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틈새여행 함께 가는 틈새여행 

 


주5일 근무 등으로 가족단위의 나들이가 늘어가고 있지만 정작 지역 내에서 갈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인천지역과 주변에서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가족들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을 찾아 제공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종도. 영종(永宗)은 말 그대로 긴 마루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영종은 긴 마루처럼 넓고 길게 펼쳐져 있는 그림 같은 섬이기도 하다. 영종도는 옛적 고려시대 제비가 많이 날아들어 제비섬으로 불리웠다는 기록도 있다.
제비는 길조다. 제비가 새끼를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선조들은 믿었다. 제비섬, 그냥 불러보아도 듣기 좋고 아름다운 섬이 영종도다.
인천공항이 들어선 이후 영종도는 개발의 상처가 여기저기 나있고 지도 자체가 바뀌어 버린 듯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전의 영종뱃터를 그리워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영종도에 내려 왼쪽 조그만 골목길을 굽이굽이 따라 오르면 한눈에 보이는 바닷가 언덕위에 하얀집이 있었다. 그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걷는 좁은 섬마을의 길은 매력만점이었다. 지금은 점차 희미해지는 옛 추억이 되고 있지만 말이다.



구읍뱃터 뒤편의 갈대밭과 가을색이 완연한 용궁사


사실 영종도는 배를 타고 들어와 횟집이 늘어선 구읍뱃터 부근에서 회를 먹고 가거나, 대학생 등 모임에서 야유회 등으로 찾거나. 여름휴가 때 을왕리나 용유도 해수욕장을 가기위해  찾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하루가 멀게 변해가는 영종도 안에도 여유를 갖고 들러보면 천천히 생각에 잠기며 산책을 하는 틈새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우선 영종대교를 건너 구읍뱃터로 돌아와 시작하는 길에는 갈대밭이 있다. 방조제를 따라 용유도 방향으로 시원하게 뚫린 길을 지나가다보면 가을햇살이 눈부신다. 잠시 서서 무성하게 자란 가을 갈대숲을 걸어가며 감상하면 좋겠다. 이곳은 다른 관광지의 갈대밭처럼 관리가 잘 되어있지는 않지만, 비교적 오가는 사람들이 적고 한적한 곳이어서 잠시 가을의 끝자락을 밟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편안하게 사색하며 걸어가고 싶은 가을 숲길을 영종도에서 찾으라고 한다면 바로 용궁사(龍宮寺)를 찾아가는 길이다.
바다가 가깝게 보이는 절, 바다 아랫길로 끝없이 내려가면 용왕이 살고 있다고 믿었던 옛 사람들의 따뜻한 동화가 그리워진다.

용궁사는 천년고찰이다. 신라 문무왕 10년(670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절로 기록되어있다. 백운산 아래 자락에 있는 산사를 오르는 길은 숲속마다 형형색색의 가을 색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
길은 직선보다 곡선이 훨씬 아름답다. 평탄한 길보다 오르막, 내리막길이 더 좋다. 마치 인생의 길이 그러한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길이 바로 용궁사를 오르는 길이다.
용궁사에 얽힌 구전은 재미있다. 영종도 중산 월촌에 사는 윤공이란 어부가 꿈을 꾼 뒤 바다에서 작은 옥불을 어망으로 끌어올려 이 절에 봉안했다는 전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또 용궁사 기록에 의하면 1864년 대원군은 아들이 왕위에 오르자 용궁사로 이름을 바꾸었고 지금도 요사채에는 그의 편액이 걸려있다. 이후 세도가 기세등등했던 대원군이 아들의 등극을 기다리며 기도생활을 했던 곳이 서해의 조그마한 섬, 인적 없던 용궁사라고 하니 이곳에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숨겨져 있다.

용궁사 바로 앞에는 천년 세월을 함께 지켜온 느티나무 두 그루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맞고 있다. 칠성각 앞에 양쪽으로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나무이다. 오른쪽 할아버지 나무, 왼쪽 할머니 나무가 사이좋게 천년의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 옛날부터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들이 이곳에 와서 정성을 빌고 용황각의 약수를 마시면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절 위에는 백운산 위 방향으로 작은 나무계단이 있다. 숲속으로 오르는 계단에 앉아 해지고 어둠이 내려오는 가을 숲속의 천년사찰을 내려다보면 느낌이 새로워진다.


길게 뻗은 마시란해변

▼ 물이 빠진 마시란 해변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갯벌을 보여준다


이제 바다로 가보자. 영종도 안에는 을왕리 해수욕장을 비롯해서 왕산 유원지, 선녀바위 유원지, 거잠포 유원지 등 여름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가 많다. 그 중 용유도 쪽으로 가면 마시란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용유(龍遊)는 바다에서 노는 용의 모습을 닮아 있다는 뜻이다. 용이 바다에서 어떻게 노는지를 본 사람은 없겠지만 옛 어른들의 은유에 감탄하는 이름이다. 용유도 덕교마을을 지나 시작되는 오솔길이 바로 마시란해변으로 가는 길인데, 소나무 숲이 길게 늘어서 있어 여유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적당하다.

길게 뻗어있는 마시란해변에서는 물이 빠지는 시간에 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갯벌을 감상할 수 있다. 해질녘 서해바다의 일몰을 천천히 감상하기에는 제격인 곳이다. 이곳은 새우며 조개구이를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이 많아 동행한 사람들과 출출해진 배도 채울 수 있다.
이외에도 용유도 가는 길에 무의도로 가는 배를 타는 잠진도 선착장은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길이 묘미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는 영종대교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 영종대교기념관을 잠시 들러보자. 이 기념관은 영종대교 건설에 사용된 모형과 실물자재, 세계교량에 관한 소개를 하고 있다. 홍보영상과 그래픽 등 체험코너와 3층에는 전망대가 있어 아름다운 서해를 바라볼 수 있다.

/도움말 한세도 (나들이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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