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보도 이후 보육교사 개인의 탓으로 책임을 몰아가는 것을 보면서 세월호 참사를 선장 개인의 탓으로만 돌리려한 사람들이 생각났다.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불쑥 생긴 일이 아닌데, 연일 보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런 생각이 들 즈음, ‘무상보육 폐지’ 주장이 나왔다. ‘이게 다 무상보육 때문이다. 전업주부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보육의 질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무능함을 보여주더니, 이제 보육의 질 하락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인다. ‘국가책임보육’을 약속한 정부가 지난해 말 누리과정예산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생색만 내더니, 이제는 엄마들을 분리해 갈등을 조장하면서 국가책임보육 약속을 어물쩡 넘기려는 것은 아닌지, 정신 바짝 차리고 지켜봐야할 것 같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것은 ‘무상보육 폐지’ 논란에 거론되는 사람들이, 발언의 당사자인 장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여성이라는 것이다. 보육의 책임이 가정 안에서는 엄마인 여성에게, 사회적으로도 돌봄노동을 하는 여성에게 지어져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조금 젊은 여성, 어르신을 돌보는 사람은 좀 나이든 여성이다. 돌봄노동이 전문적이고 중요한 일이기에 여성이 하는 일로 존중 받는 것이 아니라, 돌봄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기에 저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로 취급받고 있다. 남성은 생계 부양자, 여성은 가사 담당자라는 전통적인 성별분업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가정 안에서 돌봄은 무급노동으로, 가정 밖에서 돌봄은 저임금 노동으로, 이 사회를 유지하고 있다.

보육교사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월 100만원 남짓의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어찌 보면, 100여년 전 미국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여성에게도 선거권을”이라고 외쳤던 구호 중 참정권을 제외하고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이것은 ‘돌봄의 사회화’가 아니라 ‘돌봄의 시장화’에 그 원인이 있다.

어린이집 설치ㆍ운영의 경우, 영유아보육법에 근거해 정부는 공공어립이집 설치와 공적 운영에 들어가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민간자본을 유치해 해결해왔다. 어린이집은 이윤 추구를 위한 영리기관이 아니라, 공공기관으로 설치ㆍ운영해야하지만, 민간 운영이 전체 어린이집의 90%를 육박한다고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고, 보육교사에게도 행복한 일터가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 정치권이 내놓고 있는 CCTV 설치는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CCTV가 없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땜질식 처방만을 내놓고 있다.

몇 년 전 내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 나는 해마다 하루 교사와 월 1회 저녁교실 부모교사를 했다. 하루교사를 하면서 저녁교실 몇 시간 있을 때와는 다른 노동 강도를 느꼈고, 교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더 커졌던 기억이 난다. 내 아이가 다닌 어린이집은 부모와 교사가 함께 책임지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이었다. 그런 만큼 신뢰가 많았다.

어린이집 생활과 육아 경험을 서로 나누는 월 1회 방모임을 교사와 같은 방 부모들이 함께 진행한 기억도 난다. 그러면서 다시 확신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CCTV라는 감시가 아니라, 보육교사에 대한 관심과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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