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미비로 시민 불편 … M버스 일부 입석 운행

오전 8시, 송도신도시 한진아파트 앞에서 탄 버스에는 앉을 자리가 부족했다. 좌석을 찾지 못한 승객들은 버스 중앙통로에 섰다. 다음 정류장인 연세대 송도캠퍼스 입구에서도 몇 명이 올라탔다. 승객 7명은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각자 일종의 ‘안전띠’라고 믿는 봉과 좌석 윗부분, 계단 모서리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7월 16일, 수도권 직행좌석형 시내버스(이하 직행좌석버스) 입석 운행 금지가 시행된 첫날, 강남역행 광역급행버스(이하 M버스) 안의 풍경이다.

성난 시민들의 불평과 항의 속출

▲ 정부의 수도권 직행좌석버스 입석 금지 조치 후 강남역에서 인천행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다.
수도권 직행좌석버스의 입석 운행이 금지된 후 3일 동안 출퇴근 시간대 상황을 취재한 결과, 서울ㆍ경기ㆍ인천지역 직행좌석버스 정류장에서는 하염없는 기다림에 지치거나 성난 시민들의 불평과 항의가 속출했다. ‘잔여좌석 없음’ 표지판을 내건 버스들이 연달아 정차하지 않고 지나치자 중간 정류장에 있던 시민이 택시를 타고 기점으로 가거나, 버스 운전기사에게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쯤 되자 국토교통부와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 3개가 단행한 이번 조치가 ‘졸속행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출퇴근 시간대에 대체차량을 투입하고(인천시는 출퇴근 시 직행좌석버스 노선 19개 중 14개에 34대 증차, 5개에 집중 배차하겠다고 밝혔다), 담당 공무원들이 버스에 탑승해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대책이 전혀 체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일 오후 7시, 강남역 6번 출구 앞 9200번 정류장에서 만난 30대 후반 직장인 이아무개(남ㆍ인천 남구)씨도 “40분 째 기다리고 있다. 증차가 된 건지 잘 모르겠다. 모니터링 하는 공무원을 본 적도 없다. 말로만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졸속행정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국토부와 지자체들은 지난달 10일 “도로교통법상 고속도로 운행차량의 운전자는 모든 승객에게 안전띠를 매게(입석 운행 금지) 해야 하나, 직행좌석버스의 경우 그동안 출퇴근 시 수요에 비해 공급되는 버스가 부족해 입석 운행이 관행화되면서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직행좌석버스의 입석 운행을 금지할 것을 발표하고 증차와 집중 배차 등의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직행좌석버스와 마찬가지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M버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일부 M버스 입석 운행 지속 … “원래 좌석제라 통제 안 했다”

이 때문인지 입석 운행 금지 조치로 혼란이 발생한 직행좌석버스와 달리, 일부 M버스는 3일 내내 입석 운행을 지속했다. 강남역행 M버스가 입석 운행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18일 오전 7시 30분에 한진아파트 정류장에서 만난 강규석씨는 “입석 운행이 금지된 것을 어제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여기는(=이 M버스는) 계속 입석 (운행)했다”고 말한 뒤, 버스에 올라타 만석이 된 것을 확인하고 같이 기다리던 시민 4명과 나란히 통로에 섰다.

국토부 장관이 면허를 발급하는 M버스는 수도권 도심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시민들이 출퇴근을 빨리 할 수 있게 6개 이하로 제한된 정류장에만 정차하며 고속국도와 도시고속도로 등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다.

버스 앞에 잔여 좌석 알림판을 게시해 좌석이 다 차면 다음 정류장부터 승객을 받지 않는 좌석제로 운영된다. 인천에는 강남역ㆍ가양역ㆍ신촌 등을 종점으로 하는 총5개 노선의 M버스가 있다.(번호 앞에 ‘M’자가 붙지 않은 광역급행버스인 7700번도 포함) 차체는 파란색을 띠며 빨간색인 직행좌석버스와 묶어 통상 ‘광역버스’라고 부른다.

하지만 ‘광역버스 입석 운행 금지’라고 통칭하는 것과 달리, M버스는 이번 조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미 일부 M버스에서도 암암리에 입석 운행을 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인천시 버스정책과 주무관은 그 이유를 “애초에 면허 자체가 입석 금지를 조건으로 발급되기 때문에, 거기(=M버스의 입석 운행)에 대한 (해소)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 그렇다(=어색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부 M버스 노선의 증차 인허가 절차가 이행 중에 있다”며 “하지만 대안이 마련되고 나서 금지하는 게 아니라 시에서 모든 노선의 입석 운행을 금지했으니까, (M버스에도) 금지하라고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충분한 대책 마련 없이 시행한 졸속행정임을 시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다.

논의 시작 석 달 만에 시행 … 예견된 졸속행정

▲ 강남역행 M버스는 입석 운행을 하고 있었다.
이번 조치가 졸속행정이 될 것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국토부와 수도권 광역지자체들이 직행좌석버스의 안전운행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연 날은 4월 23일이다. 이때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경기도권역 KD운송그룹이 돌연 직행좌석버스의 입석 운행을 중지하면서 혼란이 벌어지고 난 다음이다.

긴급대책회의에 들어간 국토부는 약 한 달 뒤인 5월 22일에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다니는 시내버스의 입석 운행을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리고 한 달도 안 된 6월 10일, ‘내달 중순부터 모든 직행좌석버스의 입석 운행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책 논의를 시작한 지 석 달도 안 돼 11만명이 이용하는 직행좌석버스의 운행방침을 결정해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학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주간경향>과 한 인터뷰에서 “입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3개월 동안 임시로 운영한 뒤 노선을 재조정하고 법적ㆍ제도적 문제를 개선하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단기대책이라도 최소 1년 계획을 세워 내놓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대책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시민들이 많다’는 말에, 인천시 버스정책과 주무관은 “그럴 수도 있다. 소위 완전한 대비책을 준비한 게 아니니까. 임시적으로 입석 (운행)을 금지하게 되면, 거기에 따르는 많은 혼란이 있기 때문에 그걸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한 것이다. 자체적으로 완벽하게 이걸로(=이번 대책으로) 모든 걸(=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한 달 동안 모니터링 하면서 보완사항이 발생되면 증차 등을 통해 해결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졸속행정에 시민들은 안전과 편리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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