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신문과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 공동기획-동네 도서관을 아이들의 놀이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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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국제어린이도서관


▲ 동경국제어린이도서관 외관

동경에는 설립 배경 자체부터 의미 있는 어린이 도서관이 두 군데 있다. 그 중 한 곳은 우에노 공원에 위치한 ‘동경국제어린이도서관’인데, 이곳은 1906년부터 국회 도서관으로 역할을 해오던 공간을 2000년부터 어린이 전문도서관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또 다른 도서관으로는 동경어린이도서관이 있는데, 이곳은 가정문고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오랜 세월 함께 책도 내고 어린이 책에 관한 연구도 하다가 뜻을 모아 법인을 만들어 1974년에 민간 어린이도서관을 설립했고, 1997년에 사옥을 지어 본격적인 일본의 대표적인 어린이 도서관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동경국제어린이도서관은 크게 두 가지를 목적으로 한다. 하나는 국제 어린이도서관으로써 어린이 책과 관련된 전 세계 자료를 최대한 소장하고 있는 국제적인 센터 역할, 다른 하나는 학교와 연계해 어린이 독서 교육의 틀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서관 공간 거의 대부분이 자료실로 채워져 있고, 연령이나 직업 등 일정적인 자격을 갖춘 자들에게만 공개되는 자료가 절반 이상이다. 주목할 점은 그 모든 자료를 소장하는 데에 있어서, 영구 보존이 가능하도록 보관에 대해 최대한 과학적인 시스템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또한 학교 일선에게 독서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셋트 대여’라는 것을 해주고 있는데,  셋트 대여란, 각 나라별 각 내용별로 어린이 책을 묶음으로 목록을 정한 후에 그 목록과 함께 독서교육 방향을 제시한 책자를 만든 후, 책을 구비해 각 도서관으로 일정 기간 동안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기획은 이 도서관 사서들이 하며, 이 도서관 사서들을 교육하기 위해서 외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가장 많은 도움은 경험이 보다 풍부한 동경어린이도서관으로부터 받고 있었다. 민간 어린이도서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서 이 일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관료적인 태도보다는 합리성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마음 깊이 새길 수 있다.


도요츠 공립 도서관

▲ 도요츠 공립 도서관 내부

도요츠는 일본 쿠슈 지방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인구 9천명이 조금 넘는 이 작은 마을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 도서관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었다고 한다. 천정은 자연채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군데군데 뚫려 있고, 그 지역에서 나는 대나무를 이용해 서가와 바닥 등을 시공했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조명을 그리 환하지 않게 하고서, 열람석마다 스탠드를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이 작은 마을에, 주민들의 참여와 의지로 조성된 모든 공간들은 하루 이용자 100여 명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넓고 쾌적한 것이었지만, 달마다 영화를 틀어준다거나, 주제 도서를 따로 정해 전시를 한다거나, 한쪽 공간을 전시 공간으로 구획해 지역의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하는 등, 사서들의 부지런한 손길과 활동이 느껴진다. 

다른 도서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하지만, 일본 전통의 다다미방이 따로 있다.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공간은 안쪽에 따로 넓게 마련되어 있었고, 그 바로 옆에 낮은 키의 세면대와 양변기가 있어서 어린이들의 동선을 숙고한 흔적이 보인다.


가정문고 세 군데 - 비파문고, 보리이삭문고, 어린이책의 집


구마모토에는 우리나라 어린이도서연구회와 비슷한 형태의 어린이책연구회가 있고, 그 연구회의 한 회원이 집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파문고’라는 곳을 방문했다.
‘비파문고’는 34년이 된 곳이었다. 34년 동안 좋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고, 그 많은 책들을 수용하려면 가정의 다락방으로는 공간이 부족했을 법도 한데, 이미 할머니가 된 문고주인은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책은 정해져 있고, 언제 어느 시대이건 몇몇 책만으로도 어린이를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답한다. 5천권의 책을 소장했지만, 책장에는 500여 권의 책을 꽂아놓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소박하게 가정문고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리이삭문고’는 교사 부부가 정년퇴임을 하고서, 자식들이 결혼해서 빠져나간 빈 방을 개조해 가정문고로 만든 곳이었다. 근처 초등학교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었는데, 특별히 지키고 있으려고 애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서점나들이를 가거나 시장에 가기위해 외출을 할 때에는 문을 열어두고 빈 바구니에다 ‘책은 여기에 놓고 가세요’라는 푯말을 넣어둔다고 한다.

