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사박물관, 특별기획 이규보전 … 어린이 체험코스도 마련
부평역사박물관(관장 임남재)이 올해 상반기 특별기획전으로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8~1241)와 떠나는 부평의 시간 탐험대’를 지난 2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규보의 호 백운거사는 구름처럼 자유분방하던 그의 모습을 구름에 빗대 표현한 것으로 새로움과 개성을 추구하던 그의 문학적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1168년 여주에서 태어난 이규보는 어릴 때부터 시와 문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23세 때 진사에 급제했다. 무신정권에서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아 32세부터 벼슬길에 올랐다. 1219년(고종 6년) 중앙 관직인 좌사간으로서 지방관의 죄를 묵인해 면직됐으나 최이의 도움으로 계양도호부 부사로 좌천돼 인천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고려시대 대표적 문장가이면서도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이야기를 동화적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광해군 6년(1614)에 명문가에서 태어난 조선 세종의 아들인 임영대군의 후손인 이찰ㆍ이율 형제를 등장시켜 800년 전 이규보와의 여행에 동행하게 했다. 부평에서 태어난 이찰ㆍ이율 형제는 부모가 병들어 눕자 곁을 떠나지 않고 극진히 봉양했고, 세상을 떠나자 장례를 치르고 묘막을 짓고 3년간 시묘살이를 했다. 이를 지켜본 부평 유지들은 나라에 상소해(현종11년) 효자 정려(계양구 갈현동 소재)를 내렸다.
이 전시회는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게 기획됐다. 관람 대상을 만 5세에서 9세까지로 상정하고, 연령대에 맞는 다양한 체험 교구(퍼즐ㆍ탁본ㆍ포토존)를 전시 공간에 배치했다. 미션 7개를 수행하는 코너를 설치하고 미션을 완수하면 코너마다 스탬프를 찍어줘 만족도를 높인다.
전시 기획 책임자인 김정훈 학예사는 “이규보는 800년 전 계양도호부 부사로 좌천돼 13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많은 기록을 남겼다”며 “지역사(地域史)는 문헌으로 남아있지 않지만 동국이상국집에 남아 있는 것으로 부평을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성인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전시회를 시도해봤다”고 덧붙였다.
박물관 관람 동선을 백운거사가 부평에 처음 와서 서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녹청자를 만들고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굴포천 둑을 만든 것, 다시 중앙으로 돌아갈 때 계양산에 올라가 인천의 풍경을 보며 ‘망해지’라는 시를 쓴 것 등, 이규보의 행적을 따라 재구성했다.
김 학예사는 “아이들과 부모들, 언론의 반응도 좋다”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어린이박물관을 따로 만들 계획이 있다”며 “지역 사람들이 원한다면 상설적으로 구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회 첫 날 집단관람을 온 예원유치원(삼산동 소재)의 류서희(7) 어린이는 “포토존에서 사진 찍는 것과 퍼즐 맞추는 게 재밌었다”며 “예전에 언니랑 온 적이 있는데 또 오고 싶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 전시회는 8월 31일까지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주 월요일엔 휴관한다. 관람료는 없다.(문의ㆍ515-6471)
김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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