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예산 삭감에 간병인 18명 해고 예정

 “인천시는 분명 사전에 계산을 다 해놨을 텐데, 돈이 없다고 사업을 중단하는 게 말이 되는가? 일자리는 또 구하면 되지만, 인천의료원에서처럼 4대 보험 보장과 3교대가 가능한 곳은 없다. 집안에 돌봐야할 사람도 있는 상황에서 4대 보험 보장은커녕 2교대나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병원으로 다시 간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생활할지 막막할 뿐이다”

지난 18일 <인천투데이>과 만난 인천의료원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 간병인 4명은 인천시의 예산 일괄 감액 방침으로 계약 만료 전에 해고 통보를 받은 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시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세우는 과정에서 재정난을 이유로 모든 시비 지원 사업의 예산에서 10%를 줄인다는 전제 아래에, 인천의료원이 진행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 예산 1억 2000만원을 삭감해 추경에 반영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이 때문에 재정이 부족해진 인천의료원은 사업 확대 차 추가했던 병실 3개를 파견업체와 맺은 계약대로(4월 7일~12월 31일) 운영할 수 없게 됐다. (1월부터 운영하는 병실 4개는 유지) 따라서 이 기간에 환자 15명을 담당하기로 한 간병인 18명은 10월 13일자로 일을 그만둬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부천지역본부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건강과나눔은 지난 15일 보도 자료를 내고 “재정난 때문에 예산을 긴축 운영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시민들의 건강권과 관련한 복지서비스 예산 삭감은 매우 신중하고 대안을 마련해야하는 일”이라며 “시의 무원칙한 삭감 정책은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환자들의 건강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간병인들은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환자들에 대한 걱정을 놓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가 맡는 환자들은 모두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수급권자, 노숙인 등이다. 이런 사업이면 예산 책정 시 감액 당하지 않게 더 신경 써야 했던 것 아닌가”라며 “환자는 물론이고 간호사들도 걱정이 많다. 사실 당장 그만 둘 수도 있지만, 환자들을 보살펴야한다는 의무감이 있으니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은 환자와 환자 가정의 간병(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지원 대상은 차상위계층‧수급권자‧건강보험가입자(소득에 따라 차등 지원) 등이다.

이와 관련해 시 담당 실무관은 “담당자로서 미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예산실에 계속 찾아가 삭감을 막아보려 했으나, 시 재정이 너무 열악해 노력에 한계가 있었다”며 “인천의료원과 (인천의료원에 간병인을 파견한) 업체가 고용보험 실업급여 등 해고되는 간병인들의 처우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행정 조정이 필요하면 시가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의료원 재무회계과 관계자는 “시 예산이 축소되고 의료원 자체 예산이 없는 가운데 사업 전반을 흔들지 않는 방법을 찾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병실 3개 운영 중단 결정이 불가피했음을 토로했다.

인천의료원과 파견업체는 해고 예정 간병인들의 처우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결정한 사항은 없다. 이들은 특히 간병인들이 10월 13일까지 일했을 때의 실업급여 수급 가능 여부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인다.

인천의료원 재무회계과 관계자는 “자문 노무사의 의견을 따르면, 실업급여 수급조건인 근무일수 180일을 채우니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파견업체 관계자는 “계약 기간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이나, 여건이 정말 안 된다면 실업급여 등 최선의 대책을 보장해주는 것이 파견업체로서 도리이다”라고 한 뒤 “그런데 자문 노무사의 의견을 따르면, 180일을 채우지 못한다. 근무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간병인은 “인천북부고용센터에 직접 알아보니 해고 예정일까지 일하면 근무일수가 총162일이라 실업급여 수급이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명심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인천지역지부장은 “인천의료원은 약속을 못 지키게 됐을 때 파견업체 간병인과 충분히 소통해야 했다”며, “돈이 없으면 내년에도 이렇게 중단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주민참여예산에서도 높은 시민만족도를 보인 사업인 만큼 본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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