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같은 날 수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사망 295명, 실종 9명.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 분노에 빠뜨린 4.16 세월호 참사. 무능력한 재난 대처능력과 국정운영의 난맥상만을 고스란히 드러냈을 뿐, 진실을 밝히진 않았다. 이제는 조사위원 자격 논란까지, 현 정권에 진실 규명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한해가 더 힘들고 길게 느껴졌다.

백성의 배를 불려 평온하고 행복하게 할 국정이 청와대를 둘러 싼 ‘권력암투’에 묻힌 형국이더니, 그 치부마저 가리기 위해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 언론마저 장악했으니 무서울 게 없는 정권이다.

인천을 보면, 새 시장을 맞았고,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아시안게임 개최가 시 재정위기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예상, 그대로였다. 그여파는 새해 복지·민생분야의 예산 감소로 돌아왔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더 어렵게 됐다. 좀 덜 어려운 시민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공공성의 후퇴이다. 버스준공영제 지원예산 100억원 삭감이 대표적이다. 시는 아시안게임 개최로 진 빚을 10년 동안 갚아야한다. 어려운 상황이 앞으로 계속된다는 이야기이다.

경제자유구역에 먼저 투자해 그 개발이익금으로 원도심을 살리겠다는 역대 시장들의 이야기는 아예 자취를 감췄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얼룩졌을 뿐이다.

‘힘 있는 시장’이 취임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 재정 문제는 물론 산적한 현안들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조건부 연장’ 입장에서 보이듯이, 확고한 공약 이행 의지와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실익을 찾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송도 LNG인수기지 확대, 영흥화력발전소 증설 등 위험·위해 시설 증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인천공항 민영화, 송도 영리병원허가 등 공공성 약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시민의 삶을 담보로 중앙정부 지원을 받아내겠다는 것은 ‘힘 있는 시장’에 대한 기대와 동떨어진 것이다.

결국 힘은 인천시민과 국민에게 필요하다. 권력은 사람들을 움직이고, 심지어 조정하고, 규정하는 것이다. 돈이 매개가 돼 무한경쟁의 원리로, 적자생존의 원리로 사람들을 움직이고 지배하는 권력을 ‘시장(자본)권력’이라 한다. 법과 제도, 물리적 폭력으로 사람들을 제압하고 복종시켜내는 권력을 ‘국가권력’이라 한다.

이 두 권력이 아닌 지점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자유롭게 형성해 낼 수 있는 권력이 있다. 바로 사회권력(social power)이다. 이게 인천시민과 국민이 키워야할 권력이다. 이것을 다시 확인하게 한 한해이기에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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