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ㆍ송영길,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의 상반된 시선

“그는(=유정복) 바보다. 국회의원과 장관직을 버리고 인천시장 하겠다고 나왔다. 말하는 것이나 행동이 젠틀(gentle)해 보이고, 인천 출신이 인천시장 하면 잘할 것 같다”

“그쪽(=새누리당)이 인천시장 할 때 인천이 공사판이 됐다. (안상수 전 시장이) 투자하라고 했지만, 집값만 떨어져 빚만 늘었다. 그 사람(=유정복), 세월호 참사 책임도 있어”

▲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지난 달 7일 점심 부평역 광장에서 '사랑의 빨간 밥차' 무료 급식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처 : 유정복 후보 홈페이지>

19일 오후, 인천 원도심의 상징이 됐다고 할 수 있는 동인천역 인근 한 카페에서 40~5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지금 인천시장 선거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안개정국이다. 출발부터 예년 선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출발부터 뜨겁다. ‘친박계’ 실세로 알려진 3선 국회의원이자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유정복 후보가 출마했기 때문이다.

앞서 같은 친박계의 이학재(서구·강화갑) 국회의원이 출마 기자회견을 한 지 한 달도 안 돼 유 전 장관은 출마를 선언했고, 결국 이 의원은 출마를 포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학재 의원은 올해 초 박 대통령의 인도와 스위스 방문 수행단 자격으로 8일간 다녀온 후 지역 내 상당수 인사에게 ‘대통령에게 인천시장 출마 동의를 받았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더욱이 유 후보는 경기도 김포에서 군수와 민선 시장,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인물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경기도 김포라는 정치적 고향을 버린 셈이다. 이것이 박 대통령의 의중이라는 것은, 유 후보가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을 때 잘 나타났다. 그는 “새로운 인천을 열망하는 시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심의 바다로 뛰어든다”고 밝혔다.

▲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19일 옹진군 영흥도를 방문해 주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출처 : 송영길 후보 홈페이지>

‘장관직 등 기득권 버려’ 호평
‘정권 위한 낙하산 출마’ 악평

유 후보는 국회의원과 장관직을 버리고 '차관급'인 인천시장에 출마했다. 그는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이 보수 쪽에 강한 경기도 김포에서 지역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다선 의원이 될 수 있었다. 인천시장 선거 출마로 어쩌면 이런 기득권을 버렸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시민은 ‘바보 노무현’에 빗대 기득권을 버리고 고향 인천의 발전을 위해 뛰어든 ‘바보 유정복’이라고 좋게 평가한다.

‘좋은 자리 연연하지 않고, 인천을 살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인천에 내려온 만큼, 유정복이 인천을 이끌 적임자다’ 유 후보 선거캠프와 새누리당도 이를 구전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그의 인천시장 선거 출마가 근본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한다. 김포에서 20년간 정치하면서 김포에 뼈를 묻겠다고 한 정치인이 낙하산으로 인천에 내려와 ‘인천 사랑’을 외친다는 것이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김포와의 인연과 김포주민들과의 인연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하는 전환점이 되었고, 정치인 유정복으로 사는 동안 아니 평생을 두고 내가 짊어져야할 감사의 짐이며 내 영혼의 혼불로서 무슨 일을 하든지 김포 사랑으로 승화될 수밖에 없는 숙명적 고향이 되었다”

유 후보의 책 ‘여우와 고슴도치’를 보면, 그의 ‘김포 사랑’을 엿볼 수 있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그는 17대 총선 때 김포에 뼈를 묻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과거 정치활동 내역도 인천 시민사회와 충돌하고 있다. 영리병원 도입과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 문제 때문이다.

