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욱 (사)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이사

한국 정치권력의 후진성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더 퇴행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참으로 답답하다.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여전히 ‘가장 불신하는 집단’ 부동의 1위가 ‘정치인’이라는 응답은 이를 잘 증명해준다. 문제는 정치집단의 수준이 곧바로 시민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는 데 있다. 잘못된 정치인을 만날 때 시민의 삶이 피폐화되고 고통에 빠진다는 것을 수없이 목격한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중앙정치의 들러리로 전락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권력을 사유화하고 지역주민의 삶을 질곡으로 빠트리는 경우가 자주 나타난다.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상식과 합리성이 사라지고 권력이 바뀔 때마다 눈치 보기와 줄서기를 하는 ‘영혼 없는 관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괴롭고도 부끄러운 일이다.

권력은 ‘공익’이라는 것을 전제로 존재해야한다. 시민을 위해, 시민의 삶을 어떻게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필 것인가를 실현하기 위해 위임받은 게 권력이다. 힘없는 사람을 지배할 수 있고 자신의 이익을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권력을 여기는 것은 절대왕정시대에나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소통과 참여, 협력과 협치라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조차 모르는 권력은 분열과 배제, 독단과 군림으로 시민 위에 서려한다.

최근 동구는 관내 청소년수련시설 운영 위ㆍ수탁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았음에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그 이유가 ‘방만 경영’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청소년수련시설 관리ㆍ운영비와 인건비가 최악인 상황에서 시설 종사자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을 관료사회는 전혀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권력이라는 ‘완장’을 찬 이들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함부로 힘을 사용하고 휘두르는 것을 느낀다. 절차와 과정, 소통은 사라지고 의도와 왜곡, 권력오용이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직영하기 위해 위ㆍ수탁 계약을 해지하겠다더니, 이제는 시설 임대인인 초등학교장의 요청에 따라 건물을 사용할 수 없어 아예 시설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청소년과 노인시설에 대한 직영화 논리의 본질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외면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며 청소년을 비롯한 지역 소외계층을 돌본 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심한 모독이기도 하다.

행정은 저소득층이 많이 살고 있는 가난한 동네의 청소년과 주민을 더욱 잘 돌보려고 노력해야한다. 구청장의 취임식과 집무실ㆍ차량 교체를 위해서는 예산을 맘껏 쓰면서, 청소년수련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의 예산을 구체적 근거 없이 줄이겠다는 것은 구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다시 권력을 생각해야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은 주민들의 삶을 진정으로 살피고 공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민들이 위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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