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의 고물 자연사 박물관 전


사용하고 남은 상자포장과 깡통. 가끔은 언젠가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집안 구석에 보관해 두는 일이 있지만 결국 나중에는 어느 용도에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 합류하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멀쩡한 모양이 무언가를 만드는데, 혹은 어떤 것을 담아두는 데 분명히 좋은 용도가 될 법도 한데 막상 두고 보면 별 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게 흠이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이상 반복되는 경우라면, 재활용품을 이용하는 산뜻한 아이디어를 자극받기도 하고 이런 저런 물품들이 이렇게도 다시 탄생할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나오는 곳을 방문해 보는 것도 필요할 듯 하다. 더구나 아이들에게 재활용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잔소리나 말의 설명이 아니라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기회를 주고 싶다면 더더욱 말이다.


누워있는 고양이, 자동차 타이어로 만들었네요 


연재만화 반쪽이로 유명한 최정현 작가가 산업폐기물을 재료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된 ‘반쪽이의 고물 자연사 박물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바닥에 죽은 듯 납작하게 누워있는 까만 작은 고양이다.

깜짝 놀라지만 곧 자동차 타이어를 오려서 만든 것임을 알게 된다. 동일한 단추를 빼곡히 채워 만든 올빼미와 페인트 작은 붓을 머리에 이은 ‘붓새’ 등을 보다 보면 ‘저건 단추로 이용해 만든 거야’ 하는 엄마의 설명을 듣던 아이들은 금새 독수리의 목 부분은 진공청소기의 주름 줄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것을, 소의 귀는 엿장수 가위로 만들어 졌음을 아이들 스스로가 발견해 내곤 뿌듯해 한다.


이젠 아이들이 목소릴 높여 이것은 옷걸이로 만든 사슴뿔이고, 라이터를 이용해 만든 메뚜기임을 같이 간 부모와 친구들에게 일러주기 바쁘다.


작가의 재치와 풍자 담긴 작품도 선보여


생활에서 쓰이는 갖가지 물건들을 재활용해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작품의 일부분이 된다는 것을 보는 맛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재들이 작가의 노력에 의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맛’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부품을 활용해 만든 양에서부터, 이젠 아무 쓸모도 없을 것만 같은 누런 고철을 용접하여 새롭게 탄생한 게들과 매달려있는 원숭이, 타조, 독수리 등은 작가의 상상력과 창조성을 부러워하는 순간이다.

주물과 베어링 등 고철을 용접해 만든 꽃게의 한쪽 다리엔 수저를, 또 한쪽엔 젓가락을 쥐고 있는데 가만히 제목을 들쳐보면 제목이 <밥도둑>이란다. 특히 <너무 무게를 잡다가 날지 못하는 가부장새>라든지, <인식표를 한 천연기념물 청둥오리>작품은  보호 대상으로 지정해 놓은 청둥오리의 발목에 붙은 인식표를 통한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려 하고 있고, 마우스들이 코브라를 에워싼 채 공격하는 모습을 담은 <네티즌> 이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인터넷 댓글문화의 위력을 전달하는 등은 일상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풍자가 숨겨져 있기도 하다.


반쪽이의 고물자연사 박물관 작품들은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하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던 것들이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일상에서의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상상력을 펼쳐야 할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유쾌한 나들이가 될 것이다.


반쪽이의 고물 자연사 박물관 전시전은 서울 안국동 북촌미술관에서 오는 24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일반은 6천원, 아이들은 5천원이다. 이미 전시장을 다녀온 사람들의 입장권의 그림을 색칠해 오는 사람은 무료 입장도 가능.

가는 길은 서울방향 지하철을 타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가 헌법재판소를 지나 직진, 가회동사무소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전시장을 관람하기 전 후에 안국역 4번 출구에 있는 흥선대원군이 고종을 키우며 살았다는 운현궁을 잠시 둘러보는 것도 좋다. 당시의 가옥 구조와 옷차림새 등을 둘러볼 수 있으며, 목재로 만들어진 방문이며, 대문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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