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맞선 박상덕 케익하우스 ‘델리카페’ 사장

좋은 재료와 손맛, 적정한 가격에 고객들 호응

지난 2월 28일 오후, 남동구 모래내시장 남문 입구에 있는 케익하우스 ‘델리카페’를 방문했다. 바로 옆 건물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있었다. 두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의 수를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 동네빵집의 출입이 잦았다. 동네빵집 직원들은 손님들을 맞고 새 빵을 진열하느라 쉴 틈이 없어보였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뜨면 기존 동네빵집이 자리를 떠나는 게 이쪽 업계에선 불문율로 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불문율이 통하지 않은, 수상한(?) 빵집의 사장, 박상덕(48ㆍ사진)씨를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인천제과협회 남동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0년 만에 다시 문 연 동네빵집

▲ 박상덕 케익하우스 ‘델리카페’ 사장.
“내가 이곳에서 13년간 빵집을 운영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입점한 지는 3년 4개월 됐다. 그 당시는 대기업이 전국에 매장을 엄청나게 늘리던 때였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전국에 3200여개 있었는데, 사회적 문제가 돼 국회에서 빵집을 입점하는 데 거리제한을 두는 법을 만들기도 했다. 입법되기 몇 달 전에 옆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왔다”

그 당시 박 사장의 가게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박 사장은 가게 인테리어와 빵 만드는 기계설비에 투자했다. 그런데 몇 달 후 프랜차이즈 빵집이 옆에 들어온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하며 포기할 생각도 했으나, 마음을 추스르고 방법을 찾기로 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전국 곳곳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이긴 동네빵집이 있다는 걸 한국제과협회를 통해 알았고, 그곳을 찾아갔다.

“옆 가게 오픈하는 날에 맞춰 우리도 다시 오픈했다. 저기는 오픈행사를 이틀간 했지만 우리는 일주일간 했다. 인테리어도 새롭게 하고 기술자도 추가로 고용했다. 가격도 저렴하게 조정하고 이벤트도 여러 개 준비했다”

박 사장은 꼭 이기고 싶었다고 했다. 천성적으로 승부욕이 없던 그였지만 자존심을 걸고 싶었다.

“살다보면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는데 이번엔 지고 싶지 않았다. 조금 번 돈을 다시 빵집에 투자하려하자, 아내가 반대했다. 그러나 도전해보고 싶었다. 옆집처럼 빵을 예쁘게는 못 만들어도 맛있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는 자신 있었다.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은 맛있는 빵으로 승부하는 거다”

좋은 재료와 손맛, 적정한 가격의 삼박자

“유럽인들은 빵을 먹기 전에 냄새를 맡는다. 그게 처음엔 어색했는데 냄새로 좋은 빵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재료와 좋은 이스트(=빵을 부풀리기 위해 사용하는 효모)를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천연 이스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거기에 재료 배합 비율 등의 노하우를 가미해 빵을 만드는데, 제대로 된 빵은 풍미가 좋다”

인천 서구 백석동이 고향인 박 사장은 13년 전, 부인의 고향인 이곳 구월동에 빵집을 차렸다. 처음 6개월 동안은 잠자는 시간을 빼곤 빵집에서 살았지만 매출이 신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맛있는 빵을 만들면 손님이 알아줄 거라는 생각으로 좋은 재료로 열심히 빵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고수하는 원칙이 있다. 중간 이상 가격대의 재료를 구입하고, 특히 냉동 보관한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20년 경험이 담긴 손맛이 손님들한테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날 생산한 건 그날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다른 빵집보다 조금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마진을 적게 남기기로 했다.

“가격이 저렴하면 믿음이 안 간다고 의심하는 손님도 많다. 하지만 한두 번 먹다보면 불신이 사라진다. 비결은 다른 게 없다. 이윤을 덜 남기는 거다. 처음에 시작할 땐 사실 돈을 벌고 싶었다. 마음을 비우니 이제 편하게 할 수 있다”

손님들에게 다양한 이벤트 선보여

▲ 식사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에도 손님들이 꾸준히 빵집을 찾고 있다.
박 사장은 맛과 가격으로 승부하면서도 이벤트로 손님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5년 전쯤 됐나? <MBC> 방송국에서 취재하러 온 적이 있다. 다양한 이벤트를 해, 다른 지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온 손님들이 있기도 했다. 동네빵집이 북적대는 게 신기하다고 방송했다. 하지만 맛이 없으면 절대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나라 빵 제조기술은 세계 수준급이라, 손님들 입맛을 무시할 수 없다”

역시나 맛을 강조하는 박 사장은 지금도 이벤트 두 가지는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하나는 모든 빵 가격의 10%를 적립해주는 것이다. 단골은 적립한 금액으로 빵을 사는 재미를 느낀다. 다른 하나는 매달 1일과 2일에 모든 제품을 50% 할인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많이 남진 않지만 한 달에 한 번 신제품을 만들어 홍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빵을 먹어본 사람들은 다음 할인 기간까지 참지 못하고 다시 빵을 사러 온다”

제품에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취향에 맞게 빵에 호두ㆍ건포도와 같은 견과류를 듬뿍 넣거나 건새우를 갈아 반죽과 크림을 만들기도 한다.

박 사장이 직접 이름을 지은 빵이 있는데, ‘미달’이다. 빵에 몸에 좋은 아몬드와 호두를 넣어 ‘조금 부족한 아이들’이 먹고 몸과 머리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지었다.

우리 동네 먹거리는 내가 책임진다

박 사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쇠’를 깎는 기술을 배워 취직했다. 출퇴근 시간이 정확한 회사일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재미가 없었다. 친형의 권유로 제빵학원에서 기술을 배워 취직했는데, 박봉에 불규칙한 근무시간이 전혀 문제되질 않았다. 빵이 부풀어 올라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게 정말 신기했다.

“지금도 재밌고 즐겁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돈도 벌고 다른 사람들한테 맛있다는 얘기도 들으면 행복하다. 내 인생에서 다른 직업은 있을 수 없다”

그에겐 일본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장인정신으로 대를 이어 가업을 전수하는 빵집을 보고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명소가 될 수는 없다. 동네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동네빵집이 지역에서 돈을 벌고 지역 주민들과 희로애락하며 발전하다보면 역사를 머금은 명소가 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동네빵집이 잘 됐으면 좋겠다”

매장을 신도시로 옮기거나 공공기관에 입점할 것을 지인들이 권유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면 지금 빵집에 소홀해질까봐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빵집 매장을 좀 더 넓혀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하길 바랄 뿐이다.

박 사장은 “여기 살다가 이사 가신 분이 가끔 오셔서 ‘우리 동네에는 이런 빵집이 없어. 우리 동네 빵은 맛이 별로야’라는 얘기를 하면, 보람을 느낀다. 내가 이 동네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한 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장래희망을 빵집 사장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기 때문에 자식한테는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과 경쟁에서 이겼다고 하는 건 과장된 표현이라고 말하는 박 사장은, 다만 “내가 즐겁고 손님도 즐거우면 이긴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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