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장 선거 3파전 안개속...배진교 인물론, 거대 정당의 벽 넘을까

범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와 정의당 배진교 남동구청장 후보ㆍ조택상 동구청장 후보의 3각 벨트가 이번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수도권 최초의 ‘진보 구청장’이란 수식어를 단 배진교ㆍ조택상 후보의 재선 여부는 정의당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정의당은 수도권에서 광역시ㆍ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만큼 인천 남동구와 동구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인천에서 범야권후보 단일화를 성사했다. 정의당이 시장 후보를 양보하고, 남동구와 동구청장 후보를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으로 결정했다. 또한 정의당 정수영(남구 4)ㆍ강병수(부평 3) 현 시의원이 출마한 선거구에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의원 후보단일화도 이뤄냈다.

그런데, 2010년 지방선거 때 위력을 발휘한 범야권후보단일화가 이번에도 효과가 있을까? 과거만큼의 파괴력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배진교ㆍ조택상 구청장에 대한 ‘진보 정당’ 소속이라는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4년 전에 비해 상당히 준 것은 틀림없다. 두 구청장의 구정 운영 성과는 새정치민주연합 쪽도 인정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도 ‘진보 구정’에 만족하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고, 두 ‘진보 구청장’의 선전은 이번 선거에서 송 시장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와 조택상 동구청장 후보가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 지역인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을 찾았다. <사진 제공 : 조택상 후보 홈페이지>

동구청장 선거, 4년 전처럼 3파전
이번엔 조택상 후보가 불리한 구도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는 지난달 28일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열린 인천시민넷과의 ‘인천시민 10대 권리장전’ 협약식을 마친 뒤 함께 참석한 조택상 동구청장 후보를 만났다.

“조택상 청장 이리 와 봐요. 맘고생 심하지”
“(범)야권연대가... 상황이 어렵네요"
“유세 날짜 잡아요. 주말에 함께 돌자고”

송 후보는 조 후보 옆에 있던 배진교 남동구청장 후보의 손도 잡으며 “남동도 주말에 시간 잡아요. 주말에 돌면서 분위기 바꿔”라고 격려했다.

인천 전역을 돌아야하는 송 후보가 조 후보를 챙긴 것은 전용철 전 시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책임을 다하지 못해 ‘범야권후보단일화’ 효과가 상쇄되는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해석된다.

인천 동구는 대표적 원도심으로 노인층이 밀집된 지역이다.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으로 ‘진보 구정’을 4년 동안 펼쳤음에도 정의당 지지층은 아직 두텁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용철 후보의 무소속 출마는 야권 지지표를 일부 분산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에서 탈락한 전 후보는 억울해할 수 있다. 그는 당내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찬진 예비후보가 단수공천을 받자 “경선 과정도 없이 계파의 지분 나눠 먹기가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 조택상 후보를 지지하는 한 노인이 지난 4년전 조 후보가 사용한 명함을 지갑에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지난 23일 조 후보를 만났을 때 보여줬다는 명함. 조 후보는 이 사연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잔잔한 감동을 줬다.

전 후보는 인천시장 후보도 쉽게 공약으로 내걸지 못하는 ‘서울지하철7호선 동인천역까지 연장’을 내걸었다.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이지만,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이번 동구청장 선거는 외형적으로 4년 전과 같은 3파전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이환섭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보수 성향의 표가 분산됐다. 조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당선됐다. 당시 이흥수 후보는 1만 3340표를 얻었고, 이환섭 후보가 6663표를 얻었다. 조 후보는 1만 4206표를 얻어 힘겹게 당선됐다.

이번엔 조 후보가 불리해졌다. 무소속 전용철 후보의 출마로, 4년 만에 다시 도전한 새누리당 이흥수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게 생겼다.

하지만 조 후보는 구청장으로서 4년 동안 일을 잘했다는 평가를 대체적으로 받고 있다. 구청장 재임 기간 공약 이행률이 94.4%에 달한다. 조 후보는 본인이 아이디어를 낸 현대제철 폐열 활용사업을 마무리 짓고, 그 수익금으로 동구희망복지재단을 설립해 맞춤형 복지서비스 등을 제공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동구 신청사 건립기금 130억원을 재개발 기금으로 전환해 낙후한 동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인천에서 '범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와 배진교 남동구청장 후보가 시장 상인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남동구청장 선거, 이번에도 양자 구도
배진교 인물론, 거대 정당의 벽 넘을까

인천시 군ㆍ구 행정실적 종합평가 3년 연속 1위, 매니페스토(공약이행 분야 등) 4년 연속 수상, 전국 지자체 일자리 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보육행정 분야 대통령상 수상(2011)….

정의당 소속 배진교 남동구청장 후보가 지난 4년 동안 구정을 이끌며 이룬 주요 성과들이다. 소수정당 소속이라는 어려운 조건에서 배 후보가 구청장으로서 이룬 성과는 꽤 많다.

배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는 정의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와 박남춘ㆍ윤관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을 비롯해 이강일 나사렛의료재단 이사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을,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가 후원회장을 맡았다. 배 후보 지원을 위해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남동구에서 거리유세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상대 후보인 새누리당 장석현 후보가 정치신인인 데다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지난달 14일 불구속 입건된 것도 배 후보에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장 후보는 지난 2월 21일 남동구청장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뒤 명함과 현수막 등에 ‘전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국민소통본부 본부장’이라고 게재했다. 사실은 ‘전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국민소통본부 국민희망네트워크 본부장’인데, ‘국민희망네트워크’를 삭제한 것이다. 장 후보가 사용한 경력은 이성헌 전 국회의원의 경력이었다.

하지만, 장 후보의 추격도 만만하지 않다. 장 후보는 경제전문가임을 내세우며 일자리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남동구 4대 비전, 20대 공약이 수록된 선거공약서도 최근 배부하기 시작했다.

▲ 권영길 전 국회의원과 함께 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배진교 남동구청장 후보.

지역 언론들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남동구청장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경인일보> 5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장석현 후보가 35.7%의 지지율로 정의당 배진교 후보(33.5%)를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섰다. 또한 5월 26일자 <경기일보> 보도에서도 장 후보가 지지율 30.9%로 27.9%의 배 후보를 앞섰다. 정당 지지도에선 새누리당이 34.1%로 가장 높았으며, 정의당은 2.1%에 그쳤다.

장 후보는 ‘박근혜 마케팅’을 활용하며 보수층을 결집하고 있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중앙선대위 국민소통본부 국민희망네트워크 본부장’을 맡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인물과 범야권후보단일화가 새누리당의 높은 정당 지지율을 뛰어 넘을지가 이번 남동구청장 선거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