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은 최근 중ㆍ고등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 선택권 보장율이 99.4%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학생 1000명 중 994명이 방과후학교나 야간자율학습 참여를 강제가 아닌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상황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니, 중ㆍ고생 총19만 7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자율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학생이 1만 235명이다. 100명 중 5명은 학습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야간자율학습 등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는 것도 문제다. 벌점 등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것을 감내하면서 불참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렇게 답변한 학생이 600명 정도 된다.

이를 가지고 다시 확인해보니,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학부모가 참여를 권유하거나 교사 결정에 맡겼다고 하면 자율성이 보장된다고 판단해 나온 결과란다.

그러면,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는데, 선택권이 보장됐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언가. 그 답은 해당 조례에 있다. 2011년 10월에 공포된 ‘인천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 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충돌할 시 학부모의 의견을 우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자녀가 방과후학교나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지 않는 걸 동의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그 시간에 사설학원을 보냈으면 하는 학부모를 빼고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학교에 그 이유를 설명해야하고, 그러한 결정을 이상하다고 보는 주변의 시선을 받기 싫어서 일 것이다. 미래를 담보로 현재의 행복, 나아가 인권마저 저당 잡힌 이 현실이 ‘이상’이 아닌 ‘정상’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7월 1일, 새 교육감이 취임한다. ‘민주진보’라는 수식어를 단 새 교육감이 인천교육에 어떠한 변화를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청연 당선자 인수위원회인 ‘행복교육준비위’는 지난 28일 핵심공약 보고회를 열었는데, 새 교육감의 중점 교육정책 중 하나가 ‘창의ㆍ공감교육으로 미래형 학력 신장’이다. 정규교과뿐 아니라 방과후학교나 야간자율학습 운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준비위는 두발규제와 급식ㆍ학생인권 등을 주제로 한 중ㆍ고생들과 교육감의 원탁회의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스스럼없이 서로 토론하고 결정하면, 책임성이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불신의 벽을 허물고 자율성을 높인다. 나아가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여러 도전과 문제 등을 헤쳐 나가는 힘을 길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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