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상은 국회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폭로한 장관훈씨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치인 중 사법기관의 수사 1순위 대상자로 지목된 인물은 박상은(중ㆍ동구, 옹진군) 국회의원이다. 그는 선주협회 주선으로 호화판 해외시찰을 몇 차례 다녀오는 등의 행위로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이런 와중에 박 의원은 자신의 차에 뒀던 현금 2000만원을 도난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 결과 도난당한 돈은 3000만원으로 드러났다. 또한 잃어버렸다는 돈은 그의 운전기사가 불법정치자금이라고 생각해 신고한 것이다.

박 의원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그의 아들 집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현금 6억원이 나오는가 하면, 그와 관련한 인사들과 인천지역 기업체들이 연이어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다. 정치자금을 업체들로부터 쪼개서 받았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앞서 박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폭로한 사람이 있다. 장관훈씨다. 장씨는 지난 4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의원에게 임금을 착취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 1월까지 17개월간 모두 3300여만원에 이르는 임금을 박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월미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지방의원이 되는 꿈을 키웠던 40대 가장이었다. 장씨의 폭로로 박 의원 사건은 촉발됐다. 장씨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인천청년본부장 등을 맡으면서 당에 충성했다. 그리고 박 의원의 비서관(국회 6급)으로 일했다.

장씨는 19대 총선 때 박 의원의 당선을 위해 뛰었고, 그해 9월부터 박 의원의 비서 활동을 했다. 그는 박 의원이 비서 등에게 월급을 준 뒤 대부분을 후원금으로 반납할 것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고 폭로한 뒤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국회와 박 의원 사무실 앞에서 벌이고 있다. 특히 장씨는 박 의원의 운전기사와 경제특보의 신고와 제보를 이끌어냈다.

<인천투데이>은 장씨를 지난 20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만나 2시간가량 그의 심경을 들었다. 인터뷰 내내 장씨의 휴대폰은 불이 났다. 취재를 원하는 기자들의 전화가 폭주했다. 5분에 한 번꼴로 전화가 이어졌지만, 그는 꾸역꾸역 응대했다.

박 의원을 ‘모셨던’ 세 명은 왜 박 의원을 ‘배신(?)’했을까. 장씨는 “박 의원은 밑에 직원을 사람 취급 안 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의원이 받고 있는 의혹과 관련해 현재 언론에서 밝힌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박 의원이 거짓말을 할수록 불리해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박 의원은 평상시에 인천지역 항만 관련업체와 계속적으로 만나왔고, 그들과 자주 식사 자리 등을 가졌다”며 “그 자리에서 박 의원은 식사나 술 값 등을 전혀 내지 않았다”고 했다.

아래는 장관훈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새누리당 박상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폭로한 장관훈씨. 장씨는 6.4 지방선거에서 중구의회 의원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 박 의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 일부에선 지방선거 정당 공천을 나쁘게(=‘1-다’) 받아 박상은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폭로했다는 시선도 있다.
= 4월에 어느 기자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이 기사화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압박해 들어왔다. 그래서 아예 기자회견을 열어 박 의원의 임금착취 부분을 폭로한 것이다.

▶ 6.4 지방선거에서 중구 나선거구 기호 ‘1-다’로 출마했다. 이 과정에 박 의원이 개입했나?
= 박 의원이 공천을 앞두고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면담한 것이 화근이 됐다. 수년 동안 그를 지켜봤고 그의 행태를 알기에 녹음기를 착용하고 면담하러 갔다. 당시 박 의원은 여론조사 등도 안 해 보고 ‘너는 안 된다’고 모욕을 계속 줬다. 또한 ‘3등 안에 들 수 있냐? 네가 잘 되는 방법을 강구하자고 만나자고 했는데, 이따위로 한다’고 계속 모욕을 줬다. 그래서 난 ‘경선만 시켜 달라’고 했다.

▶ 박 의원이 임금을 착취했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과 언제부터 함께 일했나?
= 나는 지역 일꾼(=지방의원)으로 선출돼 내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해보고 싶은 뜻이 있었다. 박 의원을 알게 됐고, 2008년 선거 때부터 박 의원을 도왔다. 2012년 총선 이후 박 의원이 ‘출마하려면 지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야한다’며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2012년 9월부터 비서관으로 등록하고 일을 했다. 그런데 일한 지 얼마 안 돼 박 의원이 ‘급여는 100만원 정도만 가져가라’고 했고, 나는 ‘최소한 식대나 차량 유지비라도 있어야한다’고 했다. 결국 월 150만원을 받았다. 10월 15일께 (박상은) 의원에게 ‘남는 돈을 후원회 계좌로 넣을까요?’ 물어보니, ‘그래라’고 했다. 2013년 4월까지 그렇게 임금을 착취당했다. 그러던 중 가게 빚이 늘어나면서 국회의원 비서직을 그만두고 중간 중간에 지역 일을 하기 시작했다.

