서해를 잇는 저폭 20m, 길이 14.2km의 임시 방수로를 개통했다. 이에 앞서 1995년, 당시 정부는 경인운하 건설 시행을 결정했지만, 민간사업자들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시행을 포기해 중단됐다.

그 뒤 이명박 정부는 환경 파괴와 ‘작은 4대강 사업’ 논란이 있었지만, 굴포천 방수로를 운하로 활용해 홍수 예방과 물류비 절감, 교통난 해소, 문화ㆍ관광ㆍ레저 활성화, 지역경제 발전 도모를 이유로 아라뱃길 사업을 강행했다. 이를 수자원공사가 맡았다.

아라뱃길은 폭 80m, 수심 6.3m, 길이 18km로 2012년 5월 25일 개통됐다. 횡단 교량 15개, 물류단지 125만㎡가 조성됐다.

▲ 경인아라뱃길의 경인항 아라타워에서 내려다본 경인아라뱃길.<인천투데이 자료사진>

물동량 등, KDI 예측 상당히 빗나가

4대강 사업의 선도 사업으로 추진된 아라뱃길 사업은 ‘친환경 물류체계 혁신’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허울 좋은 명분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아래뱃길에서 운항하는 정기 화물선은 단 한 척에 불과했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개통 첫해 1만 4000TEU(20피트 길이의 표준 컨테이너), 2013년 2만 7000TEU에 불과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8년에 물동량을 예측하면서 개통 후 초기 물동량이 29만 4000TEU에 이를 것이라 했다. 예측이 상당히 빗나간 것이다.

컨테이너뿐 아니라, 일반화물 물동량도 예측과 너무 달랐다. KDI는 사업 초기 연간 700만톤 이상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10만톤 안팎이다. 개통 이후 올해 2월까지 총148만톤에 그쳤다. 이는 예측 대비 7.5%에 불과한 실적이다.

여객 운송 인원도 당초 기대치에 훨씬 못 미쳤다. KDI는 연간 59만 9000여명으로 예측했지만, 지난해 몇 만명에 불과했다.

K-water, “아라뱃길 주변지역 개발해야”

아라뱃길을 조성ㆍ관리하는 K-water는 지난해부터 아라뱃길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K-water는 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해 주변지역 개발을 추진 중이다. 주변지역은 개발제한구역 등으로 묶여 있다. 개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인천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 인천시 등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이런 취지로 토론회를 연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계운 K-water 사장을 비롯해 강범석 서구청장, 조용균 인천시 정무특보,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최정권 가천대 교수의 ‘아라뱃길 활성화 전략 구상’과 박원철 K-water 아라뱃길관리처장의 ‘물류ㆍ여객ㆍ관광ㆍ레저를 중심으로 한 아래뱃길 발전 비전’이란 주제 발표 후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박원철 처장은 아라뱃길의 물류 활성화를 위해 ‘인천터미널을 인천항과 연계한 선박 물류 중심으로 육성하고, 김포터미널을 내륙 항만 특성을 살린 도심 물류 거점으로 특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강~서해’ 간 중대형 여객선 운항을 위해 신규 선착장을 건설하고, 여의도 불꽃ㆍ서구 정서진 해넘이 행사 등과 연계한 운항 상품도 발굴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관광ㆍ레저 활성화를 위해 볼거리ㆍ먹거리ㆍ즐길 거리를 늘리고, 국내 최초 수륙양용버스를 5월부터 운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관광ㆍ레저 활성화를 위해 상설공연장 조성, 각종 편의시설 확충, 전국 규모 요트대회 유치, 아라배길 주변 아울렛 연계상품 개발 등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정권 교수는 “아라뱃길은 물길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인프라와 연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뒤, 중국 광저우ㆍ영국 런던ㆍ독일 함부르크ㆍ싱가포르 등의 ‘워터 프런트’ 사업을 예로 들면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 도시들은 서로 다른 기능을 연계해 집적도를 높여 토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한 뒤, 혼합용도 개발과 장소 브랜딩 전략, 주변 시설 연계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 수자원공사는 11일 인천에서 경인아라뱃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일각, “당장 이익보다 장기적 활성화 계획 필요”

한편, 아라뱃길 조성 사업을 처음부터 반대한 인천지역 일부 환경단체는 이날 토론회와 K-water의 주변지역 개발 계획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토론회 참석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3조원 이상의 예산 낭비와 환경 파괴 사업의 전형인 경인아라뱃길’이라며 ‘과학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논리로 추진된 국책사업은 반드시 후손이 그 책임을 떠안고 불필요하게 활성화 방안까지 논의해야하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글을 올렸다.

조 공동대표는 이어, “과거의 논란은 이제 접고 활성화 방안을 찾자는 것인데, 그 해법이 결국은 주변지역을 개발해 그 이익금으로 레저ㆍ관광 인프라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라며 “당장 이익보다는 장기적 계획에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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