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을 한 왕자와 공주. 어느 날 무시무시한 용이 나타나서 성을 불살라버리고 왕자를 잡아간다. 화가 난 공주는 급하게 종이봉지로 옷을 만들어 입고는 왕자를 구하러 길을 떠난다.

용이 살고 있는 성으로 간 공주는 지혜롭게 용을 골탕 먹인 후 왕자를 구해낸다. 그러나 공주가 구해준 왕자, 종이봉지를 뒤집어쓰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나타난 공주에게 예쁜 공주의 모습으로 다시 올 것을 요구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왕자의 속마음을 알게 된 공주는 왕자와의 결혼을 뒤로 한 채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책에서 그려진 왕자와 공주를 떠올려 보면, 멋진 왕자가 백마를 타고 나타나 무시무시한 괴물을 물리치고 어여쁜 공주를 구해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책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만나면서 꿈을 꾸고 생각이 자라 그것이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어린 시절에 흔히 읽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종이봉지공주 그림책은 아이들과 부모들의 성 역할에 대한 생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남자는 의사, 파랑색, 정의로움으로 여자는 간호사, 분홍색, 다소곳함으로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무의식적으로 규정되어 온 시각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을 새롭게 되새기며 아이와 함께 나눠보자.

/글 안미숙(늘푸른도서관 · 글쓰기 전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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