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 남동ㆍ동구청장 행보, 연일 구설수에 올라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취임한 인천지역 일부 기초단체장의 행보가 연속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수도권 최초의 ‘진보’ 구정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던 정의당 소속 남동구와 동구청장의 재선을 막은 새누리당 소속 구청장들을 가리킨다. 이 지역들의 일각에서는 ‘진보구정 난 자리에 권위주의 행정이 들어섰다’며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이야기를 실감한다’는 하소연도 흘러나오고 있다.
 

▲ 동구마을만들기네트워크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의 일방적 사업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동구,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 일방적으로 중단
이흥수 청장, “제 지지자들은 마을만들기 반대”

정의당 소속 조택상 전 구청장을 이기고 당선된 새누리당 이흥수 동구청장은 전임 청장의 치적과 색깔 빼기에 나선 모습이다. 주민들을 편 가르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 취임 후 동구는 조 전 청장이 정력적으로 추진해온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동구는 지난 12일 ‘2014년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 중단에 따른 안내문’을 공모에 참가한 주민단체들에 발송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함께 진행해온 주민단체 등과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동구는 지난해 예산 4억원으로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을 진행했다. 4개 분야에서 24개 사업이 실시됐다. 동구는 인천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이라 주민들의 호응이 높았다. 이러한 호응은 올해 마을만들기 공모 사업 44개 접수로 이어졌다.

동구는 발송한 안내문에서 사업 중단 이유에 대해 ‘공모 사업 상당수가 사업 취지에 부적합하다는 게 전문기관의 의견’이라며 ‘적합한 사업자를 선정해 진행하더라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간(9~11월)이 너무 짧다’고 했다.

하지만 동구마을만들기네트워크는 “공모 사업 상당수가 사업 취지에 부적합하다는 전문기관의 의견은 사실과 다르다”며 “여기서 전문기관은 ‘인천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로 지난 4월 초 동구의 의뢰를 받아 마을만들기 사업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모 사업의 상당수가 사업 취지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사업 기간이 짧은 것은 공무원들이 무책임하게 5개월간 사업을 지체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마을만들기 사업 공모가 끝난 것은 3월 20일이다. 동구는 ‘지방선거로 인해 사업 추진을 연기한다’는 안내 이후 5개월 동안 조치하지 않다가 최근에 사업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시 마을만들기 사업’을 8월에 공모해 진행하기도 했다.

동구마을만들기네트워크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의 일방적 사업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간담회나 설명회 등 최소한의 의견수렴 절차조차 없는 일방적인 사업 중단은 있을 수 없다”며 “거짓된 사실로 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추락시킬 수 있는 만큼 원래대로 사업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과의 면담에서 이흥수 청장은 “조택상 지지자와 제 지지자는 다르다. 조택상 전 청장이 추진하고 주도했던 모든 사업을 100% 재검토해 전면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동구마을만들기네트워크 관계자가 “그러면 1만 7000명(=이 청장의 지방선거 득표)의 구청장이냐?”고 묻자, 이 청장은 “1만 3000명(=조 전 청장의 득표)이 원하는 마을만들기 사업이냐. 신사적으로 얘기할 때 적당히 하자. 제 지지자들은 마을만들기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진보 색깔빼기'에 나선 셈이다.
 

▲ 이흥수 인천 동구청장과 동구마을만들기네트워크 관계자들이 면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청장은 "조택상 지지자와 제 지지자는 다르다. 조택상 전 청장이 추진하고 주도했던 모든 사업을 100% 재검토해 전면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색깔빼기에 나선 셈이다.

장석현 남동구청장 취임 후 각종 구설수에 올라
모범 사례 ‘동 복지위원회’도 유명무실화 될 듯

장석현 남동구청장은 취임과 함께 ‘권위주의적 행정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취임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여성 사무관 9명(승진 포함) 전원을 동장으로 배치해 ‘성차별적 인사’라는 비판을 인천지역 여성단체 등으로부터 받았다.

또한 전 직원이 단체근무복을 입고 근무하도록 지시해 공직사회 안팎에서 반발을 샀다. 내부 직원들의 상당한 반대 의견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장 청장은 이를 밀어 붙이고 있다.

올해 초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의 자살 사건 후 정부에서 전국적 모범사례로 꼽은 남동구의 ‘동 복지위원회’도 해산 위기에 놓여 있다. 동 복지위원회는 배진교 전 청장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만든 기구이다. 장 청장은 이를 주민자치위원회에 편입하려하고 있다. 동 복지위원회가 유명무실화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남동구에 들어설 특수학교에 대한 장 청장의 입장도 논란이 됐다. 장 청장은 이청연 인천시 교육감을 만난 자리에서 이전 예정인 만월중학교에 특수학교를 설치하는 걸 반대한다고 했다. 교육청은 만월중학교가 서창2지구로 이전하면서 비는 자리에 가칭 ‘동희학교’라는 특수학교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 학교는 정신지체와 시각ㆍ청각장애, 발달지체, 정서행동장애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이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장 청장이 장애인을 차별한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남동구는 “만수동에 특수학교 두 개가 배정되는 것은 (시교육청의) 행정 편의적 일방통행”이라고 주장했다.

장 청장과 관련한 구설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장 구청장은 취임 후 별정직(7급) 운전기사를 데리고 왔다. 운전기사 A(36)씨는 지난 8일 새벽 2시 20분께 남동구청 공무원 두 명과 관내 노래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난동을 부려 지구대로 연행된 뒤 지구대 소속 경찰관을 발로 차고 욕설을 한 혐의로 11일 구속됐다. 함께 난동을 부린 다른 공무원들은 불구속 입건됐다.

각종 구설수에 대해 남동구 관계자는 “단체복은 구청장님의 업무추진비를 삭감해 그 비용으로 추경에 편성할 계획이다. 일부에서 배진교 전 청장과 선긋기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청장님은 배 전 청장의 좋은 사업은 계승ㆍ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와 남동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박종현 정의당 인천시당 사무처장은 “정의당의 진보구청장들은 2010년 취임 후 전임 구청장들이 잘한 부분은 인정하고, 진보 구정을 하나씩 만들어나갔다”고 한 뒤 “새누리당 구청장들이 정의당 구청장들이 4년 동안 만들어놓은 모든 사업들을 송두리째 무시하거나 없애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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