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욱 인천시 항공ㆍ물류 전문위원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31분 한겨울의 뉴욕 맨해튼 허드슨강에 갑자기 비행기 한 대가 불시착했다.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운 US에어웨이 소속 항공기의 엔진에 새 떼가 빨려 들어가 추락 상황에 직면했지만, 항공기의 불시착과 차가운 허드슨 강물의 위험 속에서도 23분 후 155명 모두 안전하게 생환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께 476명이 탑승(해경 발표)한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으며, 우리는 39일째 진도 앞 통곡의 바다 속에 꽃다운 학생과 시민을 남겨두고 있다.

US에어웨이의 기장은 침착하게 승객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뉴욕 도심을 피해 강에 불시착하는 최선의 판단을 했고, 두 번이나 기내를 확인하고 맨 마지막으로 탈출했다. 세월호 선장은 바지도 잊은 채 제일 먼저 탈출했다. US에어웨이의 승객들은 침착하게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어린이와 노약자를 우선 탈출시켰고, 세월호의 승객들은 상황도 운명도 모른 채 기다리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뉴욕공항의 관제탑은 추락 징후가 포착된 즉시 뉴욕의 경찰ㆍ소방대ㆍ응급의료기관ㆍ적십자ㆍ허드슨 강에서 운항하는 민간페리회사에 이르는 모든 기관에 비상 경고를 발송했다. 뉴욕 구조팀의 잠수사는 강에 빠진 승객을 구조하고 가라앉고 있는 기내로 진입해 혹시나 남아있는 승객이 없는지 다시 확인했다.

진도 관제소는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하지도 못했고, 해경은 선체 진입을 꿈도 못 꾸었으며, 정부당국은 구조 현황 파악도 못하고 있었다. 항공기와 선박, 강과 바다라는 차이일 뿐, 두 사고 모두 수상에서 벌어진 교통재난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항공기 사고는 사고 후 폭발이나 화재 발생률이 높아 골든타임이 아주 짧기 때문에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허드슨강의 기적’의 주역인 체슬린 설렌버그 기장은 “저는 42년 동안 일정하게 조금씩 저축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저축은 교육ㆍ훈련ㆍ경험들이다”라고 말했다.

잘 훈련받고 책임감을 가진 기장과 승무원, 이들을 믿고 침착하게 약자를 배려한 승객,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던 구조팀과 단 1초도 헛되이 쓰지 않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알았던 정부, 그리고 이들을 묶어준 유기적 체계가 존재했던 것이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선실이 가장 안전하니 기다리라’는 어처구니없는 방송과 그 상황에서 외롭게 사투를 벌였던 의로운 분들 외에는 그 어떤 것도 가지질 못했다.

두 사고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졌다. 재난 상황에서 민관이 해야 할 역할을 숙지하고 있는 유기적 체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선체가 20도 이상 기울거나 구명조끼를 입을 상황에서는 선내에 있으면 안 된다는 사전 경험이 있었다면 상황은 변했을 것이다. 항공분야에서는 항공기 특성상 짧은 골든타임 안에 좁은 기내 통로를 이용한 탈출이 가능하려면 짐을 챙기는 등의 행동이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 교통 재난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체험시설이 필요하며, 민관이 참여하는 유기적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야한다.

행동하는 시민이 나와 내 가족을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으며, 행동하는 시민이 국가를 개조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잘산다는 것은 좋은 음식과 큰집이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존재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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