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뇌물수수 혐의 수사 … 용유ㆍ무의지구 개발사업 연관

인천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정순신)가 지난달 30일 오전 뇌물수수 혐의로 이종철(54)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집무실과 관사 등을 압수수색한 후, 이 청장이 다음날 새벽 관사에서 오른쪽 손목을 그어 자해했다.

연수경찰서 관계자는 “31일 오전 2시 10분께 이 청장 비서실장이 ‘청장님이 그만 죽어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112로 신고했다. 신고 접수 후 경찰 기동타격대와 강력팀 등 20여 명을 보내 오전 4시께 연수구 송도1교와 송도2교 사이 인도에서 길을 걷던 이 청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연수경찰서는 이 청장을 송도동 관사로 귀가시켰다. 관사로 돌아간 이 청장은 이날 오전 5시 55분께 자해했다. 이 청장 부인이 피를 흘리고 있는 이 청장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이 청장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오후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언론 보도를 보면, 이 청장은 오후 6시 30분께 “검찰의 압수수색 사태를 빚은 것에 대해 시민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표한다”며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한다”고 했다. “조사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인천지검 특수부는 이 청장의 집무실과 관사, 서울에 있는 자택, 이 청장 지인의 집 등 총4곳에 수사관 10여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청장은 용유ㆍ무의지구 개발사업 시행사인 (주)에잇시티의 임원 A씨와 가까이 지내면서 현금과 고가 양복 등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지검은 제보를 통해 이 청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진술을 확보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각종 문건과 컴퓨터 자료 등을 분석한 뒤 이 청장을 소환할 계획이었다. 이 청장 자해 후, 인천지검은 언론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이 청장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주)에잇시티 임원 A씨는 현재 외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부동산 신기루’ 용유ㆍ무의지구 개발 사업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 에잇시티 개발 사업은, 사업비만 317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렸던 용유ㆍ무의지구 복합레저관광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7년 7월,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K-캠핀스키가 ‘용유ㆍ무의 개발 사업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고, (주)에잇시티는 이 사업을 시행할 특수목적법인이었다.

기본협약 체결 후 캠핀스키는 한국 법인 케이 원 코리아(=KI Korea)를 설립했고, 2009년 2월 인천시와 인천경제청, 캠핀스키는 용유ㆍ무의지구 24.4㎢(=약 738만 1000평)를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로 개발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 ‘용유무의프로젝트매니지먼트(=용유무의PMC주식회사)’를 설립했다.

2010년 5월 인천시가 이 개발계획을 ‘인천시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했으나 부동산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사업은 수렁에 빠졌다. 이후 2011년 12월 캠핀스키는 대한항공과 대우건설 자본을 끌어와 용유무의PMC(주)를 새로운 특수목적법인 (주)에잇시티로 전환했다.

에잇시티의 자본금은 63억원으로 최대 주주는 캠핀스키그룹(36%)이고, 대한항공과 대우건설이 지분을 각각 23.8%씩 보유해 공동 2대 주주였고, CS자산관리가 나머지 지분 16%를 보유했다.

그러나 (주)에잇시티 역시 지속되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민간자본 투자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2대 주주였던 대한항공과 대우건설 또한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있었다.

진척이 없자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1월 (주)에잇시티 쪽에 인천도시공사 100억원, 캠핀스키 100억원, 영국 SDC그룹 100억원, 한국투자증권 200억원 등 사업비 500억원을 마련해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뒤 인천경제청은 (주)에잇시티에 ‘2013년 7월 31일까지 400억원을 증자하지 못할 경우 기본협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주)에잇시티가 자금조달에 실패하자,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8월 1일부로 (주)에잇시티로부터 용유ㆍ무의지구 개발 사업권을 공식적으로 박탈했다.

인천경제청은 그 뒤 지난해 8월 10일 (주)에잇시티와 체결한 용유ㆍ무의지구 개발사업 기본협약을 폐지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부분 개발로 전환한 후 시행사 공모를 통해 6개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인천시와 산하기관 연관 특수목적법인 점검 필요

인천도시공사도 2009년 3월 (주)에잇시티에 투자(지분 19.9%)했다. 그러나 (주)에잇시티가 사업비를 얼마나 집행했고, 얼마의 손해를 끼쳤는지 일반인이 알 길은 없다. (주)에잇시티의 사업보고서와 주주 현황은 물론 재무제표조차 공개된 게 없다.

금융감독원 누리집에 올해 4월 공시된 자료를 보면, 감사를 진행한 한미회계법인은 “회사 내부 통제제도의 중요한 취약점으로 인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등, 감사 범위 제한 때문에 회계감사 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 절차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조현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화관광위원장은 “인천경제청과 인천도시공사가 설립투자 혹은 지분투자를 통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이 수십 개에 달한다. 이로 인한 사업보증이나 지급보증 규모만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인천시 재정위기의 주범이 이 특수목적법인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특수목적법인의 사업 현황, 지분율, 인사 등 운영에 관한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민간자본이 참여하고 있어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인천시와 인천시의회는 이 문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시민 앞에 공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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