인천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이하 인천연대)는 유 후보에게 공항 민영화 반대와 송도 영리병원 추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연대는 20일 보도 자료를 내 “유 후보는 영리병원에 대해 ‘송도 영리병원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하겠다’고 했고, 공항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19일 열린 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관련법을 추진했다. 민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판단은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며 “이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회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천연대는 “유 후보가 언론을 통해 ‘송도 영리병원이 의료 민영화의 신호탄이라는 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했지만, 송도 영리병원 추진이 의료 민영화의 첫 단추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분명하지 않은 답변은 영리병원과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항 민영화와 관련해 유 후보가 토론회에서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고, 선진기법을 배우는 데 좋은 방법’이라 한 것을 두고 “공항 민영화에 대한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유 후보는 현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으로 후보 출마 전까지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다. 인천시장 출마가 '인천'이 아닌 '박심'에 의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잘 되길 바란다"고 유 후보의 출마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했다. 

정권 차원의 선거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정권 차원의 지원 의혹은 노동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노총 임원과 유 후보의 면담 자리(20일)에 현직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행정관이 배석한 것으로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사건이 커지자 21일 유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 박영복(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공동위원장), 배진교(정의당) 남동구청장 후보, 송영길(새정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 김성진(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 , 고남석(새정치민주연합) 연수구청장 후보, 조택상(정의당) 동구청장 후보가 17일 6. 4 지방선거 필승 기자회견를 진행했다.<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인천 난맥상 풀려고 고생
인사ㆍ부채에 발목 잡혀

송영길 후보는 얼마 전 <인천투데이>과 한 인터뷰에서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와 인천의 산업생태계 변화 등의 현안 사업을 재선 기간에 완료하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현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송 후보는 유 후보를 쉽게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투표참여율이 높은 50대 이상 연령층에선 유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송 후보는 3선 국회의원 재임 시절에 당의 요청으로 인천시장 선거(2010년)에 출마했다. 사실상 준비되지 않은 출마였으나, 범야권연대 바람과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급부로 당선됐다. 취임 후 시정 운영에서 여러 난맥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시 재정위기 문제를 어느 정도 진화했고, 각종 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인천의 낙후된 산업생태계를 IT‧BT 등 첨단산업으로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도 앞두고 있다.

발목을 잡은 건 인사 문제였다. 대표적 예로 송 시장의 고등학교 동창인 비서실장이 뇌물을 받아 징역을 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집중 포화하고 있다. 여기다 송 후보의 측근인 서아무개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놓여 있다. 경찰은 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한 송 후보는 인천시 부채 문제로 공격받고 있다. 유 후보는 ‘송 후보가 부채 문제를 변명할 수 있느냐?’며 ‘4년 전 부채 문제 해결한다며 손부채 흔들어 당선됐다’고 공격하고 있다.

여기다 소통 부재 문제도 꾸준히 지적받아 왔다.

▲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9일 인천시장 후보자 선출 대회를 개최했다. 당내 경선에서 유정복 후보가 안상수 후보를 눌렀다. 20년간 김포에서 정치를 한 유 후보가 8년 동안 인천시정을 이끈 안 후보를 이겼다. <인천투데이 자료사진>

부채 문제에 조금 억울한 송영길 ... '부채' 흔들다 부메랑 맞을 상황

이러한 공격에 송 후보도 할 말이 많다. 시 부채가 7조에서 13조원으로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 책임성에선 억울한 면이 조금 있다. 새누리당 안상수 전 시장 때 숨겨놓은 빚이 약 2조 2000억원에 달했다. 더욱이 송 시장은 취임 후 이렇다 할 토목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안 전 시장이 벌여 놓은 각종 토건 사업을 마무리 짓거나 일부는 취소했다.

여기다 안 전시장 때 유치한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주경기장을 비롯해 경기장 16개를 신설해야했다. 인천도시철도2호선과 검단신도시 건설 등도 전임 시장 때 벌여 놓은 사업으로, 정리하는 데 2조원 가까이 투입됐다. 이로 인한 불가피한 부채 증가였다. 시 자산을 일부 매각해 빚을 갚았음에도 부채가 늘었다는 것은, 전임 시장이 벌여 놓은 각종 토건사업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전임 시장 때의 부채 이자만으로 4년 동안 1조 6000억원을 상환했다. 따라서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시 부채가 7조원에서 13조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송 후보는 이렇게 해명하지만, 이런 세세한 상황까지 유권자들에게 알리기는 어렵다. 송 시장이 4년 전 던진 ‘부채 문제’가 부메랑이 돼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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