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경인고속도로로 진입하려다 이를 미리 안 경찰에 의해 제지당하는 일이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성인은 없을 터. 무늬만 고속도로인데도 통행료를 받는 건 부당하다는 것을 항의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경인고속도로가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다. 상습정체 구간이 많아 고속으로 주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고속도로 총연장 대비 정체구간이 국내에서 가장 길다고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나와 있다. 출퇴근 시처럼 교통이 혼잡할 때에는 더욱 심각하다. 2012년 고속도로 노선별 서비스수준 평가에서 경인고속도로 ‘가좌IC∼서인천IC’는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했음을 뜻하는 ‘F’등급을 받았다.

서비스수준뿐만 아니라, 관련법으로 따져도 통행료 징수는 부당하다. ‘유료도로법’에는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액이 건설유지비 총액을 초과한 경우 더 이상 걷을 수 없게 하고 있다. 통행료 징수기간이 30년을 초과할 수도 없다. 그러나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는 1968년부터 지금까지 45년째 징수되고 있다. 그동안 징수한 통행료는 건설유지비 총액의 두 배를 초과했다.

문제는 도로공사가 ‘통합채산제’라는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데 있다. 고속도로 통합채산제란 전국의 고속도로를 하나로 간주해 동일한 요금체계를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신설 또는 증설되는 고속도로가 통합채산제로 편입될 때마다 기존 고속도로의 요금이 인상되거나 만료된 통행료 징수기간이 연장된다.

이것이 부당하다는 것을 정치권도 알기에,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는 선거 단골메뉴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18대 대선에서 이를 공약했다. 지하화 추진도 약속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깜깜 무소식이다.

오히려 도로공사는 ‘2014년 부채 감축 실적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부채 감축 과제 불이행 시 비상계획으로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이나 무료구간 유료화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를 인상하고 서울외곽순환도로 등의 무료 구간을 유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도로공사가 지난해 700억원대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을 생각하면, 기가 막힌 일이다. 방만 운영의 책임을 무고한 인천시민에게 떠넘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만히 나두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언제까지 인천시민을 ‘봉’으로 볼 것인가? 당장 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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