▶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인천의 여러 기업체를 압수수색했다. 박 의원이 평소 항만 관련 업체 등과 자주 만났나?
= 인천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이 계속 압수수색을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의원의 경제특보를 지냈던 분에 의하면, 박 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선사ㆍ항만ㆍ해운업체 등 기업체 20~30곳이 정치후원금을 쪼개서 냈다. (경제)특보님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후원금 모금을 직접 담당했다. (경제특보는) ‘박 의원이 평상시에 인천지역 항만 관련업체와 계속적으로 만나왔고 그들과 자주 식사 자리 등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박 의원은 식사나 술 값 등을 전혀 내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 박 의원이 대기업 임원 출신이고 재력가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했겠느냐는 의구심이 지역 일부에서 제기된다.
= 나는 개인적으로 박 의원하고 밥 한 번 먹은 기억이 없다. 의원실에 있는 직원들도 서로 돈 모아서 회식했지, 박 의원이 회식 같은 거 시켜주지 않았다. 지역에서 새누리당 당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자신이 밥 먹자고 해놓고 밥 사는 경우가 없을 정도로 인색한 편이다.

▶ 이번 폭로로 본인에게도 많은 피해가 따를 것 같다.
= 감당할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지역이 청렴해지고, 주민을 사랑하는 분이 왔으면 한다. ‘너는 젊은 만큼 참으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일(=비리)이 자행되는 것이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결단을 못 내린다. 내가 벌금을 맞고, 다쳐도 좋다. 그래도 떳떳한 아빠로 남고 싶었다. (지방선거에) 도전을 나중에 못해도 지역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살겠다.

▶ 박 의원의 운전기사가 ‘3000만원’을 검찰에 신고했다. 그도 박 의원으로부터 모욕을 많이 당했나?
= 그 분은 작년 7월 무렵 운전기사로 왔다. 박 의원이 막말과 함께 인격적으로 모욕해서 두 번 정도 차 키(=열쇠)를 놓고 퇴근했다. 그래도 그 분은 참고 참았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그 분은 박 의원이 어떻게 했는지 나에게 말해줬다. 기사들은 의원의 (전화)통화 내역을 다 들을 수 있는 위치다. 그 분은 ‘인천 사람들이 너무 착하다. 다른 지역에선 꿈도 못 꾼다’고 오히려 나와 지역 분들을 걱정해주셨다.

▶ 이번 폭로를 경제특보나 운전기사와 사전에 논의하지는 않았나?
=  내가 미래의 꿈도 버리고 이번 일에 뛰어들다보니 (경제)특보님은 ‘걔 같이 멍청한 놈이 있어? 걔가 칼을 뺐다. 우리들은 용기 못 냈는데. 걔 같이 무식한 놈이 있어? 했다’고 말해줬다. 그 분도 제보했다. 그 분이 (박 의원) 후원회를 담당했다. 많은 제보가 있었을 것이다. 운전기사 분은 아직 젊고 해서 그 분을 보호하기로 했다.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 기자회견 후 박 의원 쪽에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했을 것 같은데?
= 기자회견 후 일주일 동안 서너 번 사람들을 보냈다. ‘후원금은 자발적으로 냈고, 급여는 두세 번 반납했다는 진술서를 쓰면 법적 대응을 안 한다’고 했다. 1인 시위를 할 때는 (박 의원의) 동생이 와서 시비를 걸었다. 지방선거 직전에 박 의원과 측근 인사들과 3시간가량 만났다. 그 자리에서 각서를 요구했지만, 거절했다.

▶ 장례식장 대표가 구속됐다. 그 사람을 아는가?
= 그 분이 조금 안쓰럽게 된 경우다. 선의의 피해자로 본다.

▶ 박 의원이 평소에도 모욕 같은 것을 주었나?
= 올해 1월 1일 박 의원과 함께 몇 백 명이 신년산행을 갔다. 그 자리에서 사무국장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평소 직원들 알기를 우습게 안다. 따를 직원이 없었다. 그러니 측근 3명이 연이어 양심선언을 한 것 아니겠냐.

▶ 운전기사가 검찰에 제출한 돈(=3000만원)과 관련해 박 의원은 다르게 해명하는데?
= 당초 박 의원 쪽은 가방에 현금 2000만원이 들어있다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3000만원이었다. 당시 박 의원은 변호사 선임 비용이라고 했다. 나나 운전기사를 도둑놈이나 공천에 불만을 가져 본인을 음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실은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박 의원은 거짓말을 할수록 자기 무덤을 깊숙이 파는 것이다.

▶ 3000만원과 박 의원의 아들 집에서 나온 6억원이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헌금이란 주장도 있다.
= 지역에서 공천헌금의 안정권은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라고 들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중ㆍ동ㆍ옹진은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권 안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구ㆍ동구청장과 옹진군수 후보는 공히 박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만약에 공천헌금이라면 다른 후보들에게서 받았을 개연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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