‘동경 어린이책의 집’은 동화작가 이와사키 교코 선생이 3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가정문고다. 자원봉사자들도 30년 전부터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고 함께 늙어가면서 쌓인 정으로 문고 전체가 화기애애하고 안락했다. 수요일 오후에만 문을 여는 곳이었는데, 동네 사람들은 새로운 책을 빌리고 지난 한 주 동안 읽었던 책을 반납하면서 책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목성 그림책 마을


▲ 목성 그림책 마을

쿠슈 지방의 마야자키라는 도시의 외곽에는 산이 있고, 그 산동네가 목성이라는 지명을 지닌 마을이다. 그 마을은 고장의 특색을 살린 특화 사업을 시도하다가 여러 번 실패를 하고서, 지금의 그림책 마을을 탄생시키고 성공을 하게 되었다. 10년 정도가 된 곳인데, 도서관도 있고, 서점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고, 팬션도 있고, 갤러리와 공연장도 갖춘, 숲속의 문화시설이었다.

시에서 연간 보조금을 조금받고, 나머지는 자체 수익으로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입장료도 받고 있으며, 그런 오지에 있는 서점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만큼의 책 판매 수익도 있고, 팬션 임대료에 여러 강연과 캠프 같은 것이 모두가 수익사업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하고 있는 수익사업들이 참으로 근사하다. 숲이라는 장점을 살려서 ‘달빛 아래 좌담회’라든가 ‘풀벌레 소리를 듣는 밤’ 같은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학습과 연계되는 독서교육이 아니라, 삶의 진리와 진실에 가닿기 위한 여러 체험행사를 통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책이 있는 환경이 어디까지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인 셈이다.


파리와 런던의 도서관을 돌아보며


▲ 프랑스 어린이도서관

파리의 어린이 전문 도서관 ‘즐거운 시간(L’heure Joyeuse)‘이라는 곳은 1924년에 파리 시가 설립한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다.
건물도 임대 건물에, 철재로 된 책꽂이로 서가를 채운 소박한 이곳 역시 실제 이용자가 그리 많은 편은 못된다. 어린이책 전공자들이 자료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학교 도서관에 자료를 제공하는 것, 전국의 어린이책 전문 사서들과 함께 어린이책에 대한 안내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 그리고 희귀도서와 고서들을 수집해 영구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 등이 이 도서관이 실제로 하는 일들이었다.

1층 입구에는 동화 작가 한 사람을 정해서 그의 애장품들과 원고들과 저서들을 전시하는 소박한 갤러리가 있고, 영화와 음악, 음성동화 등을 모아놓은 미디어 열람실이 따로 있었다. 어떤 어린이책이 좋은 책인지, 그 책이 왜 좋은지 등을 판별하는 모든 작업은 거의 사서연합에서 하는데 프랑스에서는 가장 권위있는 권장도서목록이라고 한다. 그 일을 하기 위해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회의를 하고, 만나면 책 얘기를 하면서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런던에서는 어디서나 도서관 간판이 눈에 보인다. 상가들이 늘어서 있는 곳에 상가들과 나란히 도서관이 있었다. 시립 도서관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 5층짜리 건물 꼭대기에 있는 도서관, 화장실이 없는 도서관, 마을주민들이 당번으로 봉사하는 도서관, 오전 한때, 오후 한때 정해진 시간만 문을 여는 도서관 등등 다 갖추지 못했지만 엄연히 이용자들이 책을 읽고 자료를 복사하며, 책을 빌려가는 곳이었다.

필자는 다 갖추지 못했어도 도서관은 어디에고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독서환경은 좋은 책만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지원 없이도, 시설이 열악하여도, 자기 집의 한 귀퉁이를 내어놓는 개인문고나 시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동네에 한 층을 임대하여 시립 도서관을 꾸려나가는 그들의 태도에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인 것이고, 그 환경이 소박하면 소박한대로 가까운 곳에 있는 걸 아닐까.


/글 김소연(어린이도서관 웃는책 대표)   /제공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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