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연말연시를 보내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2015년이 행복할 것 같지 않기에, 덜 고통스러운 2015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고,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눈물이 흘렀던 한 해를 보냈다. 대한민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기에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아직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도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빨리 잊혔으면 하는 일인지 모르겠으나, 세월호 침몰은 여전한 현재이다. 지난 9일 단원고등학교 졸업식에서 생존 학생들이 선배들을 위해 불러준 ‘인연’을 듣노라니 다시 눈물이 흘렀다. “단원고라는 꼬리표 때문에 상처 받더라도 강하고 담대하게 헤쳐 나가 달라”는 희생자 학부모의 말은, 세월호 사고가 단순히 과거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지난 4월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내 가방에는 여전히 노란 리본이 달려 있고, 내 손목에는 노란 팔찌가 감겨 있지만, 4월의 약속을 다시 기억하게 해준 것이 눈물의 단원고 졸업식 소식이다. 4월의 그 약속을 잊지 않는 것이 세월호 사고를 단순히 과거로 만들지 않는 길이리라.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우리는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사고를 참 많이 겪었다. 아파트 경비원의 죽음, 땅콩 회항, 백화점 모녀로 이어지는 이른바 ‘갑질’ 사건은 우리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

몸은 21세기에 있으나 정신과 문화는 19세기 봉건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 것이 2014년이었다. 철저한 신분사회임을 깨달았기에 어쩌면 더 절망스러웠던 한 해였는지도 모른다. 2014년은 안전한 사회에 대한 요구와 ‘갑’들의 횡포에 대한 저항을 함께 만든 한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30일 안전사회시민연대는 ‘2014년 안전사회를 해친 인물과 기관’을 선정해 발표했다. ‘안전사회 워스트(worst) 인물 11’엔 씨앤앰 대주주인 김병주 회장,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박근혜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은미·황선씨 토크콘서트에 사제폭탄을 투척한 오아무개군, 유정복 인천시장, 이명박 전 대통령, 이준석 세월호 선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이 선정됐다.

‘안전사회 워스트 11 기관’으로는 청와대, <MBC>, 국회, 쌍용자동차, 씨엔엠 케이블방송, 서울시, 한국수력원자력, 대북전단지보내기국민연합, 장성효사랑요양병원, 동서식품, 한국마사회가 뽑혔다. 안전사회를 해친 다양한 인물과 기관이 선정된 것이다.

국가는 국민의 억울함을 외면하고, 기업의 오너는 직원을 종 부리듯 대하고, 손님은 서비스를 구매한 것이 아니라 마치 사람을 구매한 것처럼 구는 나라. 노동자들을 회사의 굴뚝으로 내몰아 ‘하늘 감옥생활’을 하게하고, 차가운 도로에서 오체투지를 하게 만드는 나라가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슬픔과 분노와 고통으로 점철된 2014년을 지냈으니 조금은 덜 고통스러운 2015년을 살아내기 위해 조금씩 서로 기대어 살아보자.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서로 응원해주고, 지지해줄 때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될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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