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지방자치단체 해외 투자 유치② 중국 톈진 빈하이신구

<인천투데이>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지사장 천원주)가 주관한 지역신문 디플로마 교육 ‘지방자치단체 해외 투자 유치와 지역 언론의 역할’에 참여했다.

6월 18∼20일에 부산ㆍ진해, 인천, 새만금 경제자유구역을, 7월 1∼8일엔 중국 베이징, 톈진, 쑤저우, 상하이, 홍콩 등을 탐방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국내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중국의 경제특구와 비교해봄으로써, 인천이 동북아시아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네 차례에 걸쳐 보도할 예정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1979년부터 경제특구 지정

▲ 중국 텐진 빈하이신구의 텐진항 모습.
‘선부론(先富論)’에 입각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1979년 경제특구를 지정하면서 본격화됐다. 개혁개방 초기 주강 삼각주(광저우)를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주강은 황하, 장강과 더불어 중국 3대 하천으로 운남성에서 발원해 하류 광저우를 지나 홍콩과 마카오 사이로 빠져 남중국해로 흐른다.

중국은 처음에 광동성 산터우[산두(汕頭)]와 선전[심천(深圳)], 주하이[주해(珠海)]를 경제특구로 지정했고, 이후 푸젠성 샤먼[하문(厦門)]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1988년엔 하이난성 전체를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선전경제특구는 홍콩, 주하이경제특구는 마카오와 인접해있으며, 샤먼경제특구는 타이완해협을 사이에 두고 타이완과 인접해있다. 산터우경제특구는 샤먼경제특구와 홍콩 중간에 위치한 해안도시다. 중국은 이들을 이용해 투자 유치와 경제성장을 이끌어냈다. 하이난경제특구는 동남아시아 화교자본을 끌어오기 위해 지정한 곳이다.

이후 중국정부는 개혁개방 노선을 더욱 구체화해 1984년 경제특구와 별도로 국가급경제기술개발구(國家級經濟技術開發區)를 도입했다. 이는 경제특구에 이어 지정한 대외 경제개방구다. 줄여서 개발구라고 부른다.
1984년 톈진개발구와 상하이 홍차오개발구를 지정한 뒤, 2001년까지 개발구 54개를 지정했고, 2009년 이후엔 34개를 더 지정했다.(한국산업단지공단 2012년 자료).

개발구 역시 외자 유치와 기술 도입을 목적으로 경제특구와 같은 수준의 우대조치를 취하고 있다. 개발구는 경제특구와 달리 지정 초기에 중국 자본까지 개방했지만, 지금은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정책 시행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더욱 구체화됐다. 1980년대 주강 삼각주가 1세대 경제특구라면, 2세대 경제특구는 상하이고, 3세대 경제특구는 톈진이다. 중국 국무원은 1992년 상하이 푸동신취[포동신구(浦東新區)], 2006년 톈진 빈하이신취[빈해신구(濱海新區)]를 경제특구로 비준했다.

톈진은 원자바오(온가보) 전 총리의 고향이며, 중국 인민이 가장 사랑하는 총리인 저우언라이(주은래) 초대 총리와도 인연이 깊다. 저우언라이가 훗날 그의 부인이 되는 덩잉차오(등영초)와 함께 1919년 5.4운동을 지도할 당시, 그는 톈진 난카이중학교(남개중학교) 학생이었고, 난카이중학교는 훗날 톈진을 대표하는 난카이대학으로 바뀌었다. 그 인근에 저우언라이 기념관이 있다.

현재 중국의 경제특구는 환발해경제권에 톈진 빈하이신구, 장강삼각경제권에 상하이 푸동신구, 주강삼각경제권에 광동성 썬전경제특구로 구분된다. 개발구 88개가 지정돼있으며, 또 ‘성’마다 성급 개발구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성급 개발구 지정은 성 인민정부에서 한다.

톈진, 환발해경제권의 중심이자 동북아 진출 기지
항만과 공항 앞세워 중국 제조업의 30% 비중 차지

톈진 빈하이신구는 징진지[경진기(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성) 도시권과 환보하이[환발해(環渤海)] 경제권의 중심지이다. 기능구이던 톈진항, 톈진개발구, 보세구를 행정구인 탕구구[당고구((塘沽區)]ㆍ한구구[한고구(漢沽區)]ㆍ다강구[대항구(大港區)]와 흡수ㆍ합병해 정식 행정구역이자 경제특구가 됐다.

빈하이신구는 기존보다 확장된 톈진개발구를 포함하고 있으며, 첨단기술산업단지(天津濱海高新技術産業開發區)ㆍ화학공업단지ㆍ상업지역ㆍ톈진항(배후 산업단지, 물류단지, 동강보세항구)ㆍ항공산업단지와 물류단지ㆍ빈하이관광지역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톈진은 중국 3북(동북ㆍ서북ㆍ화북)의 발전을 견인하면서 동북아 중심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자동차ㆍ항공ㆍ전자통신ㆍ화학ㆍ기계ㆍITㆍBT 등 중국의 첨단산업을 이끄는 곳으로, 중국 제조업 비중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톈진직할시의 인구는 약 1040만명이고, 이중 263만명이 빈하이신구에 산다. 빈하이신구 면적은 2270㎢로 인천시(1032㎢)의 약 2.2배에 달한다. 빈하이신구는 1980년대 광동성 썬전, 1990년대 상하이 푸동에 이어 21세기 중국의 성장을 대표하는 도시다.

