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PG, 장애인 배려 미흡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이하 인천APG)이 지난 24일 폐회했다. 큰 사고 없이 마쳤지만, 정작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미 <에이블뉴스> 등에서는 대회 시작 전부터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과 열우물테니스경기장의 휠체어장애인 좌석과 화장실 등의 문제점 <오마이뉴스>와 <중부일보> 등에선 대회 중 선수와 관계자 수송을 위한 저상버스, 경기장 내 경사로, 선수촌 엘리베이터 등의 문제점을 보도했다. 주로 휠체어장애인들이 겪는 불편 사례가 많았다.

<인천투데이>이 22~23일 이틀 동안 탁구와 휠체어펜싱 경기가 열린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체육관에서 만난 휠체어장애인 선수들과 관람객의 평도 한 마디로 하면, ‘시설은 비교적 좋은데, 멀거나 길거나 또는 너무 좁다’였다.

경기장 가는 길, “멀고 먼 미로 찾기”

먼저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체육관까지 찾아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체육관과 가장 인접한 지하철역인 테크노파크역에서부터 체육관까지는 약 1.57㎞.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도보로 약 27분 걸리는 거리다. 수동휠체어는 물론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여정이다.

그러나 휠체어장애인 관람객을 위해 역과 체육관을 오가는 셔틀차량은 따로 준비돼있지 않았다. 체육관 인근까지 운행하는 버스 중 저상버스도 없었다. 자가용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휠체어장애인 중, 통상 평균 대기시간이 2시간 내외인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기 힘든 사람은 영락없이 지하철을 이용해 체육관까지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체육관까지 가는 길엔 경기장 안내 표지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경기장이 있음을 알리는 입간판 두세 개 정도만이 세워졌을 뿐, 구체적인 경로를 알기 어려웠다. 기자와 동행한 김성동 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처음 체육관을 방문할 때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기능이 없었으면 못 갔다”고 말했다.

보도는 대체로 평탄했지만 간간이 차도 사이에 설치된 경사로의 경사도가 높거나 공사 때문에 지나갈 수 없어 갓길로 지나가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20여분 만에 체육관에 도착한 김성동 소장은 “미로 찾기야, 미로 찾기”란 말을 연발했다.

경기장 안 “시설은 좋은데, 관람공간 좁아”

▲ 휠체어 펜싱 경기가 치러진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체육관 내 휠체어장애인 관람석 모습. 휠체어 15여개가 들어가는 좁은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울타리 사이로 경기를 보고 있다.

이날 휠체어 펜싱 경기장에선 휠체어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1층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볼 수 있는 2층 관람석은 모두 3면이었는데, 그 중 휠체어장애인 관람석은 1면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휠체어 15개 안팎이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공간이었다.

거기서 관람석을 둘러싼 울타리 사이로 경기를 지켜보던 한 홍콩 볼링 대표팀 선수는 “4년 전 중국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아래(경기장)에서 관람할 수 있었다. 여기선 2층 비장애인 좌석도 적고 휠체어장애인 관람석도 좁은 편이다”라고 아쉬워했다.

탁구 경기장 휠체어장애인 관람석은 휠체어 펜싱 경기장 관람석처럼 3면 중 1면에 불과하나, 그것보다 2~3배 규모인 공간에서 편히 경기를 관람했다.

23일 경기를 보러온 ‘문학탁구동호회’ 회원들은 “체육관에 장애인 전용 주차장과 엘리베이터가 많고, 경사로도 낮아 이동하기 좋았다”고 호평했지만, “오늘은 괜찮지만 전에는 휠체어장애인 관람석 바로 앞에서 스탠딩 탁구 경기를 진행해, 휠체어 탁구 경기를 보고 싶어도 다른 쪽(=휠체어 탁구 경기가 잘 보이는 비장애인 관람석)까지 갈 수 없어 답답했다”고 했다.

인천APG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휠체어장애인 셔틀차량 부재에 대해 “죄송하다. 휠체어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차량을 전국 복지시설 등에서 협조 받는 등,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한계가 있어, 선수단 등 경기 관계자를 수송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일반시민까지는 고려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경기장 안내 표지판 부재에 대해서는 “중간에 가다 좌ㆍ우회전을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으로 표시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고, 펜싱 경기 휠체어장애인 관람석 부족에 대해서는 “우리도 고민을 많이 했으나 일단 선수촌과의 거리, 예산 등을 고려해 체육관을 택했고, (비장애인 좌석을) 들어내 별도로 만든 것이다. 다시 예산 들여 복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촌, 엘리베이터ㆍ저상버스 기다리다 지쳐

한편, 이날 탁구 경기장에서 만난 한국 대표팀 선수 일부는 선수촌 엘리베이터와 선수촌과 경기장 사이를 운행하는 저상버스 대기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토로했다.

한 선수는 “20층 넘는 아파트 한 동당 엘리베이터가 한 개밖에 없어 아침에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1~2시간 기다리기도 했다”며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은 관광버스를 이용했음에도, 휠체어장애인 선수들이 타는 저상버스는 대기시간이 상당했다. 운행 대수가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APG 관계자는 “선수촌 아파트가 (장애인아시안게임) 선수촌용으로 지은 게 아니니 한계가 있었고, 다른 건물을 사용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또, 하루에 장애인콜택시 50대와 저상버스 80대를 동원했는데도, 다 만족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저상버스를 몇 백 대 만들어 경기 할 때 쓴 뒤 이후 시내버스로 투입한 중국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과 비교하면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교통수단이 많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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