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이른 등교시간과 통제 일변도의 두발 규제는 학생들의 오랜 민원 사항이었고, 학생들의 건강권과 인권과 관련한 것이라 논란거리였다. 진보 성향의 이청연 교육감이 취임한 후 인천시교육청은 이를 개선하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학생ㆍ학부모ㆍ교원ㆍ행정직 공무원 약 5만명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대상층에서 과반수가 8시 40분 이후 등교를 원했다. 특히 학생들은 9시를 가장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해 3월 새 학기부터 등교시간을 ‘8시 40분~9시’로 늦추기로 했고, 이를 이행할 것을 학교에 권고했다.

두발 규제와 관련해선, 개선 절차를 안내하는 공문을 전달하고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그 내용은 학생 의견 수렴, 학생ㆍ학부모ㆍ교사가 참여한 학칙 제ㆍ개정위원회 구성으로 두발 개정안 마련,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학칙 공포 등의 과정을 거쳐 개선하라는 거였다.

시교육청은 아울러 권고 이행 여부를 각 학교에서 보고 받았다. 그런데 일부 고등학교는 권고를 따르지 않았으면서도 이행하는 것처럼 거짓 보고했다. 그 사례를 보면, 학술동아리 등의 운영이나 특별프로그램 시행을 명목으로 상당수 학생을 일찍 등교하게 했다. 두발과 관련해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선택사항을 애매모호하게 제시하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학생들이 ‘두발 자유’를 선택하는 걸 방해하기도 했다. 이 학교는 ‘두발을 자율화했다’고 보고했지만, 등교시간에 두발을 단속했다.

그 배경에는 다른 학교보다 일찍 등교해 공부해야 성적을 올릴 수 있고, 두발을 규제해야 면학분위기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성적 지상주의’에 얽매인 낡은 사고이며, 청소년에게 아침 수면과 식사를 보장하는 것은 건강과 학업 효율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편법이 용인되기 시작하면 수면시간과 아침식사시간 보장 등을 위한 등교시간 정상화와 자율성을 높이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두발 자유화 정책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학교의 독선적인 모습에 학생들은 실망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갈등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다.

등교시간 정상화와 두발 자유화는 인천교육 혁신의 일환이다. 우선 한 뜻으로 이행한 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평가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모두 행복한 인천교육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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