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사회복지시설 구조조정 나선 동구의 ‘막장’ 행보

<편집자 주> 인천 동구는 지난 21일 창영민방위교육장에서 연 통장ㆍ주민자치위원 대상 구정 시책 교육에서 왜곡된 사실을 공표했다.

담당공무원과 구청장이 특정 단체를 비난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발언 중 일부를 톺아봤다. 또한 발언과 관련한 단체의 입장을 담았다.

<인천투데이>은 발언 의도를 듣고자 동구에 수차례 전화했으나, 구는 답변하지 않았다.

국장과 구청장이 왜곡된 사실로 여론 호도
‘아전인수’식 유인물로 공무원과 주민 교육

인천 동구가 청소년수련시설과 관련해 왜곡된 사실이 담긴 내용의 유인물로 공무원과 주민들을 교육해 논란이 인다. 일방적인 사회복지시설 구조조정이 시설 운영 수탁 법인과 일부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여론을 호도하러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구는 지난 21일 오후 3시부터 창영민방위교육장에서 ‘통장ㆍ주민자치위원 구정 시책 교육’을 1시간가량 진행했다. 이 교육은 주로 구의 사회복지시설 구조조정에 대한 담당공무원의 설명으로 이뤄졌는데, 구가 구조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10월 1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후 처음이다.

강사로 나선 오성배 복지환경국장은 “사회복지시설 구조조정 개혁에 대해 주민이 반대세력의 주장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을 알아 구정을 지지했으면 해, 이 자리를 특별히 마련했다”며 교육을 시작했다.

이어 “관내 사회복지시설 68개소엔 예산이 111억원이나 소요됐기에, 이에 현 구청장이 취임 즉시 이 시설들에 대한 특별감사를 지시했다”며 “그 결과, 화수청소년문화의집과 청소년수련관은 연말에 위탁계약을 종료해 직영하고, 다문화가정지원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합친 말로 추정)는 여성회관에서 직영하게 됐다. 노인복지관과 노인문화센터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흥수 구청장은 교육 후반부에 참석해 “청소년수련시설에서 과거에 누가 심어놨던 사람 등 몇 명만 정리하는 것이지, 두 노인복지시설은 운영이 잘 되므로 직영을 우려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 국장은 교육 참가자들에게 배부한 유인물로 청소년수련시설이 방만하게 운영됨을 특히 강조했는데, 그 내용 중 일부를 언급하며 “청소년수련시설은 대낮에 가보면 텅텅 비어있고, 프로그램도 운영이 잘 안 되는 등, 막대한 예산 규모와 직원 수에 대비해 이용자는 별로 없다. 주민이 아닌 수탁 운영체와 직원들을 위한 시설”이라며 “유명하지도 않은 강사를 초청해 2시간 (강의)에 330만원을 지출하는 등, 국ㆍ시ㆍ구비를 남의 돈 쓰듯 낭비한다”고 주장했다.

또, “반대세력이 선동하는 것처럼 동구만 직영을 추진하는 게 아니다. 인천시 내 청소년수련관(유인물에선 ‘청소년수련시설’)은 연수구ㆍ동구ㆍ남구만 빼고 모두 직영한다”고도 했다.

동구 주장, 사실 왜곡과 확대 해석 많아

청소년수련시설에 관한 동구의 주장에 사실 왜곡과 확대 해석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인천투데이>은 동구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주장한 청소년수련시설의 이용자 수가 정확하지도, 인구수에 비해 다른 자치구 시설보다 이용률이 낮지도 않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동구는 ‘시설이 제시한 이용자 수는 물론 자체(=담당부서) 집계한 수도 부정확하다’고 자인했다.

이에 대해 이용민 동구청소년수련관 관장은 ‘청소년들이 주중엔 거의 종일 학교ㆍ학원에서 보내는 점 등을 감안하지 않고, 공무원 근무시간대에 1시간 정도씩 시설에 와서 이용자 수를 세어 간’ 행태를 꼬집고 “13년 된 우리 시설의 지금까지의 보고도, 본인들 집계도 믿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을 근거로 직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냐”고 일갈한 바 있다.(관련기사 2014.10.22.)

또한 오 국장이 ‘강사 초청 2시간에 330만원 지출’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이용민 관장은 “우리 이전에 다른 수탁 법인이 시설을 운영할 때인 작년 8월에 공중파 아나운서 ㅇ씨를 초청한 일을 말한 것”이라며 “구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 받은 사항이다. 구가 꼬투리를 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청소년수련시설 운영 형태에 대해 <인천투데이>이 확인한 바, 부평구는 부평구문화재단에, 서구ㆍ계양구ㆍ강화군은 각 시설관리공단에 시설 운영을 위탁하고 있었다.

동구 경영개선 태스크포스(T/F)팀 관계자는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공단이나 재단이 구가 출자한 기관이기에 큰 틀 안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상희 인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처장은 “애매한 지점도 있으나, 구가 인사ㆍ운영권을 지닌 직영과 공단ㆍ재단에 그 권한을 위탁해 운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동구는 직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유리한 쪽으로 확대 해석한다”고 했다.

