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이 연말에 8박9일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간단다. 독일과 네덜란드를 간다는데, 방문 프로그램을 보면 전통 민속마을, 트램, 시가지, 왕궁 등 옛 건축물 보존실태와 항만 비교시찰 등이다. 참고로 트램은 도로에 깔린 레일 위를 달리는 노면 전차를 말한다. 내년 예산안도 처리하고 정례회도 폐회했으니 한번 놀고나 오자는 모습으로 보인다.

아시안게임을 치른 인천시는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내년 예산을 짜면서 버스 준공영제 지원금 100억원을 줄이고, 복지예산을 올해 당초보다 1300억원이나 감액했다.

이런 지경에서, 6대 시의회가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 등으로 쓰지 못한 국외여비를 7대 시의회 의원들이 쓰겠다고 나서니, 시민의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시의회는 유정복 시장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이 합의해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최소한으로 복원한 복지예산마저 삭감해버렸다. 시교육청이 인천교육을 바꿔보겠다며 편성한 혁신학교와 교육혁신지구,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 예산도 삭감했다.

시가 한 푼이라도 더 아껴 시민들을 위해 쓰게 해야 할 시의원들이, 복지예산 삭감과 지역구 챙기기 ‘쪽지’ 예산으로 논란을 자초한 뒤, 그것도 모라라 남은 예산으로 해외를 나간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 나은 의정 활동을 위해 해외 선진 사례를 견학하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나. 이번 해외연수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선진도시의 구도심 보존실태를 비교 시찰해 상임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 주장이 참이냐 거짓이냐를 떠나, ‘전문성 강화’는 지방의원들이 해외연수를 갈 때 의례 쓰는 단골메뉴로 인식돼있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회는 해외연수 시 그 타당성과 적합성을 사전에 심사받게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전문가를 초청해 교육을 받는 것으로 대체한 지방의회도 있다.

시의회가 진정 해외연수로 견문을 넓히고 전문성을 강화해 그것을 시민을 위해 사용할 마음이라면, 경기도처럼 사전 심사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나아가, 그보다 앞서 민생복지와 학생들을 위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먼저 보여야한다. 집안이 어려워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에서 가장이 자기 실력을 기르겠다며 돈 들여 해외를 다녀오겠다는 걸 가족구성원 중 누가 동의하겠는가. 시민이 바라는 일, 시민을 위하는 일, 그런 일을 정말 하고 있는지, 양심에 물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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