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사다 ①] 인천지역 최초 교육혁신부장, 김찬 석남중학교 교사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하지만 묵묵히 공교육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도 많다. 다양한 방식으로 학교 수업을 진행하거나 학생들과 삶을 교감하며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땀을 흘린다.

<인천투데이>은 이달부터 학교 안에서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교사다’는 제목을 달아 매달 셋째 주 연재할 예정이다.

첫 교사는 인천지역에서 최초로 ‘교육혁신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김찬 석남중학교 교사다.<편집자주>

▲ 2년전 담임을 맡았던 졸업생들과 함께.
“졸업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우리 선생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한마디로 ‘짱’이에요.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김찬(49‧사진) 교사를 만나기 위해 석남중학교(교장 김형백ㆍ서구 건지로 333)를 방문한 날은 공교롭게도 ‘스승의 날(5월 15일)’이었다. 김 교사가 2년 전 담임을 맡았던 반의 학생들이 학교를 찾았고, 학교는 졸업생들로 북적거렸다.

김 교사는 2006년, 41세에 교직을 시작했다. 그가 국립 사범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졸업과 동시에 공립학교에 발령이 났지만, 이 제도가 위헌으로 판결되면서 소급 적용돼 발령 대기 중이던 그는 교단에 설 수 없었다. 이후 구제 법안이 마련돼 15년 만인 2006년에 가좌중학교에서 교사로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행정업무 치여 수업 뒷전’ 현실 고민
‘배움의 공동체’ 수업으로 혁신 시도

어렵게 교직을 시작한 그는 해가 갈수록 교사들이 행정업무 처리에 치여 수업은 뒷전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험하면서 안타까워했고, 이를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핀란드의 교육을 접했다.

학생 중심의 수업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배움의 공동체’를 만났고, 석남중으로 온 뒤인 2011년 1월에 ‘배움의 공동체’의 전파자인 손우정 교수를 만나 공부하면서 그해 2학기에 처음으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시도했다.

‘배움의 공동체’란 일본 도쿄대학교 명예교수인 사토마나부씨가 주창한 것으로 가르치는 기술보다는 학생들의 배움을 중심에 둔다. 수업을 공개해 동료 교사로부터 조언을 듣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른바 ‘혁신학교’에서 수업을 혁신하기 위해 많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김 교사의 도전은 중간고사이후 멈췄다. 학급 당 인원수가 43명인 데다 모두 남학생이다 보니, 모둠 11개를 돌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2년 3월, 김형백 교장이 부임하면서 김 교사의 도전은 다시 불붙었다. 김 교장은 교감 시절부터 민주적인 학교운영과 청렴교육에 고민이 많았다. 김 교사를 만나 학교 변화를 위해 의기투합한 것이다.

김 교사는 2012년부터 다시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시작했고, 그해 6월에는 손우정 교수를 초청해 석남중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했다. 이후 교사들과 함께 경기도 혁신학교 사례를 배우며 수업 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가져온 변화
학부모 만족도 10% 이상 올라

▲ 김찬 석남중 교사
2013년부터 석남중의 모든 교실 책상 배열이 ‘ㄷ’자 형태로 바뀌었다. 모든 학생이 교사를 바라보는 형태에서 학생들이 서로 바라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석남중의 모든 교사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1학년 학생 모두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받고 있으며, 이에 동의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김 교사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은 학생들이 활동하고 협동하며 표현하는 수업을 하는 것으로 단 한 명의 학생도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게 목표”라며 “전에는 이 방식의 수업에 실제 참여하는 학생이 한 반에 5~7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잠을 자거나 조는 학생이 거의 없다. 과학 수업을 지겨워하던 학생도 이제는 즐겁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첫아이를 석남중에 보냈던 한 학부모는 학교의 변화를 보고 둘째도 보냈다고 했다”며 “학부모의 만족도가 1년 만에 10% 이상 올라서 교육청에서 축하를 받기도 했다. 또한 예전에는 교사들이 대규모로 전근을 가는 학교였는데 지금은 다른 학교와 비슷한 이동 규모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시도, ‘회복적 생활 교육’ 실현

김 교사는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학생 두발과 복장 단속 등 교사의 일방적 생활지도가 아닌 ‘회복적 생활 교육’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기존 생활지도가 학생들의 잘못을 차단하고 예방하는 데 주목적을 뒀다면, 회복적 생활 교육은 관계 회복과 공동체의 참여와 협력 등으로 학교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교사는 교사와 학부모 대상 연수를 지속하고 있다. 5월 27일에도 신호승 ‘가슴으로 대화하기 연구소’ 대표와 이재영 한국평화교육훈련원 원장을 초청해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김 교사는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다른 지역에선 혁신학교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있지만, 인천에선 우리(=석남중)가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학생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학생들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교사도 행복한 학교, 학부모도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공교육의 정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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