빈하이신구의 GDP(=국내 총생산)는 2008년 3102억 2400위안(한화 약 53조 5600억원)에서 2013년 8020억 위안(한화 140조원)으로 5년여 만에 약 5000억 위안이 증가했다.

빈하이신구의 장점은 인천과 마찬가지로 톈진국제공항과 톈진항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톈진국제공항은 확장 공사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톈진항은 신항을 개발하면서 중국 3북지역의 개발에 맞춰 항만 인프라(선석, 배후산업단지와 물류단지, 보세구역)를 확장하고 있다.

톈진항은 크게 북항과 남항, 동강신항으로 구분된다. 남항과 남항 배후부지에는 주로 석유와 천연가스 하역ㆍ저장시설이 있고, 북항은 벌크화물과 컨테이너가 혼합돼있으며, 동강신항은 컨테이너 부두다. 최근에 톈진국제크루즈여객터미널을 준공했다.

동강신항 배후에 있는 동강보세항구관리구는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빈하이신구 산하에 별도로 동강보세항구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동강보세항구관리구는 면적이 30㎢로 선석과 물류단지, 보세구역이 각각 10㎢이다.

인천의 자매도시 톈진, 역사도 발전 방향도 비슷해

▲ 중국 텐진 빈하이신구의 항공산업단지 내 모습.
톈진은 인천시와 자매결연한 도시로, 인천과 여러모로 닮았고 발전과정도 비슷하다. 인천항이 1876년 일본과 강제 체결한 강화도조약에 따라 1883년 개항했다면, 톈진항은 1858년 6월 2차 아편전쟁으로 체결된 톈진조약에 따라 1860년 개항했다.

이후 인천항이 수도 서울의 관문역할을 했다면, 톈진 역시 수도 베이징의 관문역할을 했다. 인천 원도심에 개항 당시 건축물이 남아있는 것처럼, 톈진 도심에도 개항 당시 건축물이 남아있다. 차이가 있다면, 톈진에 더 많은 건물이 남았고, 여전히 은행과 공공기관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톈진의 발전 또한 공항과 항만을 끼고 있는 장점에서 출발했다. 중국정부와 톈진시 인민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가급 개발구를 도입했고, 나중에 경제특구로 확대했다. 정부의 재정 지원(철도ㆍ고속도로ㆍ공항ㆍ항만 건설)을 토대로 투자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빈하이신구에는 4600개가 넘는 기업이 입주해있으며, 이중 세계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기업이 200여개에 달한다. 한국의 삼성ㆍ현대ㆍ포스코ㆍLG와 IBMㆍ폭스바겐ㆍ도요타ㆍ미쓰비시ㆍ캐논ㆍ모토로라ㆍ코카콜라ㆍ네슬레 등이 입주해있다.

아울러 중국은 올해 3월 26일 프랑스 에어버스사와 톈진에 항공기산업 합작 계약을 체결했다. 톈진 빈하이신구를 에어버스사 아시아 중심지부로 육성하고, 조립라인 2기를 건설해 2025년까지 60억 달러(한화 약 6조 4302억원) 규모의 항공기를 조립ㆍ생산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에어버스사는 톈진 공장에서 10년간 ‘A320’시리즈 1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며, 조립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제2공장을 설립하고 나아가 터보프롭엔진을 개발하는 데도 의견을 상당히 조율했다.

중국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톈진시정부의 재량권 시너지효과 발휘

중국정부와 톈진시정부는 빈하이신구를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육성하고 있다. 이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향하는 바와 같다.

다만, 빈하이신구의 개발방식은 국가가 사회간접시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톈진시정부가 상당한 자율권을 지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면세 범위와 관련해 톈진시정부는 정해진 범위 안에서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중국 안에서 각급 경제특구와 개발구를 보유한 지방정부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상하이와 텐진은 서로 견제한다. 남부지방의 썬전이나 홍콩 또한 상하이를 견제한다.

중국정부는 경제권을 큰 틀로 묶은 뒤 경제특구 3개를 지정ㆍ운영하는 동시에 각 경제특구가 속해 있는 지방정부에 상당한 재량권을 주고, 또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도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독려하고 있다.

톈진 빈하이신구는 규모면에서 인천 전체 면적보다 넓고, GDP는 약 2배다. 2013년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만TEU를 달성했을 때, 톈진항은 1300만TEU를 달성했다. 세계 10위다. 게다가 에어버스사 합작 유치로 항공기 제작은 물론 항공기 정비 산업 기반까지 구축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과 톈진 빈하이신구의 두드러진 차이는 중앙정부의 지원과 경제특구 개발계획에서 드러난다.

중국정부는 경제특구 기반 조성에 막대한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천은 신항만 배후 물류단지가 언제 조성될지 모르고,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 산업단지에 제조업 입주가 제한돼있다.

또한 톈진시정부의 빈하이신구 개발계획에 공항과 항만이 포함돼있는 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제시하는 청사진에는 인천국제공항ㆍ인천 신항만과 연계한 계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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