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경, “경비함정 투입해 밤낮으로 단속 중”
연평도 어민, “중국어선 몇 척인지 숫자만 세”

연평도에 꽃게잡이 철이 시작됐고, 이에 맞춰 중국어선 불법조업도 본격화됐다. 중국어선이 밤낮으로 꽃게를 싹쓸이 하는 것을 지켜보는 연평도 어민들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중국어선이 본격적으로 출몰하기 시작한 때는 4월 중순이다. 진달래가 질 무렵 나오는 꽃게는 ‘알배기 꽃게’로, 겨울 바다에서 알을 품는 동안 살이 단단히 올라 꽃게 중 최고로 친다.

서해안 회류어종인 꽃게는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겨울잠을 잔 뒤 산란을 위해 봄부터 연안으로 올라오는데, 연평도 부근에서 잡히는 꽃게를 최고로 친다. 중국어선도 이때에 맞춰 불법조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연평도 어민들은 해양경찰이 단속을 게을리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율 전 연평도어촌계 회장은 “보름 전부터 중국어선 200여척이 밤낮 가리지 않고 싹쓸이하고 있다. 밤에는 더욱 활발하게 움직인다. 심지어 우리 어장까지 들어와 털어가고 있는데도, 해경이 단속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엔엘엘(NLL: 북방한계선) 인근 수역에 조업 중인 중국어선이 270여척이라고 했다. 인천해경 경비계는 “연평도 해역에 경비함정 3척과 인력을 배치해 밤낮으로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며 “어민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NLL 북한 수역에서 조업 중인 배까지 불법조업으로 인식해 그러는 것이다. 우리 수역에서 조업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율 전 회장은 “수십 년을 바다에서 보냈는데, 우리가 우리 수역과 북한 수역도 모르겠냐?”고 격분한 뒤, “경비함정 3척? 언제 했는지 모르지만, 본적이 없다. 보름 전부터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본격화됐지만 해경이 한 일은 중국어선이 몇 척인지 숫자를 센 게 고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단속은 해경이 한 게 아니라, 해군이 밀어냈다. 그것도 단속을 한참 안 하다가 사흘 전 ○○일보 주아무개 기자가 연평도에 들어와 보도하기 시작하자, 그 때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해경은 “중국어선이 NLL 인근 수역에서 조업하다가 단속을 실시하면 북한 수역으로 곧장 넘어가 버린다. 해경은 해역에 경비함정을 배치해 상시 감시활동과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했고, 최 전 회장은 “밤낮으로 단속하는데, 중국어선이 밤낮으로 조업하겠느냐?”고 반박했다.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피해배상 공익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허선규 해양위원장은 “지금이 한참 알배기 꽃게 철인 데다, 해경이 세월호 참사에 경황이 없는 틈을 노렸을 수도 있다”며 “그렇다 해도 단속을 게을리 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를 여전히 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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