참고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3년 청소년수련시설 통계 편람’을 보면, 전국 청소년문화의집과 청소년수련관 400여개 중 약 68%는 민간위탁 운영한다. 위탁시설이 이용자와 프로그램 수, 전문가인 청소년지도사 수 등도 더 많다. 화수청소년문화의집 등도 청소년운영위원회 운영 면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프로그램 질이 높다고 공인받기도 했다.

공무원이 주민비대위 유인물 배포 막기까지

구정 시책 교육에서 배부된 이 유인물은 이날 동구청 공무원 교육에서도 배부됐다. 또 이 교육에 앞서 동구 공무원이 ‘동구청의 사회복지시설 불법적 위탁계약 파기 반대 주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주민비대위)가 주민비대위의 입장이 담긴 유인물을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불법’이라며 막은 일도 발생했다.

김종호 주민비대위 집행위원장은 “유인물을 주민들에게 드리려고 하니, 공무원이 내 앞을 딱 가로막고, 주민들에게도 받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며 “30분가량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경찰서에 신고했는데, 출동한 경찰들이 불법이 아님을 확인하고 ‘공무원이 막은 것은 잘못됐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김 집행위원장은 “행정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면, 토론 등을 거쳐야하는 게 맞다”며 “그러나 동구는 그런 과정은 일체 없이 구 말만 옳다며 주민비대위의 활동을 방해하고, 공무원과 통장 등 행정력을 동원한다. 독재 때나 가능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오성배 동구 복지환경국장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했으나, 그는 답변을 회피했다.

통장ㆍ주민자치위원 대상 구정 시책 교육에서의 왜곡 발언 주요 내용

1. 특정 단체 연속 비난

#오성배 복지환경국장 = “2000년엔 수련관과 화수청소년문화의집을 같이 묶어 위탁했는데, 어느 순간 그 둘이 분리ㆍ운영되고 있더라. (현재) 화수문화의집을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이라는 데서 운영하는데, 개인적으로 (수탁과정에) 특혜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 단체와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등이 전부 동원돼 사회복지시설 구조조정 반대를 극렬하게 전개한다”

#이흥수 동구청장 = “정말 되지도 않은 이야기들이 많이 난무하는데, 오늘도 <인천일보>가 구청 구내식당 폐쇄 문제를 비난하는 기사를 썼다. <인천일보> 사장이 평화와참여로가는시민연대(=인천연대의 잘못) 사무국장 출신이란 것은 잘 알 것이다. (중략)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 중 일부 과거에 누구 라인으로 왔거나 누가 심어놨던 사람만 정리를 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맹수현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이사는 “공식 직책을 가진 분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유언비어를 퍼뜨린 것에 대해 어이없고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박원일 인천연대 중동지부 사무국장은 “동구 주민들의 반대 의사를 특정 단체의 활동으로만 몰아가는 언행은, 구가 주민 의견을 들을 의지가 없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2. 허위사실 유포

#오성배 국장 = “청소년수련관 영어교육에 1년 지원 예산이 2억원이다. 그런데 수강생은 월평균 40명이다. 2억원 나누기 40명을 하면, 1인당 500만원이다. (수강생에게) 수강료까지 받아가면서 말이다. 이런 비용은 강남 부자 자녀에 대한 교육이나 가능한 것 아닌가? 차라리 대학교 다니는 동구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으로 200만원씩만 나눠줘도 되는 돈 아닌가?”

이에 대해 이미나 동구청소년수련관 교육사업팀 주임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작년 기준 영어교육원 (오 국장이 말한 ‘영어교육’) 프로그램 월평균 이용자 수와 실제 인원은 각각 1500여명과 350여명이었다. 구청에 학기마다 출석부ㆍ참가신청서 등도 제출했고, 공무원도 현장을 방문해 이용자 수를 확인해갔다. 더욱이 구가 작년 9월 영어교육원 폐지를 통보한 후, 올해는 영어교육원 이름으로 예산이 배정되지도 않았다. 수강료의 경우, 영어교육원 폐지 후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구가 수련관에 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라면서 받으라고 한 것”이라 말했다.

#오성배 국장 =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진행 중인데 어떤 지역아동센터를 감사했더니, 후원금 160만원을 자기 남편 채무에 썼더라”

해당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현장에서 “160만원은, 가정복지과에 반납해야할 돈이 당장 공부방(=센터)에 없어서 제 남편한테 돈을 받아 반납한 것인데, 마치 센터에서 남편 빚을 갚아준 것처럼 얘기하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센터에 대한 명예훼손이란 것은 생각 않는가? 당장 사과하라”고 했다.
 
이에 오 국장은 “잘 알겠다. 사실관계를 알아봐서 다시 한 번 공지해드리겠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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